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저항권" vs "비상사태" 선포

격렬한 몸싸움에 휘말린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사진=SNS)
격렬한 몸싸움에 휘말린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사진=SNS)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을 앞둔 국회가 극한 대치에 물리적 충돌 우려까지 고조되면서 대혼돈의 전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26일은 이들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여 이른 아침부터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 등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 이후 연 나흘째 비상의총을 열며 초강경 대응에 나선 자유한국당은 이날도 국회 의안과가 있는 본관 701호 앞에서 비상의총을 열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극악무도한 여당에 대해서, 극악무도한 정부에 대해서, 극악무도한 청와대에 대해서 의지를 가열차게, 어제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온몸으로 버틸 수 있었다"면서 "의원, 당직자 모두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그들(4당)의 모든 과정은 하나하나 불법이었다. 의원을 바꿔쳤다. 대한민국이 도대체 북한인가. 그 법안에 찬성하는 사람만 할 때까지 의원을 바꿔쳐도 되나. 있을 수 없다. 의회 쿠데타다. 의회 폭거다. 그 폭거에 맞설 수밖에 없다"고 절규하면서 "저희가 지키는 그 가치는 다른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자유와 민주라는 헌법가치다. 그 가치가 하나하나 무너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오늘도 저희가 할 수 있는 수단을 통해서 온몸으로 저항하겠다"고 단호한 의지를 불태우면서 "어제 ‘국회 선진화법’ 운운한다. 그러나 과정, 과정 불법이다. 국회법 위반, 국회 관습법을 위반했다. 그래서 우리 저항은 불법에 대한 저항은 인정된다"며 정당한 저항권임을 강조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가세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밤샘 육탄전을 설명하면서 "아직 않끝났지만,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고 말하고, "더불어민주당과 2중대, 3중대 세력 전쟁의 시간이고 싸움이었고, 이 전쟁은 좌파에 의한 정변이고, 좌파에 의한 반란"이라고 규정했다.

바른미래당내 옛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전날 극력 저항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오신환 의원과 권은희 의원을 연달아, 전격적으로 교체하며 패스트트랙 통과를 위해 초강수를 뒀다.

본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팩스로 특위 위원에서 사임시키는 사상 초유의 일까지 벌어지면서, 이에 반발한 오 의원이 법적 대응을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선거제 및 사법제도 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국회가 이날 새벽까지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동물국회의 모습을 보인가운데 패스트트랙 지정을 관철하려는 여야 4당과 이를 막으려는 자유한국당 간 격한 충돌이 예상된다.

지난 1986년 이후 33년만에 국회의장의 경호권이 발동되는 등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자취를 감췄던 국회 폭력이 재연될지 주목된다.

일단 여야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전열 재정비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의 육탄 저항에 맞서 '비상사태'를 선포한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오전 8시 30분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오전 9시에는 의원총회를 열고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에서 선거제 및 사법제도 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관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의총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보좌진을 동원해서 명백히 165조를 위반하는 행위를 자행했다"고 한국당을 맹비난했다.

이에 따라 지금 국회는 폭력과 욕설 난무 속에, 흡사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돌이키기 어려운 극렬 대치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저작권자 © 충청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