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이찬재·안경자 부부' 강연회 열려
SNS 팔로워만 38만명...'타인과의 협업' 강조

 이찬재(77)와 안경자(77씨) 부부는 지난달 13일 제23회 웨비 어워드(The Webby Awards)에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브루클린 뮤지엄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소셜/예술&문화' 부문 웨비상과 피플스보이스상(People's Voice)을 받았다. [사진=The Webby Awards 홈페이지 캡쳐]

[충청헤럴드=대전 허경륜 기자] "무엇을 두고 혼자만 열심히 하려고 하기 보다는 옆에 있는 이들과 함께 협업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결과가 나올거라 생각해요. 저희 가족들이 그랬던 것 처럼요."

지난 31일 대전 괴정고등학교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최근 '손주들을 위한 그림'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38만여 명을 거느리며 화제가 되고 있는 노부부 이찬재(77)와 안경자(77씨)가 한 말이다. 

안 씨와 이 씨는 '손주들을 위한 그림'(drawings_for_my_grandchildren)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며 손자들을 위해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쓴 글을 SNS에 올리고 있다. 

팔로워들은 이들이 올린 게시물을 보고 "그림이 따뜻하다", "눈물이 난다", "공유해줘서 고맙다", "돌아가신 조부모, 부모님이 생각난다", "왜 우리는 일찍 부모님에게 권하지 못했나" 등 그리움과 자성이 묻어나는 댓글을 달았다. 현재 이들 계정을 팔로우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38만 7000명에 이른다. 

이 씨와 안 씨의 계정과 올라와 있는 그림·사진(오른쪽). [사진=인스타그램 drawings_for_my_grandchildren 페이지 갈무리]

이렇게 쌓인 영향력은 최근 '인터넷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국제적인 상으로까지 이어졌다. 부부는 지난달 13일 제23회 웨비 어워드(The Webby Awards)에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브루클린 뮤지엄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소셜/예술&문화' 부문 웨비상과 피플스보이스상(People's Voice)을 받았다. 

이날 연단에 선 부부는 먼저 인스타그램을 하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이 씨는 "브라질에서 살며 한국과 미국에 있는 손자들을 그리워하며 지내던 중 아들의 권유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게 됐다"며 "대학시절 시화를 그리곤 했는데, 그림에 손자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표현해 업로드하며 그리움과 무료함을 달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한 일주일 여행가서 쉬었다 오면 인스타그램으로 업로드 하는 법을 까먹기도 한다. 계속 되풀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 같다"며 "그럼에도 우리의 이런 시도가 노인들이 새로운 문화를 배우게끔 응원해주는 하나의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31일 대전 괴정고에서 이찬재(77·오른쪽)와 안경자(77씨)가 강연하고 있다. 

가족 구성원들을 비롯한 타인과의 협업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안 씨는 "오늘날 이러한 쾌거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혼자가 아닌 친구, 식구, 선생님, 이웃들, 선후배들과 함께한 결과였다고 본다"며 "함께한다는 것에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피력했다. 

이어 안 씨는 "혼자서는 안되니깐 협업을 해야 한다. 제가 쓰는 스토리를 영어와 포루투갈어로 번역해주는 아들과 딸이 있기에, 즉 가족들끼리 협업이 돼서 이런 큰 상(웨비 어워드)도 받게된 것"이라며 "학교 안에서도 무엇을 두고 혼자만 열심히 하려하지 말고 옆에 있는 친구, 선생님과 함께 협업한다면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결과를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석진 대전 괴정고 교장은 "나이와 관계없이 SNS를 통해 세계의 많은 사람들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끌림의 능력을 갖고 계신 분들로 늘 존경하는 분들이기에 초청했다"며 "가족 간의 협업, 스토리텔링, 70대 노인들의 SNS 활동 등에 대한 이야기는 학생들은 물론, 모든 이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귀한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는 대전 괴정고가 올해부터 추진중인 '마을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배움교실'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너는 원숭이해에 태어났지? 너희가 무척 그립다.(그림 이찬재, 글 안경자) [사진=인스타그램 drawings_for_my_grandchildren 페이지 캡쳐]
할아버지가 호오~ 해주면 안 아파.(그림 이찬재, 글 안경자) [사진=인스타그램 drawings_for_my_grandchildren 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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