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는 말로 끝나지 않는다

2025-02-14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로 사회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혐오는 말로만 끝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어떻게 터질지 아무도 알 수 없는데다, 혐오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자 공격이다. 

혐오는 사회·경제적으로 변동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 혐오가 많이 생겨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가 차별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혐오에 따른 위협은 기득권에는 가해지지 않는다.

타깃은 언제나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일 뿐이다. 

혐오의 주요 대상은 주로 노인이나 여성, 이주민, 성 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혐오 감정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신조어가 벌레를 뜻하는 '충(蟲)'으로, 반감을 지닌 대상 뒤에 붙여서 비하와 경멸의 의미를 덧씌운다.

이를테면 아이를 키우는 기혼 여성은 '맘충'이고, 한국 남자들은 '한남충'이다. 

학교 급식을 먹는 10대는 '급식충'이고, 연금 받는 노년층은 '연금충'이라 부른다. 

"우리는 우리의 적을 증오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적(敵)이 사라지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말 것이다."라는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탄식이 예사롭지 않다.

면전에서는 입에 담지 못할 비열한 욕설과 험담을 허용하는 익명(匿名)의 온라인 공간이 우선이라면, 당장 인기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자극적 언어를 쏟아내는 정치인들의 저열한 셈법이 극치를 이룬다. 

예를 들면 세대갈등과 노인혐오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잊을 만하면 언론에는 지하철, 버스, 공공장소 등에서 노인과 청년이 다툼을 벌이고 심할 경우 형사사건까지 가는 문제가 비일비재하다.

노인을 보는 청년세대 눈길은 싸늘해, 어느 순간부터 '노인충(노인+벌레)', '틀딱충(틀니를 딱딱거리는 노인)'이란 노인혐오 표현이 인터넷에 넘친다.

성장배경 차이에 따른 세대 간 불통과 노인 접점이 없는 사회를 원인으로 꼽는다. 

가장 큰 이유는 세대 차이로, 그중에서도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젊은 세대 계층이 가지는 노인에 대한 떨어지는 접근성이 이러한 혐오를 쉽게 분출하게 한다. 

당연히 문화가 다르고 개인주의와 전체주의로 성향이 나뉘면서 전체주의를 중시하는 노인계층에 대한 반감이 극단적인 형태로 분출되는 것이다. 

정치 노선에서 노인층이 대체로 보수적 성향을 지니고 청년층이 대체로 진보적 성향을 지닌다는 차이도 노인 혐오(혹은 노인층에서 있을 청년 혐오)를 만드는 큰 원인이 된다. 

사실, 이러한 보혁 대립은 본래부터 세대가 변할 때마다 존재해온 세대갈등의 대표적이지만 일부 노인계층과 신세대계층이 자신의 정치 노선에 대한 강렬한 자부심과 상대편에 대한 혐오를 그대로 표현하다 보니 점차 문제시되는 것이다. 

그러나 노인층에서도 진보권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있고, 반대로 젊은 층에서도 보수권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이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해당한다.

지성적 대화와 판단이 사라진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정치권이 혐오와 차별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를 조성하는 등 혐오차별이 공존을 해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