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헤럴드 박상민 기자] 학력수준이 크게 낮은 학생들에 대한 학습 지원을 위해 기초학력 진단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일부 학부모가 자녀의 낙인효과를 우려, 거부하는 사례가 잦아, 이들 학생들의 학습결손 위기감이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교육 공백은 학습부진 학생들에게는 더욱 타격이 커, 교육청이 학습부진 학생 지원을 위해 대상 학생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개인별 기초학력 진단 평가를 해야 하지만 상당수 학부모들이 거부, 기초학력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동서 교육 인프라 격차도 여전한 답보상태 속에서 위장 전입까지 하며, 신도심 학교로 향하는 학생들도 늘면서 구도심의 인구 유출도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 학령인구 감소 속에 대전 원도심인 동구와 중구, 대덕구에서 1200여 명의 학생이 감소한 반면, 서구 유성구 등 신도심은 298명만 줄어, 전체 감소 학생의 80%가 구도심에 쏠리면서 열악한 원도심 학교가 갈수록 썰렁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대전 원도심과 신도심의 학령인구(만 6세-17세)는 각각 7만 1788명과 10만 7604명으로 신.구도심 간 학령인구 격차는 3만 5천800명 정도에 그쳤으나, 올해는 각각 5만 863명과 9만 9671명으로 도심 간 격차는 4만 1천명 까지 더욱 확대됐다.

이로 인해 원도심에서는 신도심과의 사교육 인프라 격차로 교육 인프라를 찾아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등 인구 유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초·중학생 8만 217명 중 6370명(7.9%)이 학습지원대상 학생으로 집계됐다.

8만 650명 중 6130명(7.6%)이 학습지원대상 학생으로 분류됐던 1년 전과 비교, 전체 학생 수는 433명 감소한 데 반해 학습지원대상자는 오히려 240명 늘어난 것.

학습지원대상 학생은 학기 초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 등을 통해 일차적으로 분류되고  교사의 관찰·상담 등을 통해 심리·정서적 요인도 고려되지만, 학습적 요인뿐 아니라 사회성 등 다양한 요인을 복합적으로 판단해 대상 학생으로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데도 학습지원대상 학생은 오히려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확산 때 비대면 수업이 길어지며 학습활동이 제한됐고 이는 학습결손으로 이어진 것이 가장 큰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학생 부모가 밤늦게까지 생계 일선에 나가는 가정의 경우 자녀들의 기본 생활·학습 습관을 잡아주지 못하면서 학습지원대상 학생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에 따라, 개인별 과목별 성취도 확인이 필요하지만, 지난 2016년부터 초등학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학생들 간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전격 폐지된 이후 사실상 학생들의 객관적 학력 수준을 전혀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시도 교육청은 '총괄평가'라는 이름으로 중간.기말고사 부활을 검토하고 있으나 전교조 등은 일제고사나 다름없다며 반대하고 있어 교육청과 학교들은 진퇴양난이다.

그러나 학교들의 총괄평가 실시 여부를 비웃듯이 초등학교 수학과 영어 사교육 시장은 여전히 활황으로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통한 학습부진 학생들에 대한 공교육은 항상 뒷전으로 쳐져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전시교육청은 이들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존 기초학력 향상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면서 학교 자체적으로 지원협의회를 구성해 학생별 맞춤형 지원책을 추진하고 동·서부교육지원청은 학습종합클리닉센터를 통한 전문기관 연계·지원 강화에 그치고 있다. 

그 이유는, 학습 부진 학생들에 대한 기초학력 진단을 하려 해도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지원 실행이 어려워 학부모들까지 설득해야 하는 등 난관에 봉착해 있다.

더구나, 기초학력 신장 프로그램 중 일부는 강사 등 외부인력이 진행하지만, 그 외 지원 사업들은 교사들이 기존 수업 외에 추가적으로 업무를 맡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1학년 때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과 6학년 때 와는, 필요한 학습량이 크게 다르다"며 "교사는 행정·민원·상담 등 타 업무가 많아 학습부진 학생 하나를 봐주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고통이 많다고 토로했다. 

'행복교육이음공동체' 오석진 대표이사는 "학습 부진 학생의 최소화 방안은, 우선 기초 기본교육이 중시되면서 철저한 진단을 통해 개인적인 학습 수준을 파악, 맞춤형 수업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수업 내용이 올바르게 전달되었는지 평가와 함께 이 결과에 따라 맞춤형 피드백 제공이 수반되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대표는 또, "전수평가는 서열화나 경쟁을 부추기는 도구가 아닌 기본교육이 잘 되었는지를 점검하는 필수적 과정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학생의 자존심을 키우면서 학습동기를 부여하는 새로운 교육 방법의 개발과 교사의 과중한 업무 경감 등을 위한 각종 준비도 병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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