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용 대전초등교장협의회장(대전문창초등학교장)<br>
박찬용 대전초등교장협의회장(대전문창초등학교장)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번갈아 하면서 슬기롭게 대처하며, 학생 안전 및 학습지도에 애쓰고 있다. 또한, 2학기부터는 전면등교를 한다는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교육 정상화의 희망 속에 모든 교직원이 힘을 합쳐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공부하는 곳이어야 하고, 교직원들은 학생들이 있을 때 존재 이유가 있다. 학교의 중심에는 학생들이 있고, 그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가 존중받아야 하며, 교장과 교감 및 행정실 직원은 교사가 교육활동을 원활하게 전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지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학교 구성원들은 계급 사회적인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각자의 역할이 다른 수평적 관계로 존재하기 때문에 갑과 을로 구분할 필요가 없고, 굳이 나눈다면 당연히 일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갑이 되어야 하고, 지원하는 구성원은 을이 되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상호 존중하는 문화 정착을 위해 구성원들이 다 함께 노력하고 있으며, 본교에서도 매주 월요일에는 모든 직원을 ‘선생님’으로 호칭하기로 하였다. 학교마다 특색 있는 학교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대전광역시교육청은 타교육청에 비해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가 우려하는 일이 올해 또 발생하였다. 전교조대전지부(이하 전교조)에서는 2021년 상반기 갑질 피해 실태 조사 설문지를 교원에게 배부하여 5월 24일-6월 4일까지 수합하고 있다. 이는 17개 시도 중에 유일하게 대전에서만 몇 년 전부터 1년에 2회 실시한다. 전교조에서는 노동조합법에 조합원의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 복리증진, 경제적ㆍ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갑질피해 실태 조사가 합법적인 노조활동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비조합원까지 포함시킨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심지어 교감․교장에게도 설문지를 배부하여 전교조에서 교감․교장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생각되며, 북한에서 실시하고 있는 자아비판을 강요하는 느낌마저 든다. 

설령 갑질피해 실태 조사가 합법적인 노조활동이라고 하더라도 도의적으로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교장이 학부모의 가정폭력 및 아동 학대 실태 조사를 1년에 두 번씩 하면서 학부모에게도 설문에 응답하게 한다면, 학부모는 당연한 일이라고 협조할까, 아니면 학부모 인권 침해라고 하면서 강력하게 항의할까? 정상적인 교장이라면, 그런 설문을 할 생각이나 하겠는가?  

학교 관리자에 의한 갑질 패해 실태 조사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전교조에서는 갑질피해 실태 조사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교장을 잠재적인 범죄집단으로 인식하여 인권을 짓밟고 있으며, 상호존중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교장을 존중하지 않고, 교장과 교사를 이간질시키고 갈등을 유발하여 상호배척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갑질이라고 주장하는 항목도 객관적인 근거를 대지 않고, 자의적으로 해석하였으며, 지금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전근대적인 내용을 억지로 추가한 느낌도 든다. 

둘째, 전교조에서는 교장이 학교 경영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게 하여 학교 교육력 저하를 유발하고 있다. 

일선 교장들이 몇 년 동안 설문지를 받아보고 나서 필자에게 보내온 심정은 다음과 같다. 

“상호존중문화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다. 상호 갈등을 조장한다. 교육현장을 황폐화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감시하는 것 같고, 무슨 말을 하면 갑질한다고 할 것 같아 경계심을 가지고 대한다. 직원회의 때 혹시 녹음하지 않나 살피게 되고,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게 된다. 북한의 5호담당제보다도 더 심하게 감시당하는 느낌이 든다. 자괴감, 허탈감, 무력감을 느낀다.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 빨리 퇴직하고 싶다.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테러행위다. 교사가 무섭게 느껴진다” 등이다. 

셋째, 전교조가 교장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설문지 서두에 실태조사의 목적을 처벌보다는 계도를 통한 민주적 상호존중 문화의 정착에 있다고 밝힘으로써, 전교조가 교장을 처벌할 수도 있고, 계도할 수도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교조가 언제부터 처벌기관이고 계도 기관으로 바뀌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설문 결과로 대전시교육청에 감사 또는 행정지도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하려면 구체적인 개인의 비위 사실 및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는 예년부터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자인한 것이다. 

넷째, 전교조에서는 교장과 교사를 분열시켜 갈등을 유발시키고, 그 책임을 교장에게 전가시킴으로써 교사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교사가 갑질을 당하면 본인이 직접 국민신문고나 권익위원회, 시교육청 감사실에 신고하면 된다. 전교조가 실태 조사를 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어처피 전교조는 직접 신고할 수 없다. 교사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보여주기식 편가르기에 지나지 않는다. 학교 구성원 간에 서로 믿고, 의지하고, 도와주고, 존중하고, 협력하여 밝고 희망찬 학교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전교조는 갑질실태 조사를 중단하고, 본연의 참교육에 정진하길 바란다. 그것이 필자가 제기한 의혹을 상쇄하고, 대전 교육을 살리는 길이며, 학생과 학부모에 보답하는 길이다.

<박찬용 대전초등교장협의회장·대전문창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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