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실 때, 내리실 때 꼭 카드를 단말기에 태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대전 시내버스를 타면 나오는 안내 말이다. 이런 안내 방송을 접할 때마다 "타실 때, 내리실 때 카드를 꼭 단말기에 대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태그라는 단어를 알아듣는 이용객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에서다. 

대전교육청 산하 기관으로 문을 연 ‘에듀 힐링센터(Edu. Heeling Centre)’도 마찬가지다. 무엇하는 곳이며 누가 이용하는 곳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간판을 보고 영어를 아는 사람은 영자(英字)를 보아야 알 수 있고 영어권 사람은 발음을 들어야 알 수 있을 것이기에 이용하는 학생들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설명을 해야 알게 될 것이다. 꼭 영문자(英文字)로 표시해야만 했나?

흙수저를 보았나? 형체를 만들 수는 있어도 사용은 불가하지 않은가? 흙으로 빚어 불가마에 구어 낸 자기(瓷器) 수저는 선조들이 사용했다. 나무 수저는 있지만 금수저와 흙수저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세상을 비웃는 듯한 말들이 회자(膾炙)될까? 

한 발 더 나아가 ‘헬 조선(hell chosun)’이라는 말은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이 지옥(地獄)이라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지옥이란 말인가? 그러면 실제로 굶주리는 북한과 헐벗고 굶주리는 지구 상의 여러 곳은 무엇이라고 칭해야 하는가? 오늘이 있기 위해 민족 상쟁의 6·25전쟁을 이겨내고 배 고픔을 참으며 찜통 더위와 혹독한 추위를 이겨낸 것이 아닌가? 독재시대에 민주화 투쟁 등을 통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낸 세대가 있기에 우리 세대가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직업을 얻기 힘들다면 세계를 향해 나래를 펴고 용트림해보지도 않고 '헬 조선' 하며 비하(卑下)하는 것을 듣게 되면 참으로 못마땅하다 못해 부하가 치민다. 

주방장, 요리사, 요리가 등 많은 우리말을 두고 굳이 셰프(chef)라고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말에 대한 자존감보다는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 배불리 먹는 차원을 넘어 먹거리의 질을 중요시하는 사회가 되었는데도 지상파는 물론이고 공중파까지 서슴없이 '헬 조선'이라는 단어를 남용한다.

남편을 오빠라 부르는 것을 너무 자주 듣기도 한다. 너나없이 사용하니까 그 때마다 지적하고 나무라고 싶은 충동을 참기가 힘들 지경이다. 오빠가 남편이라니? 그런데도 방송의 연속극조차 잘못된 그 호칭을 거리낌없이 사용한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는 것이 왜 유행일까? 일부러 찢고 갈아서 낡게 하여 입었을 때 살가죽이 보이게 하는 것이 멋스럽게 보인다는 것인가? 풍요로운 세상이라서 좋은 옷뿐이라서 일부러 낡게 한 옷을 입고 싶게 되는 것인가? 신체 부위를 감싸고 체온을 보온하는 옷의 본래 기능을 도외시하고 옷을 찢어 입고 다니는 것이 혼란스럽다.

'우리말이 최고'라고 호들갑을 떠는 기간은 10월 한글날 전후 일주일뿐이라는 사실에 씁슬함을 지울 수 없다. 우리말, 우리나라, 우리 것, 우리 문화를 일상 속에서 귀중하게 사용하고 자랑스럽게 아껴보면 좋겠다. (충청헤럴드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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