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6 지구의 신비-다롤 유황 호수와 에르타알레

다나킬에서의 둘째 날인 7일 우리는 아침 일찍 소금을 캐기 위해 들어가는 낙타 행렬을 따라가 그들의 혹독한 소금 캐기 작업을 본 뒤 또 다른 비경인 소금 산과 다롤 유황 호수를 찾아 나섰다. 소금 산은 유황 성분이 많은 소금층이 오랜 시간 풍화와 침식을 거듭하여 산과 계곡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소금산
소금산

다롤 유황 호수는 참으로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이다. 화산 지형이므로 여기저기 온천수와 뜨거운 수증기가 솟는 가운데, 유황의 노란 색을 중심으로 흰색, 주황색, 녹색 등 다양한 색깔로 이루어진 갖가지 용암 바위와 온천수가 호수와 산, 다랑논 등의 기이한 형상들을 연출해준다. 지구가 아닌 외계의 먼 행성에 와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신비로운 풍경이다.

다롤 유황 호수
다롤 유황 호수

다나킬 지역을 여행하려면 사진 속에서 보듯이 무장한 군인과 경찰의 호위를 받아야만 한다.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에르투리아와의 국경이 가깝기 때문이다. 우리들에게 그 위험성이 별로 체감되지는 않는데, 만약을 위해서란다. 우리의 여행비 속에는 그들에게 전해지는 수고비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다나킬 지역의 마지막 일정은 에르타알레(연기나는 산이라는 의미) 화산 탐방이다. 8일 아침 하메델라에서 화산의 관문인 도돔 마을까지 가는 6-7 시간의 길은 내가 경험한 최악의 길고 험한 길이었다, 자욱한 먼지를 날리는 사막을 달리는가 하면 험한 바위 언덕을 오르며 몸을 사방에 부딪힌다. 일부러 오프로드를 즐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듯하다.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도전의 욕망을 부추긴다. 도돔에 도착해 저녁을 먹고 기온이 내려가고 어두워지는 밤을 기다려 화산을 향해 약 3시간의 트레킹을 한다.
드디어 바로 지척에서 붉은 용암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며 터져나오는 모습을 본다. 지구의 심장이 맥박치며 뜨거운 피가 솟구치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분화구 가까이는 얼굴이 뜨거워 접근하기도 힘들다. 몸은 피로에 지쳐 있지만 마음은 이 색다른 풍광 앞에서 뜨겁게 벅차 오른다.

에르타알레 화산
에르타알레 화산

대부분의 여행을 아내와 함께 하지만, 이번 여행은 너무 고생스런 오지 여행이라 혼자 떠나 왔었다. 그러나 다나킬에서 본 장엄하고 신비로운 풍경들을 보니, ‘좀 힘들더라도 아내에게도 이런 비경을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텐데’하며 후회가 들었다. 이번 에티오피아 다나킬 여행은 그 불편과 고생으로 인해 다시 가라면 좀 주저하겠지만, 수고를 보상받고도 남을 만큼 특별한 것이었다.

에티오피아는 인구 약 1억의 내륙 국가로 농경과 목축, 커피와 피혁 등이 주요 산업이다. 국토 전체가 해발 1천 미터 이상의 고원으로 이루어져 낮에는 햇살이 뜨겁지만 밤에는 선선한 편이다.
우리와의 인연도 깊다. 한국전 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약 3,500명의 군인이 참전해 중공군과 싸웠고, 그 중 121명이 전사, 560여 명이 부상당했다.
참전 군인 중에는 우리가 잘 아는 마라톤 선수 ‘맨발의 아베베’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자세한 내용을 여기에 다 적을 수 없지만, 고난을 극복한 인간 승리로 우리에게 참으로 아름답고 고귀한 깨우침을 준 인물이다. 우리가 그를 기억하고 존경해야 할 이유는 올림픽 마라톤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뛰어난 선수라는 것 때문만이 아니다. 그 뒤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라는 청천벽력 같은 불행을 겪었으나,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여 1970년 노르웨이 휠체어 크로스컨트리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것을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이어서 장애인 올림픽 양궁과 탁구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초인적인 의지를 불태우던 그는 안타깝게도 후유증으로 인해 41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더 알고 싶으신 분은 필자의 인터넷 카페 ‘나마스떼갤러리’의 ‘우리들의 이야기’에 소개한 내용을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

1963년 우리와 공식 수교하여 68년 셀라시에 황제가 방한하기도 했다. 1975년 공산주의자들의 군부 쿠테타로 군주제가 폐지되고, 북한과 수교하면서 우리와는 한때 멀어졌다. 그러다가 1991년 맹기투스 공산 정권이 붕괴되고 제나위 총리가 취임하면서 다시 관계가 호전되었다.
인구의 약 45%는 에티오피아 정교회, 약 35%가 무슬림이고 나머지는 개신교와 토속신앙 등이다. 이들의 기독교 전통은 매우 깊은데,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편에 싣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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