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바람소리도 시를 쓴다

2025-11-12     김명수 시인

가을날 흔들리면서 떨어지는 나뭇잎에선
시 읊는 소리가 난다
가만히 귀 대고 들여다보면
바람이 한 묶음 들어 있는 것 같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햇살이 빼곡히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은행잎 위엔 은행잎만큼
단풍잎 위엔 단풍잎만큼
그리고 참나무 잎엔 참나무 잎만큼

오늘은 나뭇잎 위에 앉은 바람이
자꾸 시 읊는 소리를 내고 있다
나뭇잎이 노랗게 물드는 소리
나뭇잎끼리 속설 부딪는 소리
나뭇잎끼리 깊은 사랑에 빠지는 소리

아 그래 이제 알았다
너희들도 11월엔 시를 읊는구나
흔들리는 만큼
물드는 만큼
서로 사랑하는 만큼
시를 읊는구나
시를 쓰는 11월의 바람 소리
11월엔 바람소리도 시를 쓰는 구나 

가을이 오는 소리, 가을이 가는 소리

 

[작품 해설]

여름의 꽁무늬인가 했는데 어느덧 가을이다. 그 가을 어느 날 불어오는 바람이 나뭇잎을 곱게 물들이는가 했더니 어느 새 낙엽이 되고 우리는 어느새 낙엽진 거리를 걷게 된다. 그때 나뭇가지 사이를 빠져나온 가을바람 나뭇잎을 흔드는 11월의 바람이 시를 쓰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아니 11월의 바람이 시를 쓰고 있는 것이다. 낙엽 지는 소리,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 마른 풀잎을 흔들고 가는 소리,아름다운 가을 꽃잎을 흔들고 가는 소리, 그 꽃잎 위에 햇살이 사알짝 앉는 소리 등 11월의 가을은 자연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함게 시를 쓰고 시를 읊고 시를 감상하고 있는 계절인 듯하다. 아무리 목석이라도 모든 사람들이 하나 같이 시인이 되고 시 낭송가가 되고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계절이다. 그건 바로 사람들의 가슴엔 감성과 감장이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가을엔 나도 한 번 바람처럼 시를 쓰고 시를 읽고 시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은 거다.

 

김명수 시인

1980-82 현대시학 추천 문단 활동

-공주교대, 충남대 대학원, 공주대 대학원, 성산효대학원대학교

-박목월, 박두진 시에 나타난 효사상 연구 (효학 박사학위)

-새여울시문학회, 대전시협창립, 대전문협, 충남문협, 한국문협, 한국시협회원

-전 충남문협회장, 충남시협회장 역임

-시집: 질경이 꽃, 어느 농부의 일기, 여백, 아름다웠다. 11월은 바람소리도 시를 쓴다, 바람에 묻다 등 다수

-수상: 웅진문학상, 대일비호대상, 충남문학대상, 대전시인상, 충남시인상, 충남도문화상, 한국문학상, 신석초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