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인의 열기로 가득한 충남대 캠퍼스!

정문에서 한밭대로 대전월드컵경기장 방향으로 100미터 남짓 가면 '궁동2교'라는 조그마한 교량 아래로는 시냇물이 졸졸 흐른다. 

너무 깨끗해 알고 보니 '2급수'인 반석천이란다.   

30년 전만 해도 이곳에는 온통 논과 밭, 화원, 폐기물 처리장만 있는 썰렁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발길 닿는 곳마다 시선을 멈추게 하는 '학사마을'로 환골탈태했다.

40여 개 건물이 들어선 학사마을에서도 냇가에 가장 근접해, 바다도 아닌 것이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냇가주택', '지성인의 집'이라는 팻말이 높이 매달려 있고 주소는 서비스다.  

군락을 이루며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은 장관을 이루고, 군락을 이룬 거대한 벚나무는 위용을 드러내며 이불로 덮은 듯 하늘이 숨어버린다.

한밭대로 주행 차량들은 대로 주위에 숲속 시냇가에 예쁜 건물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까?

그도 그럴 것이 울창한 나무로 가려져 대로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으로, 여름철 한낮에도 대형 벚나무가 햇빛을 가려주어 에어컨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무와 냇물이 하모니를 이루어 경치는 덤이고, 냇가를 품은 이름난 맛집들이 유혹을 해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아는 사람은 안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밤에는 냇가 데크길 200여 미터에 설치된 조명에 달빛으로 반짝이면서 아름다움이 배가되어 따스한 봄 밤, 수변길을 걸으면서 낭만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봄바람이 불지 않을 땐 물소리도 들리고 잉어와 자라, 천연기념물인 수달까지 서식하는 등 '숨쉬는 녹색도시'의 수채화를 그린 듯 하다.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추억을 새기는 단골 장소는 이미 알려진 사실!   

바로 이곳에 '학사마을'이라는 이름을 짓고 맨 처음 입주한 산증인, 학사마을 번영회 채황 회장!  

처음 회장을 맡았다가 중간에 몇 번 쉬었지만 2년 전 또다시 맡아 장기집권(?) 중이다.  

냇가만 건너면 바로 충남대 사회과학대와 자연과학대 단과대학 건물이 지척에 있어 '학사마을'로 명명하면서 자신의 건물 명칭도 외래어를 배격하고 순수한 우리말인 '냇가주택'으로 이름 지었다. 

채 회장은 당초 도시농부 '소확행'을 위해 이곳 땅을 매입했지만 도시계획으로 40여 건물이 들어선 지금의 '학사마을' 속에 '냇가주택'으로 재탄생한 것!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냇가주택에는 모두 25개 방의 보금자리가 강원도를 비롯한 경상도, 전라도, 경기도에서 충남대로 유학을 온 남녀 학생들을 가족으로 맞았다. 
  
채 대표는, "가족들은 방학이 돼도 며칠만 친정집(?)에 다녀올 뿐 방학 기간, 거의 이곳에서 보내고 정자에 앉아 담소하거나 냇물을 보면서 가끔 '멍'을 때리기도 한다"고 한다.  

채 회장은 20여 년의 공무원 생활을 청산하고 탄방동에 거주하다가 이곳에 냇가주택을 건축한 후 25년간 줄곧 학생 가족들과 생활하고 있다. 

채 회장은 "신입생 때 냇가주택 가족이 되어 졸업 때까지 함께 한 경우가 많다"면서 "졸업 후 경찰 등 공무원이나 변호사, 세무사가 되어 찾아올 때 취업도 잘 되는, 집 터도 좋은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짖는다.

타고난 건강 체질에 성격도 외향적인 채 회장은 8순을 바라보고 있지만, 지금도 혈압약 복용 외에는 무병으로 60대처럼 보여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비결은 매일 새벽 5시에 기상, 근육운동을 하고 가족들이 냇가 다리를 건너 등교를 하면 바로 100여 평에 달하는 마당 청소와 화단 정리, 재활용 분리 등으로 바쁜 일손을 놀린다.

냇가 건너는 다리도 학사마을 주인장들이 십시일반 모아 건설했지만 완벽하지 않아 걱정이었지만, 당시 진동규 유성구청장이 현장을 지나다 이 사실을 알고 현재의 튼튼한 교량으로 건설해 줘 주인장들과 300여 명의 학생들이 지금도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한편, 채 회장은 나 혼자만의 자유시간(?)도 정해 1만 보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유성온천으로 가 매일 몸을 맡긴다.

저녁에는 지인들과 만나 酒님을 즐기면서 회포도 풀고, 주말 휴일에는 산도 오른다는 8순을 앞에 둔, 채 회장의 주량은 아직도 소주 한 병 이상!     

채 회장은 "미국의 항공 회사에 근무하는 큰아들 병민(50)과 대전시립합창단 상임단원으로 근무하는 병근(48) 두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중학생부터 연세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까지 4명의 손주들이 화목하고 무탈하게 잘 지내는 것이 소망"이라면서, "부인 양 여사(양해운)가 지금처럼 밝고 세월이 지나도 함께 건강했으면 좋겠다"면서 아내에 대한 무한한 사랑도 잊지 않는다. 

봄이 어느새 지나갔다고 실망하지 않는 냇가주택의 학사마을은, 여름엔 시원한 바람이 냇가를 타고 불어와 청량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더욱 사랑하는 도심 속의 냇가 주택은 흐르는 냇물 위의 예쁜 다리가 ‘오작교’처럼 보이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대담 박붕준 충청헤럴드 회장> 

저작권자 © 충청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