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4월 23일 '세계 책의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월 23일 '세계 책의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

책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축제인

'세인트 조지의 날'에서 유래되었다. 또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동시에 타계한 날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1995년부터 이날을 '세계 책의 날'로 정해 독서 출판을 장려하고

지적 소유권을 보호하는 운동을 펴고 있다.

세계 책의 날을 앞두고 충청헤럴드가 기획 <만나고 싶었습니다!> 코너를 신설, 첫 번째로, 책과 함께 반세기를

살아온 대전 서적 유통업의 대부, 이연수 학우사 대표의 삶과 철학을 들어 본다.  <편집자 주>

 

대전에서 3대쨰 서적 유통업을 하며 책과 벗을 삼고 있는 이연수 학우사 대표 [사진=충청헤럴드 김범수 기자]
대전에서 3대쨰 서적 유통업을 하며 책과 벗을 삼고 있는 이연수 학우사 대표 [사진=충청헤럴드 김범수 기자]

대전에서 3대째 서적 유통업을 하면서 책과 벗을 삼고 있는 이연수 학우사 대표!

이 대표는 이날도, 북한 이탈 주민의 초.중학교 자녀들에게 보내는 학습 참고서 포장을 마치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대표 회사의 서적은 거의 대부분 초.중.고생 학습 참고서이기 때문!

7순을 넘긴 이 대표는 스스로 58년 개띠라고 천진난만하게(?) 능청을 떤다. 그만큼 젊고 건강하다. 그러니 이른 아침부터 사무실에 출근,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매년 3,4월 신학기가 되면 이 대표의 전화기 벨이 자주 울린다. 

지난 20여 년 전부터 책 기부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신학기 참고서를 구입해야 하는 어려운 가정의 학생과 북한 이탈주민, 다문화가정 등을 관리하는 기관의 전화다.

이 대표가 보내는 참고서는 ‘팔고 남은 것'이 아니라 언제나 유통할 수 있는 책이다. 지금까지 20여 년간 기증한 책만 1만 3천여 권.

학교에 기증할 때는 학생들 지도에 도움 되시라고 교사용 지도서도 함께 보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학교 방문이 중단되어 안타까웠지만 다시 시작되었다. 

"책을 기증하면 이 책으로 실력을 쌓아가는 학생들을 볼 때 뿌듯하다"는 이연수 학우사 대표 [충청헤럴드=김범수 기자]
"책을 기증하면 이 책으로 실력을 쌓아가는 학생들을 볼 때 뿌듯하다"는 이연수 학우사 대표 [충청헤럴드=김범수 기자]

이 대표는 3대째 서적 유통을 가업으로 이어 가고 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서울 북창동의 서적 유통회사에서 근무했던 부친(이종엽 1978년 작고)은 만주 하얼빈에서도 같은 사업을 하다가 1960년대 충남 홍성에 ‘학우사’라는 이름으로 정착했다고 한다. 

고향인 홍성 광천에서 초.중.고를 마친 이 대표는 서울로 상경,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대기업을 다니다 부친의 사업을 돕기 위해 사표를 낸 후 지금까지 40년 이상 대를 잇고 있다.

대전으로 본사를 옮긴 뒤 광고홍보학을 전공한 외아들(이상윤 40)과 책과 함께 40년 외길 인생을 살고 있다. 

40여 년의 세월 동안 자신도 변했지만, 각종 책의 모양 등도 다양하게 변화했다고 한다.
종이 질의 고급화에 판형은 국판에서 국배판으로, 활자도 커지고 예쁘게 컬러화되었다는 것!

그러나 "간혹 초등학교 수학 문제집은 문제만 풀면 폐기하는데도 고급 재질과 아이들의 시선을 끄는 컬러 삽화까지 편집, 1만 원이 넘는 고가로 책정되어 아쉽다"고 지적한다.    

이 대표는, "책 유통업도 학령인구 감소와 온라인 판매, 영상책 등 등장 영향으로 새학기라도 대전지역 동네 서점에 2만 권도 채 출하하지 못한다"면서 "10여 년 전에 비해 거의 배 가까이 쪼그라 들었다"고 회고했다.

따라서 당연히 수익도 줄었지만 다문화가정과 북한 이탈주민 자녀, 그리고 사회단체의 불우학생 참고서 요청에는 쉽게 거절하기 어렵다.

이 같은 계기는 책을 받은 학생들의 편지로부터 시작되었다. 
"공부 열심히 해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아저씨처럼 나도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내용에 감복한 것!

이 대표는 참고서 내용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한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더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스토리텔링 형식의 집필 편집과 함께 사회 변화에 따른 영상 콘텐츠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주문한다.

"책을 기증하면 이 책으로 실력을 쌓아가는 학생들을 볼 때 뿌듯하다"는 천성이 교사인 이 대표! 

이제는 책 사업을, 대학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 학우문고를 별도 운영하는 외아들(이상윤 40)과 함께 책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시민들이 언제나 읽고 싶은 책을 볼 수 있는 대형 북 카페를 꿈꾸는 이연수 학우사 대표 [사진=충청헤럴드 김범수 기자] 
시민들이 언제나 읽고 싶은 책을 볼 수 있는 대형 북 카페를 꿈꾸는 이연수 학우사 대표 [사진=충청헤럴드 김범수 기자] 

이 대표에게는 남은 마지막 꿈이 있다.

대형 북 카페를 열어 대전시민들이 이곳에서 멜로디가 흐르는 은율 속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들며 벽 전체가 책으로 둘러싸인 곳을 만드는 것! 

이곳에서 언제나 읽고 싶은 책을 볼 수 있는 지혜의 샘이 솟는 문화의 빛 쉼터를 대전 최초로 조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책 장사는 다른 장사와 다르다. 만약 책을 훔치는 아이가 있다면 한 권을 더 주고 나아가 책을 뿌려라. 그러면 읽게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 같은 생각을 한 계기는 10년 전 대전 태평중 교장을 마지막으로 정년 퇴임한 미술을 전공한 부인(김정옥)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올바로 볼 수 있는 눈,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이 책', '책 읽는 민족은 번영하고 책 읽는 국민은 발전한다'고 말한 철학가, 故 안병욱 박사의 명언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는 이 대표!

"이 나이에도 일하면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이 복이고 그래서 기쁨 주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하하하.... "   

이 대표의 얼굴에는 책의 날을 앞두고 봄 햇살처럼 환한 미소가 넘친다.

<대담 박붕준 충청헤럴드 회장 / 촬영 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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