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황' 주제 방송 현장에 '파리'가 엑스트라?

2025-11-14     박붕준

방송은 뉴스와 특보, 스포츠 실황 중계 등을 제외한 대부분 프로그램이 사전에 녹음이나 녹화되어 송출된다.

특히 가수들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 녹화가 있는 날은 인기가 높아, 일반인들은 사전 신청 후 방청하고 방송국 공개홀 카메라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따라서 방청객의 출입 편의를 위해 녹화 전 공개홀 문을 활짝 열어 놓을 때가 많은데, 방송국 인근에 산이 있어서인지 이 날따라 날파리까지 방청하러(?) 온다.

밝은 조명이 세팅된 공개홀 무대에 출연자가 착석하면 PD의 '스탠바이 사인'이 떨어지고 녹화가 시작되지만, 불청객(?)인 날파리가 무대 앞을 날아다닌다.

라디오 방송 중이면 팔로 '휘휘' 저어 쫓아낼 수 있지만, TV는 시청자가 보므로 방송 중 파리를 무찌르기(?) 위해 손을 마구 휘두를 수 없다.

공개홀 천장에 달린 수백 개 조명이 켜지면서 따뜻해져서인지 파리는 계속 무대 주변을 맴돌다 사라진다.

'나 잡아봐라!' 하는 식으로 계속 날아다니지만 방송 중에 살충제를 뿌릴 수도 없어 난감하다.

녹화 현장을 총지휘하는 '주조종실 PD'는 공개홀에 배치된 4~6대의 카메라가 각각 다른 장면을 고정하고 있으면 그중 한 장면만 선택해 컷한다.

이날 방송 주제는 '경제 불황, 솔로몬의 지혜'로, 지역 경제의 어려움과 대책을 진단하는 토크 프로그램이었다.

사회자가 출연자에게 질문한다.

"김 박사님, 요즘 경제가 어렵다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박사 출연자가 답변을 시작하려는 찰나, 잠시 휴가(?) 갔던 파리가 다시 나타나 출연자 얼굴 앞을 휘젓는다.

TV 녹화 '원 샷(출연자 한 명만 비춤)' 화면에 파리가 끼어들자, 주조종실 PD는 '풀샷'(출연자 전체가 동시에 나오는 전경)으로 바꿔 파리가 화면에 나오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쏟는다.

이에 따라 TV 화면에는 파리가 등장하지 않지만, 출연자의 얼굴 앞에서 계속 유희(?)하는 바람에 파리에 신경 쓰느라 준비해 온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방송 주제에 맞춰 사회자가 차라리 이런 멘트를 했으면 어땠을까?

"경제 불황으로 자영업자들이 파리를 날린다는데, 오늘 이 시간 주제를 어떻게 알고 파리가 정말 공개홀까지 들어왔습니다."

여기에 카메라가 사회자를 '원 샷'으로 비출 때 사회자 얼굴에 파리가 달라붙기라도 했다면, 시청률이 높지 않은 시사 프로그램의 시청률 상승을 파리가 견인하지 않았을까?

박붕준 작가 캐리커처

작가 박붕준은 경희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강릉 MBC, 대전 MBC TV&라디오 뉴스 앵커, 보도국장 역임 후 정년퇴임 했습니다.

퇴임 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광고홍보과, 교양교직과에서 11년간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 2023년 2월말 퇴임 후 충청헤럴드와 뉴스대전톡, 문원미디어 및 개인 자서전 취재 작가와 함께, 대학신문과 기관 뉴스레터 제작 등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