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헤럴드 박상민 기자]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직업계 고등학교생의 40% 이상이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 대학에 진학, 일반계고와 달리 취업 지원을 위한 별도 예산 투입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 감소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지방의 인구소멸 위기가 가속화되고 디지털 전환 등의 시대 흐름 속에서 직업계고 기피 현상으로, 일부 학교는 정원을 못 채우거나 취업률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직업계고(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졸업생 평균 취업률은 57.8%로 전년 대비 2.4% 포인트 증가했고, 진학률도 45.2%로 전년에 비해 역시 늘고 있다. 

대전지역의 경우 12개 직업계 고등학교 졸업자 취업률은 대전이 63.7%로 전국 3위, 충남은 57.1%로 울산, 경남과 함께 전국 17개 시도 중 공동 9위에 그쳤다.

그러나 직업계고 설립 취지와 달리 10명 중 평균 4명 이상의 재학생들이 전문직업인을 외면하고 대학 진학을 위한 도구로 활용, 직업인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전 직업계고생 대학 진학률이 40.9%, 충남은 38.4%에 달하고 있고, 결국 취업이나 진학도 하지 못한 졸업생이, 대전은 12개교 2165명의 졸업생 중 433명, 충남에서는 37개교 3758명의 졸업생 중 926명에 달하고 있다.

특성화고 취업률은 더욱 심각, 대전은 평균 58%, 충남은 53.2%로 절반을 겨우 넘어섰고, 대전 두 곳의 마이스터고만 평균 87.8%의 취업률로 이나마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직업계고는 취업 지원을 위해 일반계 고등학교보다 다 많은 예산을 투입,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중소기업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을 비롯, 취업선도 자격증 취득 활성화, 직업계고 학생 기능역량 향상 등 사업에 대규모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본래 취업 목적과 달리 직업계고 출신 학생들만의 특별전형을 위한 대학 진학을 노리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고, 대학들도 수험생 지원자 부족에 따른 미달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지원자 선발을 늘려 이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직업계고 본연의 취지를 살리고 산업현장을 연계하기 위한 지원 정책으로 산업계 수요와 연계한 맞춤형 직업교육을 통해 기술인력 양성과 함께, 중소기업에 취업을 주선한 후 전문대까지 연계, 전문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제도가 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직업계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 사회 지도층과 개인, 기업이 의식을 전환하고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과학기술과 개인의 전문성에 있음을 명확히 함으로써 이를 기반으로 예산 지원 등 직업계고 육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반도체, 인공지능 등의 미래 신산업과 지역 전략산업 등 현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학과도 시대 트렌드에 맞도록 개편, 우수 취업처 발굴과 함께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 해소도 우선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고졸 채용을 확대, 능력과 실력에 따라 공정하게 경쟁하고 실력이 좋으면 고졸 출신도 회사 임원까지 갈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특히, 지난 2020년부터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한 것을 볼 때 더욱 심각해, 결국 대전지역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가고 지방은 인재가 더욱 부족, 지역 업체들이 현장 인력 부족으로 위협받는 악순환 반복되고 있다. 

'통계청 통계지리서비스(2020년 기준)'에 따르면, 일자리가 서울이 592만 개로, 전국 시군구 289개 중 일자리 많은 지역 10위권은 모두 서울과 경기가 독점하고 있는 반면, 대전은 불과 55만 개로 서울 영등포 1개구 규모에 불과하고, 강남구 일자리 96만 개와는 큰 격차다.  

물론, 대전시가 향후 11조를 투입, 서구 평촌, 장대 도시첨단산업단지, 안산 첨단국방산업단지, 탑립 전민지구 등 5곳 101만 평을 2026년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지만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학벌 위주 사회가 여전한 데다 직업계고는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충원율까지 떨어지고 있어, 융합형 학교를 설립하거나 기존 특성화고를 통폐합해 취업률을 높이는 등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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