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童心'속의 '童謠'가 그립다

2025-05-26     오석진 박사(행복교육이음공동체 대표/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

'가정의 달 5월'이 어느덧 저물어간다.

한 달여만 더 지나면 뱀의 해 '을사년'도 절반이 흘러간다니, '세월유수(歲月流水)'라 했던가.

시간의 흐름은 참으로 빠르다.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어릴 적 친구와 손잡고 흥얼거리던 동요가 문득 떠오른다.

얼마 전 어린이날, 운전 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동요 한 곡에 마음이 멈춰 섰다.

평소 같으면 트로트나 아이돌 음악이 흐르던 시간, 뜻밖의 동요에 귀가 쫑긋했다.

이윽고 들려온 아나운서의 멘트, "가정의 달을 맞아 특별 선곡한 동요입니다"라는 말에, '아, 그랬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는 음악 시간마다 자연스럽게 배우고 불렀던 동요가 이제는 방송에서 흘러나오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세상이 되었다.

나만의 착각일까?

계절 따라 흘러나오던 동요들이 있었다.

여름엔 '여름 냇가'를, 겨울엔 '겨울나무'를, 어머니 무릎 베고 누운 채 귀지 파달라며 들었던 자장가도 모두 동요였다.

그 노랫말엔 산과 들, 해와 달, 구름과 비, 숲과 나무, 심지어 물고기와 시냇물, 계곡과 별까지 자연의 맑고 고운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노래들은 어린 마음에 순수함을 심어주었고, 삶의 정서를 다듬어 주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학교 음악 시간에도 동요보다는 트로트나 아이돌 곡을 더 익숙하게 부른다.

한때는 공중파 방송사에서 매년 '창작동요제'를 열며 어린이들의 음악 세계를 풍성하게 했지만, 시청률과 광고의 논리에 밀려 어느덧 자취를 감췄다.

지방의 한 동요 작곡가는 초등학교 교장을 찾아가 "아이들에게 동요를 들려줄 수 있게 해달라"고 읍소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온다.

'풍수지탄(風樹之嘆)'이라는 말이 있다.

바람이 불어 나무가 흔들릴 때, 그 나무에 기대 울고 싶지만 이미 어버이는 돌아가셨다는 말이다.

동요가 사라진 세태를 바라보며, 아이들이 맑은 감성을 키울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안타까움이 앞선다.

오석진 박사 - 행복교육이음공동체 대표/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 -

동요는 단지 어린아이의 노래가 아니다.

그 시절을 살아온 이들의 가슴에도 고요히 스며들어, 기억 저편에서 삶을 다독이는 따스한 숨결이 된다.

가정의 달 5월의 끝자락에서 다시 한번 소망해본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하는 교육의 터전 위에, 맑고 고운 동요가 다시 울려 퍼지기를.

우리 아이들 귓가에, 동심을 노래하는 선율이 다시 살아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