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토론 생방송 앞두고 무단 결석(?)

2025-05-29     박붕준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실시되는 이번 6.3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언론 매체마다 '대선방송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전담 취재를 진행 중이다.

텔레비전 방송국들은 선거 당일 오후 6시 투표 마감과 동시에 당선 예상자를 발표하기 위해, 사전투표일과 선거 당일 투표소 앞에서 ‘출구 여론조사함’을 들고 표본 조사를 한다.

선거 관련법에 따라 선거 당일까지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가능하지만, 공표는 금지되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방송국 공개홀에서 '국회의원 후보자 초청 토론 방송'을 녹화하고 있었는데, 한 후보자는 사회자가 "자신에게만 어려운 질문을 한다"면서 녹화장을 박차고 나갔다.

후보자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의 약점에 관한 질문만 계속되니 불만이 많을 수밖에..

출마 후보자들은 방송국이 초청하면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후보자 마음에 달려 있다.

대통령선거에 나선 무소속 후보들은 자신을 부르지 않아 섭섭해하지만,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큰 격차로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후보가 생방송 출연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 이유는 참석한 후보들이 토론 중 자신에게만 집중적으로 질문하며 공격(?)하기 때문이다.

방송 당일, 후보자들은 생방송이나 녹화 전 방송국에 도착해 분장실에서 분장을 받는데(요즘은 전속 분장사를 고용한 후보도 있음), 이날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후보는 방송 시간이 다 되어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좌석, 명패, 카메라 앵글 위치까지 다 점검했지만, 후보자는 여러 핑계를 대며 몸이 좋지 않아 출연이 어렵다고 전해왔다.

방송은 정해진 시간이 있기 때문에 모든 후보자에 맞춰 방송 종료 시간을 조정하는 것도 방송국의 큰 일 중 하나다.

그런데,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후보가 끝내 나타나지 않고 '뻥(?)'을 친다면?

일반 프로그램 같으면 출연자들의 답변 시간을 늘리거나 대체 출연자를 '번개(?)'처럼 섭외하기도 하지만, 선거에 나선 후보자는 대체할 수도 없으니...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예상대로 모든 후보들이 방송 중 자신을 향해 공격(?)할 것이 두려웠던 데다, 말투가 느리고 언변이 좋지 않았던 그 후보는 고의로 나오지 않았고, 아프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방송국 선거방송 스태프가 열 받을 수밖에 없던 건 당연했다.

결국 결석한(?) 후보자의 빈 탁자에 후보자 명패만 놓은 채 생방송을 시작한다.

사회자는 "오늘 ○○○ 후보가 출연 약속을 일방적으로 지키지 않아 유감입니다"라고 시청자에게 알린다.

그리고는 큐시트(방송 순서)에 따라, 무단 결석한(?) 후보에 대한 질문 순서가 되자, 사회자는 후보자의 빈 탁자를 보며 다음과 같이 내레이션한다.

"이번은 ○○○ 후보 차례인데, 당초 질문할 내용은 ○○○○였습니다. 그러나 불참하였습니다"라는 멘트로 후보자를 응징(?)한다.

빈 탁자를 치우고 방송했다면 시청자가 볼 때 무대가 산뜻했겠지만, 생방송이 끝날 때까지 시청한 유권자들은 자리가 왜 비었는지 속사정을 몰랐을 것이다.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송도 거부한 후보는, 소속 정당의 인기를 등에 업고 거뜬히 당선되는 쓴맛(?)을 남겼다.

선거방송에서 후보자가 결석한(?) 빈 탁자를 보고 질문하는 '후보자 초청 토론 방송'은 아마 세계 최초이자 마지막이지 않았을까?

박붕준 작가 캐리커처

작가 박붕준은 경희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강릉 MBC, 대전 MBC TV&라디오 뉴스 앵커, 보도국장 역임 후 정년퇴임 했습니다.

퇴임 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광고홍보과, 교양교직과에서 11년간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 2023년 2월말 퇴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