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헤럴드 박상민 기자] "낮에도 그렇지만 여론조사를 밤늦게까지 하니 짜증이 나네요! 혹시 연말 지인 전화인가 안 받을 수도 없고...."

대전 유성구 상대동 이 모씨는 되도록이면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설정하거나 아예 꺼놓는다. 

내년 4월 국회의원선거(총선)를 앞두고 지난 12일부터 예비후보들에 등록이 시작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바쁜 출근 시간, 편히 쉬고 싶은 저녁까지도 평일, 주말, 휴일 가리지 않고 밤낮으로 울려댄다.

예전에는 집 전화로만 오는 경우가 많아 모르는 번호는 그냥 무시했지만, 여론조사 기관이 정확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가상 전화번호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더더욱 여론조사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혹시나 가족이나 지인이 휴대전화를 분실해 일반 전화를 할 수도 있기 때문으로 마냥 무시하기도 신경 쓰인다.

전화가 늦은 밤까지 이어지면서 아이를 둔 엄마들은 간신히 재우는 데 성공하지만 무심코 휴대전화를 방치했다가 벨소리에 아이가 깬 적도 있다는 것.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각 정당 예비경선에 나가는 후보들의 문자는 덤으로, 선거 앞두고 있으니 이해해야 하는 생각이 들지만 반복되는 상황에 감정이 폭발하기도 한다.

ARS로 하는 여론조사 기관들은 주로 앞 전화번호가 (02)로 시작되는데 이 여론조사 전화는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어서 앞으로도 선거가 실시되는 내년 4월 10일 전까지 4개월 가까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직선거법에 여론조사 기관이 공표 또는 보도를 목적으로 여론조사할 경우,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사용할 수 있고 이동통신사업자에게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제공 요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시간도 오전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가능, 특히 귀가 이후 저녁 8시부터 9시 사이에 전화 폭탄이 집중되고 있다. 

출근 전부터 퇴근 후까지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 전화를 하루 3번 이상씩 받는 경우도 있어 중요한 업무 전화를 놓쳐 수차례 수신을 차단하지만 다른 번호로 또 전화가 온다. 

이 같은 무차별 여론조사 전화 폭탄은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확실시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5월 전국 27곳이었던 여론조사기관이 올 11월 말 기준으로 87곳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기관이 크게 늘면서 여론조사도 매년 평균 약 1천 167건, 매일 약 3.2건꼴로 조사가 실시되고 있는데 선거를 앞두고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나, 이 여론조사 과정에서 조사업체 상당수가 비정상적으로 시행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비롯한 제20대 대통령선거, 제8회 지방선거 등 4개 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기관 공직선거법 위반 사례도 117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7시 전이나 밤 10시가 넘은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 '준수사항 위반'이 50건(42.7%)으로 가장 많다. 

특히, 반복적으로 여론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데다 수신을 차단해도 번호를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전화를 재시도, 현행, 아침 7시를 9시로, 밤 10시를 밤 8시 전으로 조정하는 등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여론조사 가능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한편, 여론조사 전화 민원이 폭주하면서 통신사별로 여론조사 기관 차단번호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SK텔레콤 : 1547 전화 후 ARS1번 -생년월일 6자리 입력(예 640421)   
KT : 080-999-1390 전화하면 입력 없이 자동 등록 
LG유플러스 : 080-855-0016로 전화 후 ARS 1번 입력 

그러나 아무 번호나 무작위로 거는 RDD 방식은 해당되지 않아 여론조사 전화를 전면 막을 수는 없어 대전시민들의 불편은 내년 선거 때까지 지속될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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