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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한의 직언직설] 구겨진 태극기
[윤기한의 직언직설] 구겨진 태극기
  • [충청헤럴드=윤기한 논설고문]
  • 승인 2019.04.0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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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헤럴드=윤기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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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조간신문에 ‘구겨진 태극기’가 등장했다. 신문 1면에 구겨진 태극기가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었다. 그 지저분한 태극기 앞에 제1차 한·스페인 전략회의 주빈들이 악수를 교환하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10시 30분 외교부 청사 17층의 양국 회의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꼬깃꼬깃 접혀진 의전용 태극기가 기자들의 눈에 띈 것이다. 주름투성이 태극기는 주름 없이 깨끗한 스페인 국기와 나란히 서 있기에 너무나 초라해 보였던 게다. 체면이 구겨졌다. 대한민국 얼굴이 구겨진 게다.

마치 칠칠맞은 며느리가 늦잠에서 깨어나 옷고름도 제대로 챙기지 못 한 채 부엌에 들어와 서성대는 꼴 같았다. 밤사이에 다소곳이 정리해 두지 않은 게 뻔해 보였다.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뭉갰던 자욱이 들어난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었다. 이런 외교부의 태극기 실수는 국제외교의 기본자세가 갖추어 있지 않다는 걸 증명한다. 국기의 관리야말로 외교의전의 초보적 상식이다. 아니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다. 그러하거늘 우리 외교부는 후안무치하게도 별 말 없이 이 사건을 유야무야로 끌고 가는 듯하다. 시치미를 떼고 능청을 떠는 꼴이 아닌가.

너무나 오만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라인이 실수연발의 해프닝은 구겨진 태극기만이 아니다. 북유럽의 발틱 3국을 남유럽의 발칸 국가라고 표기하는 실수부터 벌써 오래전에 바뀐 체코를 여전히 체코슬로바키아로 표현하는 무지몽매도 저질렀다. 대통령은 엉뚱한 인사말을 예사로 해서 국민을 무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말과 인도네시아 말을 헷갈리게 사용한 만용을 변호하는 청와대 어느 인사는 당사국이 아무 말을 하지 않으니 결례가 아니라고 우겨댔다. 옆에서 도와주는 일마저 제대로 못 하는 외교부는 믿을 게 없다는 평을 듣는다.

실제로 탈북민 단체들이 호소하는 상황은 외교부의 기능자체를 의심한다. 지난 달 26일 러시아와 몽골의 접경지대에서 체포된 탈북민 네 사람이 외교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베트남에서 체포돼 추방당한 탈북민 세 사람도 외교부의 미온적 태도를 원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외교부의 무능과 태만은 자체적인 ‘복지부동’을 자초한 연유이다. 베테랑 전문 외교관을 적폐로 몰아낸 소아병적 처사 때문에 일어난 비희극이 아닌가싶다.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한 문재인 정부의 미덕이 과연 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외교부가 영어 하나만 잘 하는 것으로 알려진 장관 탓을 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외교부의 부서진 체통이야 어쩔 수 없다고 치자. 4·3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척도는 현 정부의 실체부정으로 나타났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재주넘기 대출사건이나 장관후보자들의 ‘5대 부적격원칙’ 적시, 무식한 탈원전 밀어붙이기나 경제정책실패 등으로 민초의 생활고가 가중되는 현실을 고발해 준 것이다. 꼴찌 수준의 정의당에게 애걸복걸해서 만든 단일후보가 노회찬이 생각나서 표를 주었다는 구걸표로 자유한국당을 겨우 504표로 눌렀다는 건 더불어민주당의 현 주소 명패에 흙물을 뿌려준 것에 다름 아니잖은가. 그러니 외교부인들 별수 있겠나. 그냥 실수, 몽땅 실수, 뒤집어 실수, 까집어 실수 등을 그저 해 본 척 하는 겐가.

밑도 끝도 없이 굴러 떨어지는 민심의 여론조사마저 진문, 빠문의 장난질로 메꾸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골몰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2030세대만이 아니다. 7080세대도 등 돌리기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고 한다. 촛불로 얻은 정권이라고 자만자평한 그들에게 산불이 끝내기 장타를 치고 있는 강원도 산불이 아닌가. 민노총이 밀어주기로 문정부가 생겨났다고 좋아라 했거늘 지금 그 민노총이 국회의 담벼락을 허물고 경찰서에서 취재기자를 폭행하며 행패를 부린다. 죽여 버리겠다고 기자를 협박해도 경찰관은 오불관언일세. 세상 망쪼에 울고 싶단다.

그러고도 시원찮다는 국민들의 함성이 들린다. 국회에 첫 출석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줄곧 내놓은 ‘송구’하다는 말의 여운이 개운치 않다. 김의겸 투기의혹을 감싸고 황교안 의혹을 증폭시키는 곰재주를 부리느라 고생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더욱 웃기는 뉴스도 있다. 영화 ‘암살’에 1200만 명이 관람하는 흥행 상태를 보고 북한 정권 수립에 적극 참여한 김원봉을 유공자로 지정하고 싶다는 보훈처장의 말이 정말 가소롭다. 이런 사항은 부지기수이다.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포용국가’가 ‘배타국가’로 둔갑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3년이라는 잔여 통치기간이 행여 ‘수난의 세월’이 되지 않기를 기원하자는 말이 크게 떠돈다. 부디 ‘언론절벽’이나 ‘구겨진 태극기’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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