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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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의 새 학년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가정의 달 5월이 시작되었다. 교정의 통학로에 줄줄이 서 있는 나무들의 신록은 더욱 푸르러지고, 운동장에 비치는 아침 햇살은 한층 밝아져 등굣길을 걸어오는 학생들의 한 걸음 한 걸음도 왠지 들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5월의 첫 주에는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려왔던 5월 5일 '어린이날'이 있다. 종종 5월이 되기 전부터 어떤 선물을 받을지 고민하는 아이들이 몇몇 보이는데, 이러한 모습은 어린이날 대목을 잡기 위한 각종 광고와 미디어의 영향이 크리라.

그래서 '어린이날'에 대한 계기교육을 통해 어린이날은 선물을 받고 쉬는 날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인권을 위해 애쓰셨던 '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노고가 담겨 있는 날이라고 알려주곤 한다.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이기도 한 방정환 선생님은 돌아가시면서까지 아이들을 생각하셨다고 한다.

'어린아이들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며 아이들을 위한 애정을 가득 담아 만든 낱말인 '어린이'라는 소중한 낱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학생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잼민이'(어린이를 낮추어 부르는 인터넷 신조어)라고 지칭하거나 다른 친구를 부를 때 스스럼없이 그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말의 힘에 관해 많이들 알고 있는 실험이겠지만, 우리가 먹는 양파조차 좋은 말을 들을 때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고, 좋지 않은 말을 들으면 시들어 버린다. 하물며 '작은 우주'라고도 불리는 우리 인간에게 '말'이 가진 힘은 어떻겠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보고 들은 것을 축적해가며 자라나고 있는 우리 어린이들에게는 그 영향이 얼마나 클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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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미래 세대인 우리 아이들에게 고운 말을 들려주고 좋은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어른으로서의 당연한 책임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결과보다는 과정'을 눈여겨보고, '실패 속에서도 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꿈'이란 무엇일까? 3월 초 자기소개 활동지에 '꿈'을 적으라고 하면 '희망 직업'을 적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22년 12월에 발표된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1위는 운동선수, 2위는 교사, 3위는 크리에이터 라고 한다. 과연 여기서 말하는 '희망 직업'은 아이들의 '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홉 살 마음 사전'으로도 유명한 박성우 작가의 책 '열두 살 장래 희망'은 바로 이 부분을 꼬집고 어린이 독자들뿐만 아니라 어른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시선을 열어준다. '장래 직업'과 '장래 희망'은 다른 것이다. 꿈을 '직업'으로 한정 지으면, 드넓게 펼칠 수 있는 아이들의 꿈의 영역이 반도 안 되게 접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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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방과 후에 학생 한 명이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는 가수도 되고 싶고, 요리사도 되고 싶어요. 어쩌죠?" 필자는 잠시 생각을 하고 이렇게 답해주었다. "노래 부르고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OO아, 넌 노래로 다른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줄 수도 있고, 맛있는 요리로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따뜻하게 해줄 수 있겠구나~ 무조건 어느 하나를 포기할 필요는 없단다. OO이라면 둘 다 할 수 있어!" 대답을 들은 학생은 기분 좋은 미소를 띠고 인사를 한 후 교실을 나갔다.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때 "아직 꿈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알록달록 무지개 빛깔의 꿈을 뻗어 가기에도 소중한 이 시기에, 벌써부터 '결과와 실패 회피'만을 중시하는 각박한 현실을 강요받으며 어린이들이 꿈의 가지치기를 당하는 것은 아닌지 근심스럽다.

101번째 어린이날을 맞아 한 마디만 남기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어린이 여러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요.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는 경험을 해보아요. 그게 바로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꿈은 고여 있는 물이 아니라, 맑게 흘러가는 냇물 같은 것이랍니다. 그 꿈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여러분이 행복을 느끼길 소망합니다"

 

 

 

김솔지 대전중원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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