늙지 않는 노인, 당신과 나의 이야기
지난 6월 3일 제16회 서울국제노인영화제가 폐막됐다.
노인과 가족들의 삶의 여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고, 다양한 세대가 영화를 매개로 노년의 삶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세계 공감 영화 축제로, 모든 세대가 함께 노년의 삶을 영화로 이해해 보는 글로벌 세대공감 영화 축제다.
노인영화제 주제는 '늙지 않는 노인 ; 당신과 나의 이야기'이다.
우리 모두의 현재고 미래인 늙지 않는 노인 이야기는, 기술과 자본에 부응하지 못하는 늙음이 경시되면서도 기술과 자본에 의해 쉽게 죽을 수도 없는 노인이 되어가는 아이러니한 현대사회의 이야기다.
노화로 오는 신체 변화에도 불구하고 청춘의 활기와 열정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늙지 않은 노인'은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는 당연한 인간사에 급격한 기술과 지식의 전파는 자연스러운 노화라는 순리와 수용의 세계를, 역행과 도전의 그 무엇으로 바꿔놓고 있다.
안티 에이징(Anti-aging)은 상업 마케팅의 필수 테마가 되었고, AI는 인간의 지성을 대체하는 지식 로봇으로 활개하고, 기술과 자본에 부응하지 못한 늙음은 경시 받고, 또 그 기술과 자본에 의해 쉽게 죽을 수 없는 노인이 되는 부조리한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도 삶은 이어지더라, 노화로 인한 신체적 변화와 예측할 수 없는 사회 환경의 변화에도, 청춘의 활기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노인이 있어, 소년 시절의 꿈은 노인의 얼로 진보하고, 시간과 지식에 목말랐던 젊음은 연륜과 지혜로 변모하며 세대와 세대를 이어간다.
어쨌든, 상영된 영화의 줄거리는 대부분, 늙지 않은 노인과 노인이 될 우리의 꿈과 희망, 슬픔과 좌절을 만나본다.
우리 모두의 현재고 미래인 늙지 않는 노인 이야기는, 기술과 자본에 부응하지 못하는 늙음이 경시되면서도 기술과 자본에 의해 쉽게 죽을 수도 없는 노인이 되어가는 아이러니한 현대사회의 이야기다.
노화로 오는 신체 변화에도 불구하고 청춘의 활기와 열정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산색고금동(山色古今同) 산색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으나 인심조석변(人心朝夕變) 사람의 마음은 아침과 저녁으로 변하네. 화향백리(花香百里) 꽃의 향기는 흰설사를 가고, 인향만리(人香萬里)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네. 남자는 마음으로 늙고, 여자는 얼굴로 늙는다. (영국 속담) 말이 문득 생각난다.
어쨌든,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하면서 노화는 지구촌의 화두가 됐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노화를 거부하고 싶어 한다. 이제 노년기를 바라보는 시각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때이다. 안티 에이징이 상술을 타고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은 고령사회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노화 방지는 자기 삶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늙음의 속도를 늦출 뿐 이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노화 방지와 동시에 육체적ㆍ정신적으로 건강하게 늙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노화 방지 못지않게 품위 있게 나이를 먹는 건강한 노화를 강조한다.
나이 든 현자 중 아무도 노년기가 그 자체로 좋은 것이라고 단언하지 않는다.
나이 들고 늙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나이를 거스르는 안티 에이징을 외칠 것이 아니라 러브 에이징(Love-Aging)을 따르는 것이 순리이다. 노화를 거스를 것이 아니라 수용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러브 에이징은 행복한 100세 시대를 위해 노인뿐 아니라 모든 연령층이 고민해야 할 삶의 지혜이자 전략으로 평생 청춘으로 살 방법도 없고, 노인 따로 청년 따로 살 수도 없다.
따라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부터 건강한 생활 습관과 더불어 좋은 인격과 지혜를 갖춰 사랑으로 교감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사람은 나이대로 산다는 말이 있다. 거기엔 나이에 걸맞게 살아야 한다는 요구도 포함될 것이다.
10대가 80대처럼 사는 일도 없거니와 80대가 10대처럼 사는 일도 없지만, 70 청년이 있는가 하면 30 노인도 간혹 보지만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늙음을 멈출 수는 없다. 하지만 인생 100세 시대가 열리고 있는 지금 40년 이상을 노인 행세하며 살기에는 억울한 현실이다.
건강한 노화(healthy-aging)를 외치기보다는 사랑받는 노년, 축복의 인생 100세를 위한 '사랑의 노화(Love-Aging)'의 삶을 살아야 한다.
느티나무 잎 하나 빙그르르 휘돌며 떨어진다. 내 삶의 끝자락도 저와 같다. 어느 바람에 지는 줄 모르는 낙엽이 땅에 떨어지기까지는 순간이지만, 그런데도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것은 분명히 절규가 아니라 춤추는 모습이다.
낙엽 지기 전의 마지막 모습은 어떠했을까. 아름다운 단풍이었다. 말년의 인생 모습도 낙엽처럼 화사(華奢)하고 장엄(莊嚴)한 파노라마(panorama) 이어라. 제발 아름답게 늙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