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이런 축구는 없었다... 우승은 덤, 지금까지만으로도 ‘극장축구’

에콰도르와의 준결승 전반 39분 최준 선수의 결승골 장면. (사진=YTN)
에콰도르와의 준결승 전반 39분 최준 선수의 결승골 장면. (사진=YTN)

“전 세계인들이여, 이런 축구를 보았는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한국 축구

[충청헤럴드 서울= 강재규 기자] 이 이야기는 결코 스포츠 경기로서의 축구 이야기가 아닙니다. 굳이 이름붙이자면, ‘드라마 축구’ 내지는 ‘극장 축구’ 이야기입니다. 남자 축구가, FIFA 주관 대회 사상 첫 결승행을 했다고 해서가 아닙니다.  '새 역사'오랜 동안 세계 축구계의 변방,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써내려가는 드라마같은 축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기 때문입니다.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믿기지 않는, 기적의 축구입니다.

역대 한국의 축구에 세계인들이 이토록 열광한 적이 또 있었던가요? 그 중심에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오른 ‘이강인’이란 소년이 자리하구요, 그는 이른바 세계인들로 하여금 ‘이강인 열풍’에 빠져들게 한 주인공입니다. 세계적인 ‘이강인 열풍’의 주역 이강인 선수에 대한 극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메시, 그 이상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강인 선수. (사진=게티이미지)
이강인 선수. (사진=게티이미지)

이들 20세 이하 선수들에게는 축구의 전설과도 닽은 최용수 감독(FC서울)은 사상 첫 U-20 월드컵 결승 진출을 이끈 정정용호의 '에이스' 이강인을 극찬했습니다.  "어디서 이런 선수들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때가 때를 만난 것 같다. 걸출한 놈, 대단한 물건이 나왔다." 아웃스탠더들 중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히는 이강인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처럼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오르면서 이강인의 황금 왼발에 전 세계가 감탄하고 있습니다. 팀 우승을 이끌면, 두말할 것없이 대회 MVP인 골든볼 수상이 유력하다는데 이의를 달 수 없습니다.

얼마나 영리한지 모릅니다. 허를 찌른 이강인의 패스에 에콰도르 수비진이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능청스런 표정 연기까지 더해 축구 지능지수면에서 누구도 따를 수 없을 듯합니다. 그러면서도 이강인은 경기후 인터뷰를 할라치면, 언제고 이런 식이죠.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준이 형이 잘 뛰어주고 넣어줘서 이길 수 있었습니다. 예선경기부터 결승진출까지 치른 6경기서 1골 4 도움.

한국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면 골든볼 수상은 거의 이강인의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역대 골든볼 수상자 마라도나와 메시, 포그바 등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았거나 현재 그러고 있는 대형 스타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지면서도 끝내는 이기는 축구가 바로 한국의 축구!”

┃한국의 축구가 매직인 이유는 무얼까요?

이번 U-20 FIFA월드컵 축구대회에서 한국축구는 처음부터가 기적의 시작이었고, 경기를 더해갈수록 기적의 강도는 더 커져갔습니다. 절망의 순간에도 결코 굴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심어줬고,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같은 의지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일본, 중국은 말할 것도 없이, 세계인들이 한국 축구를 보고 부러워하는 이유입니다.

이 나라 기성의 어른들이 더욱 놀라는 것은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하는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원들이 하나같이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이들의 가장 큰 무기가 아닐까 합니다. 훈련장에서나 숙소에서도 대표팀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겁니다. 자신감이 넘치니 질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없어 보입니다. 우크라이나가 결승에 올라온 강팀이라 하지만 자신들도 강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거죠.

한국 축구가 ‘매직’인 이유는 무얼까요? 한국 축구가 마법을 부린 데는 아마도 패할 것만 같거나, 지다가 이기는, 전약후강의 역전승에 있는 것 같습니다. 마법같은 한국 축구의 시작은 이 대회 조별예선 경기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조별 예선 첫 경기 포르투갈과의 경기서 패하면서 살짝 예선탈락 우려도 없지 않았습니다. 늘 그랬듯이, 우리에겐 국가대표팀 대회에서나 청소년대회에서나 대진운이 없다는 징크스, 그래서 16강 진출 여부를 놓고서는 언제나 경우의 수좀 안 따지고 넘어갈 때가 별로 기억에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20세 이하 대회에선 달랐습니다. 포르투갈에 이어 벌어진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를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한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숙적 일본을 침몰시킨 16강전 오세훈의 결승 골. 다섯 번이나 비디오 판독을 거치는 혈투 끝에 극적인 승부차기 승리를 거둔 세네갈과의 8강전. 정규시간을 넘기고 추가시간 종료 5초 전에 코너킥을 받아 극적인 2-2 동점 헤더골을 성공시킨 극장골은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했습니다.

이어 연장전 선제골로 쉽게 승부가 갈릴 것만 같더니 역시 연장 후반, 그것도 추가시간에 허용한 3-3 동점골. 이어진 승부차기는 또 어땠나요. 첫 2명의 키커가 실축을 하고도 이기는 승부차기, 세상에 이런 축구가 다 있었네요. 그리고 에콰도르를 꺾고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이끈 이강인의 결정적인, 창의적인 패스 한 방. 너무도 통쾌하지 않았나요? 여기에, 골키퍼 이광연의 거미손 철벽 선방쇼까지. 가슴 철렁하던 때도 많았습니다. 공이 우리측 골대를 맞고 실점을 모면했던 것하며, 모든 것이 하늘이 돕지 않고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기적같은 승부였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는 원팀, 저희가 우승할게요.”

┃모든 장면 하나 하나가 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

20세 이하 대표팀이 만들어 온 모든 장면 하나 하나는 우리나라 축구 역사를 계속 새롭게 쓴 마법같은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우리 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 FIFA가 주관하는 남자 대회를 통틀어 최고 성적을 예약했습니다. 결승진출이 확정된 남미 에콰도르와의 4강전은 과거 박종환 사단이 4강을 이룬, 꼭 36년전의 그날과 날짜도 같은 날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역사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준결승전 결승골 최 준 선수. (사진=YTN)
준결승전 결승골 최 준 선수. (사진=YTN)

결승에 오른 날, 이강인으로부터 절묘한 스루패스를 받아 그림같이 골로 성공시킨 주역 최준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원팀입니다. 저희가 우승할게요.”라고 했습니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담담하게, 숫기어린 아이의 말을 듣노라면 얼마 감격스러운지 대견스럽고 가슴벅찼던 기억을 모두가 할 겁니다.

“한국 축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서 세계와 경쟁력에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고 느끼게 돼 기쁩니다.”

정정용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의 말에 온 국민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16일 새벽, 모든 국민은 다시금 힘차게 외칠 것입니다.

“대~한민국~! 짜작~짝~짝짝!”

이제 남은 단 한 경기, 동유럽의 강호 우크라이나와의 결승 한판승부입니다. 하지만, 우승은 ‘덤’일 뿐입니다. 이미 한국 축구는 ‘극장축구’ 그 자체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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