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꽃 정원] 하산 길에 만나면 반가운 조팝나무
나뭇잎이 부쩍 자라 숲이 무성해지면서 앞산이 일곱 가지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소나무와 전나무, 참나무 그리고 산벚나무가 제각기 다른 초록으로 봄의 숲을 그려놓아 먼 곳에서도 금세 알아볼 수 있다.
참나무 그늘에서 시들어 가는 진달래꽃 뒤편에 철쭉꽃 봉오리가 부풀고 있다.
삶을 다시 시작하는 새로움이 경이롭고, 화사한 꽃을 만들어내는 푸르름이 싱그러우며, 고사리 같은 잎이 기지개를 피며 하늘에 수를 놓는 기적의 계절이 빠르게 지나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푸릇해지는 나무와 숲속 오솔길 가에 피어난 귀여운 꽃을 보러 산을 오르곤 했다.
긴 산행 후 하산하는 길에 조팝나무의 하얀 꽃이 먼 데서 보이면 반가웠다.
조팝나무는 숲 가장자리에서 군락을 이루기 때문에 곧 마을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산자락에 자리한 허술한 음식점에서 피곤한 몸을 풀며 목을 축이는 즐거움을 찾으러 가고픈 계절이다.
아내가 바구니를 들고 조팝나무 꽃향기가 그윽한 언덕뜰에 올라 막 솟아난 회잎나무 순을 수북이 딴다.
꽃은 화려하지 않으나 어린잎이 쓰지 않아서 나물로 먹기 좋기에 회잎나무를 이곳저곳에 심어놓았더니, 양지는 물론 반 그늘진 곳에서도 제법 자라서 어린잎을 좀 따주어도 잘 큰다.
아내는 무릎 높이보다도 깊게 쌓인 낙엽을 헤치고 골짜기를 건너가 손가락 길이만큼이나 자라난 두릅나무 순도 따며 좋아한다.
그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언덕을 내려오면서 마가목 잎도 먹을 수 있냐고 묻는다.
마가목은 열매뿐 아니라 줄기와 잎도 먹을 수 있다고 했더니 축 늘어진 가지에 싱그럽게 달린 마가목 잎을 한 줌 딴다.
화초를 옮기며 아침나절을 보내고 허기져 들어오니 막 따온 잎으로 무쳐놓은 반찬이 기다리고 있다.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으니 두릅나무 순의 쌉싸름함과 회잎나무 잎의 담백함, 그리고 마가목 순의 오묘한 향기가 조화를 이룬 특별한 봄맛이 난다.
봄이 기다려지는 것은 온갖 꽃으로 정원이 단장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연의 먹거리가 풍성해서이기도 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는가?
작가 안진흥은 서울대학교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에서 대학원 과정을 공부했다.
워싱턴주립대에서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귀국 후 포항공과대학교와 경희대학교에서 식물을 재료로 분자생물학 연구를 수행하였다.
생산량이 증가하고 품질이 우수한 벼 품종 생산을 위하여 다양한 유전자를 발굴하고 보급하였다.
대한민국학술원 및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