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 한복판 지하철역에서 참담한 사건이 발생할 줄은.

지금도 믿지 못할 일이다. 직장 동료의 손에 의해 직장에서 엽기적인 일이 생겼다는 것을.

최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사건은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다시 일깨워준다.

범인은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극악한 범행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더구나 피의자가 오래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적 충격은 더해졌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지 다음달이면 1년이 된다. 지난 1999년 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 법은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왔다. 범죄 행태가 갈수록 과감해지고 잔혹해지는 데다, 범죄 건수도 갈수록 늘면서다.

이 법은 스토킹 행위의 유형으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 다니거나 지켜보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주거 등에 물건을 두거나 훼손하는 행위 등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규정했다. 또 이 같은 행위가 지속 또는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를 스토킹 범죄로 정의했다. 

범죄자에게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고, 흉기 등을 이용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 시행에도 스토킹과 관련 보복범죄가 끊이지 않고 이런 사건이 또다시 일어나자, 법무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긴급 대책을 내놓았다. 스토킹 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 규정을 폐지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가해자 위치추적 등 피해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법규 정비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범죄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며칠전 해당 사건에 대해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가해자가) 폭력적 대응을 했다"는 한 서울시의원의 ‘실언’은 스토킹 범죄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아쉬운 시선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생각은 이제 버리자.

그렇지 않으면 언제 누구에게 닥칠지 모른다. 생각하기도 어렵고, 믿지 못할 이런 일이.

[심영운 취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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