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니 초가을에 피기 시작한 참취 꽃이 제 할 일을 다 하여 시들어 가고 그 사이를 비집고 자라난 등골나물에서 꽃이 만발했다. 등골나물은 산야에서 비교적 흔하게 보이는 식물로 우리 언덕뜰에도 여기저기 저절로 자라서 한동안 부산하게 꽃 피운다. 잎맥의 두드러진 모양이 등골처럼 생겼다고 해서 등골나물이란 이름을 가졌다고 하는데, 이름을 들으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 같아 맘에 안 들고, 너무 잘 퍼져 참취밭을 망쳐놓기에 뽑아버리기 바쁘다. 꽃이 그리 화려해 보이지는 않으나 꽃꿀이 많은지 온갖 나비와 곤충들이 좋아해서 언덕뜰 가장자리에 몇 뿌리 남겨두고 함께 가을을 산다.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연붉은 보라색 또는 흰색 꽃을 피운다. 그늘진 습지에서 잘 살며, 씨앗으로 번식한다. 어린순을 식용한다.

우리 토종 들꽃을 판매하는 야생화 화원에 들렀더니 등골나물의 일종인 향등골나물이 눈에 띄었다. 처음 보는 풀이나 잎이 셋으로 깊게 갈라지는 특징이 있어서 금세 알아보았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식물을 공부하다가 알게 된 것인데 향등골나물 잎과 꽃에서 강한 향기가 나서 고려 시대 이전에는 향등골나물을 '난'이라 부르며 음식 재료 등 다양한 용도로 썼다고 한다. 가야국의 시조 김수로왕이 왕비가 될 허왕옥을 맞이하여 난으로 만든 마실 것을 대접했다고 했는데, 현재의 난은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없으니 향등골나물로 만든 음료수였을 것이다.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향등골나물을 구하러 다니다가 드디어 만난 것이다. 늦가을에 자주색 꽃을 피운다니 보라색 꽃을 피우는 개쑥부쟁이 옆에 심어놓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 어린잎을 나물로 할 수 있는지, 꽃에서 정말 달콤한 향이 나오는지 내년에야 알게 되겠다.

늦가을에 줄기 끝에 자주색 꽃이 핀다.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어린순을 나물로 먹으며, 뿌리를 약용한다.
안진흥 작가 캐리커처
안진흥 작가 캐리커처

작가 안진흥은 서울대학교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에서 대학원 과정을 공부했다. 

워싱턴주립대에서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귀국 후 포항공과대학교와 경희대학교에서 식물을 재료로 분자생물학 연구를 수행하였다. 
생산량이 증가하고 품질이 우수한 벼 품종 생산을 위하여 다양한 유전자를 발굴하고 보급하였다. 

대한민국학술원 및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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