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고 25%만 봄 수학여행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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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헤럴드 박상민 기자] 코로나19로 전면 중단되었던 대전지역의 중.고생 수학여행이, 방역 규제가 풀리면서 학교 자율로 전환됐으나 10개 학교 중 7개교 이상은 여전히 수학여행 계획을 접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지역 중.고등학교는 대부분 2학년 때 매년 5월 중 수학여행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2학년 중.고생들의 수학여행이 지난 1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됨에 따라 지난 3년간 중단되었던 수학여행도 일제히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수학여행을 포기한 학교들이 거의 8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수학여행(숙박형·1박2일 이상)을 떠나는 대전지역 중·고교는 총 80개교로 전체 310개교의 25.8%만이 수학여행을 떠날 계획으로, 10개 학교 중 7개교 이상은 학교의 자율 결정에도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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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을 실시하는 학교들의 행선지는 전체 학교의 63%인 51개교가 제주도를 선택, 절대적으로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서울, 경기권 순이었다.

특히, 7개 고등학교는 외국을 선택, 싱가포르 등 대부분 아시아 국가로 떠날 예정이지만 동신과학고는 유일하게 미국행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여행 계획이 없는 대부분 학교들은 수학여행 대체 일정으로 충청권 등 당일형 현장 체험학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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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예상과 달리 수학여행을 실시하지 않은 학교가 많은 것은 현재도 전국에서 하루 평균 1만 4천여 명 안팎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대전에서도 1일 평균 400명 가까이 발생, 학부모와 학생들의 전염 걱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최근 인도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코로나 XBB.1.16' 변이가 이미 국내에도 상륙, 현재까지 150건의 의심 사례가 확인된 것도 숙박형 수학여행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으로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학여행을 실시하는 한 고등학교 A 교장은 "수학여행은 학교 밖의 사회에 대한 경험, 자연이나 역사, 관찰, 문화유적 탐방 등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테마형 교육여행으로 인격적 성숙을 기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다음 주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는 숙박형 수학여행을 포기한 B 교장은 "지난 2009년에는 신종플루, 2014년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취소했었다"면서 "이번에는 물론, 코로나 방역 규제가 풀렸지만 학부모, 학생들 의견이 엇갈려 당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숙박형 수학여행을 움츠리는 학교가 예상외로 많은 것은, 세월호 사고가 학교 밖의 활동을 제약하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지금도 코로나가 종식된 것도 아닌 데다, 전체적인 물가가 상승하면서 교통, 숙박, 외식비 등 여행 물가도 전반적인 상승세로 수학여행에 따른 경제 부담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숙박형 경비는 제주가 60-70만 원대, 부산이 50만 원대 이상으로 크게 올라 대전시교육청은 중위 소득 기준 60%에서 80% 이하의 학생들에게 고등학생 기준 30만 원을 지원해, 수학여행 장소에 따라 최소 10만 원에서 30만 원 이상의 자부담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충북교육청은 대전과 달리 올부터 모든 학생들에게 각각 최대 35만 원씩 보편적 지원하기로 알려진 가운데 일반 학생들의 수학여행비 지원에 대한 찬.반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일반 학생들까지 대상을 확대하면 교육청 예산이 소진, 교육 시설에 투자할 수 없는 반면 옛날과 달리 한 자녀로 평소에도 부모와 여행하기 때문에 여행 장소를 다녀온 학생들이 많아 수학여행이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무상교육으로 가고 있는 추세에서 보편 지원하면 중산층 이하 취약 계층의 낙인 효과 예방이 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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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가족의 여행문화가 자리 잡고 사회 변화에 따라, 한 학년 단체 수학여행보다 학급별로 문화나 역사 기행 같은 소규모 테마 별 수학여행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지적이지만 수업 시간 조정이 쉽지 않아 과제를 안고 있다. 

수학여행은 우정을 쌓고 호연지기를 키우고 성격과 행동양태가 각양각색인 친구들과 함께 학교 밖에서 더불어 지내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사고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빛의 속도로 사이버 세상으로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관계를 맺는 아날로그 세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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