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앞에 나이는 없다

2024-10-16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웰빙(well-being)에 이어 웰에이징(well-aging)의 시대로 단순히 잘 사는 것을 넘어 잘 늙어가야 한다. 식생활을 챙기고 운동하며 사람들과 활발한 관계를 이어가는 행동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나이 듦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건강한 노화에 사랑도 빠질 수 없다.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인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70대는 노인이 아니며 젊은 사람보다 더 젊음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80대 노인도 흔히 볼 수 있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이른바 젊은 노인의 시대로 그렇다면 젊은 노인들의 성은 어떤 모습일까.

나이 들어 주책이라고 비난하던 시대는 지나 노년의 사랑은 세월만큼이나 깊고 다양하며 편견도 없다. 평생을 약속한 배우자와 여전히 사이좋은 사랑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인연을 만나 젊은이들 못지않게 데이트를 즐기는 노인도 많다.

나이가 들어도 사랑과 함께 찾아오는 기분 좋은 긴장감은 삶을 더 활기차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어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정서적인 안정감이 생겨 노년층에게 발생하기 쉬운 우울증이나 불안감이 줄어든다. 신체적 건강에도 긍정적이다.

고령에 접어들면, 성(性)생활과는 담쌓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지만 대한임상노인의학회(2021) 춘계학술대회에서, "60~64세 84.6%, 65~69세 69.4%, 70~74세 61.9%, 75~79세 58.4%, 80~84세는 36.8%가 성생활을 하고 있으며", 다른 조사에서도 "성생활을 하는 노인 중 53.4%가 만족하고 있다"라고 나타났다.

노인의 성 문제는 비단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한 준비다.

젊은이에게 性은 아기를 낳고 쾌락을 즐긴다는 측면이 있지만, 노인들에게는 성적인 의미 외에 비 성적인 의미가 있다. 성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은 노인들에게 아직 살아있다는 인식을 일깨우며 삶의 활기를 전해주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규칙적인 성생활을 하는 게 건강에 이롭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심장·혈관·뼈·근육도 튼튼해진다. 성관계는 운동 효과를 내고 심장, 뼈가 튼튼해진다.

노인들은 재혼하고 싶어도 자식들의 반대로 인해 참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재혼을 막는 것은 노인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가장 오랜 염원인 무병장수와 함께 성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인데도 인간의 성에 대한 욕구나 성행위는 젊은 층만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비일비재하다.

성관계는 젊은이들의 일이지 나이 많은 노인들의 일이 아니라는 폐쇄적이고 성을 터부시하는 사회적 환경이나 문화적 배경 때문에 노인들이 성생활을 부담 없이 즐길 여건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노년의 성은 신체에 의한 자기 표출이며 친밀한 인간적 교류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직시해야 한다.

신체적 쇠퇴기와 성욕 감퇴의 등식화된 부정적 심리와 잘못된 통념으로 문제의 공개적 해결을 어렵게 했던 사회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노년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전환이 요구된다.

인구가 고령화될수록 노인의 삶에서 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지면서 실제 상당수 노인은 신체기능은 떨어져도 성생활은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실제로 노인들은 신체기능은 쇠퇴해도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계속할 수 있지만 성 반응에서 기대된 신체적 변화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성생활 수명은 끝났다고 결론짓고 성적 활동을 포기하거나 신체적인 애정 표현을 거부한다.

최근 들어 노인의 성이 무분별한 개방과 문란으로 성에 대한 도덕이나 윤리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사회적인 성의 개방 풍조와 직업여성의 증가, 성도덕의 타락과 환락 추구, 퇴폐적인 사회 분위기, 성병에 대한 지식과 성병의 폐해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성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인의 일탈은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체 성범죄자 가운데 10%는 노인이기 때문에 노인의 성 문제를 바로 해결하지 못하면 장차 사회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노인들 스스로가 제일 먼저 성생활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의 전환이 우선이지만 노인 자신이 이미 나이가 들었고 성적인 욕구가 있어도 이러한 욕구를 해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성적 욕구에 대한 적당한 표현과 적절한 해소가 노년기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랑 앞에 나이는 없다. 나이 뒤에 숨지 말자. 적절한 성생활을 통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이 되도록 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