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철 대전 삼한의원 원장(진단학회, 약침학회, 추상학회 회원)
성시철 대전 삼한의원 원장(진단학회, 약침학회, 추상학회 회원)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음식도 많이 땡기는 하늘은 높고 말도 살찐다는 가을이다. 

음식은 맛있게 먹었는데 속이 더부룩하거나, 체해서 음식이 내려가지 않는 느낌을 받은 경험은 누구나 있을 텐데 보통 이런 경우 예부터 민간에서는 집에서 손가락을 따는 경우가 많았다. 

손가락을 따면 장의 긴장이 풀어져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지만 속이 불편하다고 무조건 손을 따는 것은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소화불량이 생기는 다양한 병리적 기전이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 치료법을 선정해야 하는데 무조건 손가락을 따는 것은 아프고 힘만 들 뿐 효용성이 없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시술할 경우 감염의 위험도만 커질 수 있다.

소화불량의 원인은 다양하고 광범위해서 위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대장, 식도의 문제도 소화불량으로 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장부를 오장육부(五臟六腑)의 11가지로 나눈 분류체계 말고도, 육부칠규(六府七竅)라고 하여 6가지로 나눈 분류체계가 있다.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의 오장(五臟)에 입에서 항문까지의 소화관을 더하여 6가지 장부로 나누었는데, 인체를 해부하였을 때 가장 크게 보이는 6가지 장부를 표현한 것으로, 위장만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소장, 대장, 식도, 항문까지 하나의 장부로 본 것이다. 

따라서, 소화불량의 문제도 위장만의 문제가 아닌 소화관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치료를 행하였다.

이렇게 다양한 소화불량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 중에 빈번하게 나타나는 원인과 증상들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소화불량이라고 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과식으로 인하여 속이 부대끼는 경우일 것이다. 

과식은 맛있는 음식에 절제하지 못하고 한도이상으로 먹어서 체기(滯氣)가 발생하는 것으로 장이 최대한 확장하면서 음식을 담았기 때문에 장의 운동성이 떨어지고 음식과 위액을 잘 섞지 못하고 복부 근육이 긴장하여 복부가 딱딱하게 굳는 경우가 많다. 

심할 때는 손을 대지 못할 만큼 아픔을 호소하기도 하고, 지나친 음식을 섭취하면 자주 발생하는 경우로 이럴 때는 추가적 음식 섭취를 금하고, 한 두끼를 건너뛰면서 소화력을 강하게 올려주는 침, 뜸과 약으로 치료를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특히, 아이들은 찬 음식을 먹고 설사하는 경우도 잦은데, 아이스크림이나 찬 음료는 장을 냉하게 만들고 바이러스의 침입을 도와 면역력의 저하를 가져옴으로 써, 위장이 찬 기운에 속박되어 소화를 시키는 못하기도 한다. 

또 단맛은 오미 중 '감미'에 속하여 이완시키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과다 섭취하면 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늘어질 수 있어 너무 차거나 단 음식의 과다 섭취 자제가 바람직하다. 

이 밖에도, 각종 스트레스와 화병(火病)으로 인해 소화가 안되는 경우도 있다. 

심한 스트레스와 화병은 뇌 쪽으로의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위장 쪽으로의 혈류량은 감소하게 되는데, 위장과 복부 쪽의 혈류량 감소는 장 근육과 복부 근육의 긴장도를 유발하고 이 상태가 심해지면 소량의 음식을 섭취해도 심하게 체할 수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위장의 기능이 점차 저하되면서 이후엔 조금만 먹어도 자주 체하고, 특별한 이상이 없어도 자주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내시경이나 CT검사를 해도 큰 이상이 없고, 특별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지만, 환자는 만성적인 소화불량 증상이 지속되어 신경이 예민해지고 체중이 줄기도 하는데 이는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한의학적 치료가 좋은 효과를 보인다. 

한의학적으로는 스트레스로 인한 기혈소모, 노폐물 배출이 잘되지 않아 정체가 생기는 담음증상, 위장이 충분한 혈액을 공급받지 못해 발생하는 진액부족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단순히 소화기능을 증진시키는 약만으로는 해소가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뇌 쪽으로 과하게 공급되는 혈액을 장부로 돌리는 동시에 그동안 부족했던 기혈을 보충해 주고, 기존의 정체되어 있던 담음을 제거해 주면서 소화액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심적인 스트레스로 생긴 울증(鬱症)과 화병(火病)을 함께 병행 치료하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먹을 게 풍부하고 예민한 말도 살찌우는 계절, 청명한 가을에 걱정거리는 털어버리고, 맛있는 음식을 들면서 소화도 잘 시키는 내 몸부터의 만사형통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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