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4 민족의 비원이 서린 곳, 백두산을 가다

우리 민족의 가슴 속 영원한 고향으로 자리 잡고 있는 백두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찾아가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국토가 남북으로 갈려 두 동강 나고, 많은 지역이 중국의 현실적 지배 아래 놓여 있어 우리 발길을 가로막고 있음이 안타깝다. 언젠가는 꼭 한번 밟아보고 말리라는 오랜 기다림 끝에 설레는 가슴을 안고 2012. 6월 26일 인천공항을 출발, 연길행 비행기에 올랐다.
백두산에 가는 길은 연길행 항공편 이외에 장춘, 심양, 대련 등을 통한 항공편을 이용하거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경유하는 선박편을 이용하는 길 등이 있으나 연길을 통하는 길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 연길은 우리 동포가 많이 살고 있는 조선족 자치주여서 거리의 상점 간판들도 대부분 우리말로 되어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이곳의 동포들 살아가는 모습도 살펴보고, 주변의 우리 역사의 유적지들과 용정 등 인근 도시에 있는 우리 독립운동의 자취 등도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지만, 우리 일행은 일정이 촉박하여 잠시 점심 요기를 한 후 현지 가이드를 만나 전용 버스를 타고 바로 백두산 관광의 관문인 이도백하를 향했다. 울창한 숲과 작은 마을들 사이를 몇 시간 달려서 저녁 늦게 이도백하에 도착하여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백두산
백두산 - 달문

이튿날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서서 북백두 전망대를 오가는 봉고차 정도 크기의 셔틀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약간 험한 임도를 따라 한 시간 정도 오르니 차는 거의 정상 가까이 위치한 종점에 다다랐다. 우리는 산 위의 기상대 여관에서 3일을 숙박하면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또 천지 아래쪽까지 내려가 야생화와 함께 백두산을 사진에 담을 계획이다. 그래야만 원하는 사진 포인트를 섭렵하고, 일출과 일몰 등의 특별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패키지 관광객들은 산 아래 호텔에서 자고 아침에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왔다가 오후에 다시 타고 내려가는 짧은 일정으로 북백두, 서백두 전망대, 백두폭포 등 몇 군데를 둘러보는 것으로 관광을 마친다. 그러다 보니 요행히 맑은 날씨를 만나면 좋지만, 운 나쁜 사람들은 힘들게 올라왔다가 눈비나 짙은 안개로 인해서 아무 것도 보지 못한 채 아쉽게 여행을 마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혹 백두산 관광을 계획하고 계신 분이라면 백두산 정상 부근의 숙소에서 숙박하거나, 천지를 중심으로 능선을 돌며 트레킹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을 골라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기상대 여관에 짐을 내려놓고 우리는 서둘러 북백두의 전망대를 향해 올랐다. 2, 30 분쯤 걸리는 약간 가파른 계단 길을 굽이굽이 오르니 저 아래 천지를 중심으로 백두의 봉우리들이 한눈에 조망된다. 관광객들이 거의 계단을 가득 채우며 끝없이 밀려드는데, 얼핏 보기에 반은 중국인, 반은 한국인으로 보인다. 가히 우리 민족의 순례길이라 할 만하다. 우리는 이 감격스런 풍경을 해가 져서 어두워질 때까지 마냥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백두산 - 북백두
백두산 - 북백두

기상대 여관이란 곳은 꼭 우리네 시골 도시의 여인숙 같은 분위기다. 방도 6-7명이 함께 자는 단체방이고, 음식도 어설프기 짝이 없으며 제대로 된 욕실도 없다. 좁은 방에 카메라 가방 등 짐과 여러 명이 함께 하며 지내자니 옆 사람의 코고는 소리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는 등 불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우리는 고대하던 백두산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모든 고생을 감수하기로 한다.
이튿날 이른 새벽 여관을 나서 전망대에 오르니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천지의 물 위에는 물안개가 뽀얗게 피어오르고, 잠시 기다리니 천천히 하늘이 붉게 물들면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일출을 보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일출을 담고 나서 숙소에 돌아와 늦은 아침식사를 한 후 다시 길을 나서 천상화원이라 부르는 천지 물가로 내려간다. 제대로 닦여진 길이 없는 험하고 가파른 길을 내려가고 다시 올라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지만, 물가를 수놓은 희고 붉은 야생화들과 함께 뭉게구름 둥실 떠 있는 하늘을 거울처럼 담고 있는 천지를 사진에 담는 시간은 참으로 행복했다.

백두산 - 서백두
백두산 - 서백두

다음 날은 어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달문이란 포인트까지 두 시간 정도 내려가서 천지를 담고 돌아왔다. 그렇게 북백두의 일정을 마친 후에는 산을 내려와 이도백하의 숙소에 이틀간 머물며 서백두, 남백두, 백두폭포 등을 둘러 보며 백두산 관광을 마무리하였다.

백두산 - 천상화원
백두산 - 천상화원

끝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 독자분들께 관련된 용어를 바르게 사용하시기를 제안해 본다. 중국 당국에 의해 고구려, 발해 등 우리 선조들의 오랜 역사가 숨쉬고 있는 광대한 만주 땅에서 우리 민족의 역사의 흔적을 부정하고 지워내려는 동북공정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인들은 장백(중국 발음으로 창바이)산, 장백 폭포라 부르고, 북파, 서파, 남파 등으로 부른다. 파는 언덕이란 뜻으로 백두산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현실적으로 강대국인 그들의 지배 아래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해도 우리 민족의 역사까지 지워지지는 못하도록 우리는 바로 알고, 바른 이름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 고문헌에 기록되어 온대로 백두산, 백두폭포 또는 비룡폭포, 북백두, 서백두, 남백두라는 바른 이름을 사용하고, 후세에 물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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