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 캘린더 캡쳐]

5월이 '가정의 달'이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당장 오늘(1일)은 '근로자의 날'이고,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 겸 '성년의 날' 그리고 27일은 '부처님 오신 날'! 

또 있다. 18일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로 이 정도까지는 안다는 듯 고개를 끄떡인다.

정부 산하 관련 단체가 지정한 '바다식목일', '유권자의 날', '발명의 날', '식품안전의 날', '세계인의 날', '방재의 날', '금연의 날', 그리고 '바다식목일'과 별도로 5월에는 '바다의 날'이 따로 있다.

그러나 별의별 기념일도 다 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언젠가부터 1년 열두 달, 매월 14일은 신종 기념일이라고 한다.

지난달(4월) 14일은 짜장면 먹는 날인 '블랙데이'로 전국의 중국 요릿집들이 짜장면 반값 할인을 포함한 짜장면 색깔인 블랙 마케팅을 펼쳤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이 달(5월) 14일은 충청헤럴드 독자들이 인정하든 안 하든 '로즈데이'라고 한다.

무조건 매월 특정 일은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심지어 6월은 '키스데이' 8월은 '그린데이', 9월은 '포도데이', 12월은 '허그데이'라고...

매월 외래어를 쓰면서 포도데이는 왜 'grape day'라고 안 했는지 궁금하다. 

특정일 '데이'에는 달마다 선물을 주고받는다는데 선물 비용과 특별 이벤트를 준비해야 한다면 부담이 되지 않을까?

더구나 국적 불명의 기념일에 추가로 연인이 만난 첫날부터 환산해 30일 데이, 50일 데이, 100일 데이 하면서 각종 기념일까지 개인별로 추가되면 그 부담은...

삼겹살데이(3월 3일), 빼빼로데이(11월 11일)처럼, 달력 숫자에 맞춘 '데이'도 기념일에 합류(?)한 것은 당연.

모두 이날과 관련 업체들의 상술(商術)이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각종 기념일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돈만 주고 예쁘게 포장한 선물을 형식적으로 주고받고 억지로 기념한다면 과연 이날이 축하하는 날로 비칠 수 있을까?

기업 상술에 놀아나는 기분이지만, 그렇다고 남들 다 챙기는 기념일을 외면하면 뭔지 찝찝하고 때론 상대방과 감정싸움(?)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만나서 먹고 웃으면서 챙기는 각종 기념일이 청춘들에게는 반가울지 모르지만 국가가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 기념일에 아내에게 무슨 선물이나 이벤트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변변한 이벤트도 없이 프러포즈해 집안 가장 노릇을 하고 있다면 TV 프로그램에서 거창한 프러포즈 장면이 나올 때 TV 채널을 빨리 바꾸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가장들은 가족과 친가, 처가 식구들 생각하면 달마다 한 번 정도 생일이 있는 셈이고, 설·추석 명절과 결혼기념일, 크리스마스 등 가족·연인과 함께해야 할 기념일이 넘친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가정의 달, '무슨 데이'를 열거하다 보니 21일이 ‘부부의 날’인 것을 깜빡할 정도로 정말 별의별 기념일이 많다.     

눈앞에는 당장 장난감과 꽃, 용돈, 귀금속 등 선물을 생각하면서 '돈=정성'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면서 기념일 본래 의미에 앞서 선물 생각으로 마음의 부담은 없는 것일까?

'물질과 마음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끔은 놓치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때로는 마음보다 후한 선물을 준비하지 못할 때의 미안함과 좌절을 경험하는 기념일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5월 가정의 달에 '사랑하는 마음'을 생각하는 여유, 컴퓨터 자판이 아닌 '손 편지로 쓴 카드 한 장', '마음을 담은 장미 한 송이'에 내 마음이 담겼다면 그 어느 것보다 더 소중한 5월 계절의 여왕 '꽃캉스'와 함께할 것으로 믿는다.

 

 

 

오석진 

전)대전광역시교육청 교육국장, 현)행복교육이음공동체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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