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세종 교육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 열어

전국교직원노조가 정부의 묻지마 고교학점제 추진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4일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어붙이기식의 고교학점제가 학교, 학생, 학부모 모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만큼 학교 현장의 교육여건과 대입 시스템부터 고칠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충청헤럴드 권성하 기자]
전국교직원노조가 정부의 묻지마 고교학점제 추진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4일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어붙이기식의 고교학점제가 학교, 학생, 학부모 모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만큼 학교 현장의 교육여건과 대입 시스템부터 고칠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충청헤럴드 권성하 기자]

[충청헤럴드 권성하 기자] 정부의 고교학점제 추진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세종·충남·충북지부는 11일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대입제도 개편과 고교학점제 재검토를 위한 전국 고교 교사 서명 결과 발표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육부가 2025년에 적용될 고교학점제 도입 시기를 2년 앞당기면서 당장 내년 고1부터 고교학점제가 추진되는데 정작 학교 현장에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년 연구학교나 선도학교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무작정 추진하는 고교학점제가 학교와 학생들에게 재난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전교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육부가 지금처럼 고교학점제를 확대하면 학생 선택 존중이라는 취지는 무색해지고,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만 커지며 교육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고교학점제로 기형적인 한국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고교학점제를 시행할 수 있는 기반 조성도 전무한 상황에서 빠르게 강행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성토했다.

또 "교육계에서 각종 우려를 제기하는데도 정부가 향후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고교학점제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묻지마 고교학점제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고교학점제는 기반 조성이 선행돼야 하는데 먼저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고, 수시 위주로 대입 제도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며 "고등학교 내신에서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전과목 성취평가제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고교학점제를 졸속 시행하면 교육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의 학생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며 "정부는 인근학교와의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과, 지역사회 기관을 활용해 학점을 이수하도록 한다고 했지만 인근에 다른 고등학교나 마땅한 학점 이수기관이 없는 시골 읍·면 지역의 학교에서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정부의 고교학점제 추진에 대해 일선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게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한 취지는 좋지만 획일적 평가방식인 수능의 반영비율을 높여버린 황당한 엇박자 정책이 문제다.

2021학년도 서울대 입시에서 수시전형으로 입학한 수도권 학생의 비중이 55.8%이고, 정시 수능으로 입학한 수도권 학생 비중이 78%인 점도 '공정'을 앞세워 수능 정시 비율을 높였지만 결과적으로 상위권 대학 진학에서 지방 학생들만 손해본 결과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입제도에 대한 개선 없이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만 확대하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흥미에 맞게 과목을 선택하기보다는 '대입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것도 부작용이다.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따라 배워 자기 주도적 인재로 성장하는 것을 돕겠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전교조는 "고교학점제를 적용 중인 연구·선도학교가 겪고 있는 혼란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교사들이 담당해야 할 과목 수가 늘어난 것은 기본이고, 과목이 늘어남에 따라 수업준비, 평가, 기록해야 할 업무도 더불어 늘어났다. 자신의 전공과 관련이 없는 과목을 담당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건 고교학점제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 여건 조성과 선결과제 해결"이라며 "고교학점제 졸속 시행을 피부로 느끼는 전국의 고교 교사들이 지난 10월부터 '대입제도 개편과 고교학점제 재검토를 위한 전국 고교 교사 서명'에 나선 만큼 정부는 밀어붙이기식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확대를 중단하고 선결과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이날 기자회견과 함께 ▲고교 성취평가제 전면 확대 및 수능 자격고사화 실시 ▲다교과 지도교사 수업시수 감축 및 교원 정원 확대 ▲교육격차 해소 위한 특별 대책 마련 ▲과목 선택 및 교육과정 편성에 민주적인 협의회 운영 제도화 ▲기본 소양 함양을 위한 공통과목 및 필수 이수 단위 확대 ▲선결과제 해결 없는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확대 중단 등의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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