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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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헤럴드 박상민 기자] 괴한의 습격으로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 전원 후 수술, 퇴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대병원 이전을 놓고 대전에서도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인의 갈라치기 발언이 대전지역 대학의 홀대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 대표를 옮긴 이유로 "잘하는 병원"으로 가기 위해서라고 밝힌 이후 서울과 지방의 갈라치기 후유증이 심화되면서 의사단체의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보건복지부로부터 4년 연속 최고등급인 A등급을 받았고, A등급 중에도 서울대를 제치고 전국 1위의 최고 수준의 병원이지만, 이번 사건에 정치인이 소위 '닥치고 서울대'만 고집, 부산대병원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것.

더욱이 헬기 특혜 논란 속에 '지방 홀대 서울 선호'라는 관념이 더욱 짙어지면서 2024학년도 대전지역 대학입시 정시모집에서도 경쟁률 3대 1 이하로 '사실상 미달'된 대학이 입시 사상 처음으로 2개 대학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입시에서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 36개 대학은 1만 6621명 모집에 7만 1187명이 지원해 4.28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대전은 을지대(의대)를 포함한 9개 대학 정원 내·외 모집정원 4233명에 1만 6663명이 지원, 평균 3.94대 1의 경쟁률로 충청권 평균 경쟁률보다 크게 낮았다. 

특히 목원대는 2.25대 1로 지역대학에서 지원자가 가장 적었고, 배재대도 2.95대 1, 건양대 3.17대 1, 대전대 3.51대 1 등 평균 3대 1도 미달되는 목원대는 물론, 건양대와 대전대도 추가 모집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이유는, 대입 정시모집에서는 수험생 1명이 최대 3개 대학까지 지원이 가능, 대부분 수험생이 3개 대학에 원서를 접수한다고 볼 때, 3대 1 이하 학과는 중복합격자 이탈로 의대와 약대 등 인기학과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미달 가능성이 확실하기 때문.

이나마 한밭대는 5.88대 1로 가장 높았고, 한남대 5.02대 1, 충남대 4.96대 1, 우송대 4.61대 1의 지원율을 보였지만, 대부분 정원 내 취합 자료로, 정원 외까지 합하면 실제 경쟁률은 더 추락하게 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서울에 본교를 둔 세종시의 고려대와 홍익대 세종캠퍼스는 두 대학 평균 5.7대 1로, 평균 4대 1도 안 되는 대전지역 대학과 큰 대조를 보여, 고려대와 홍익대가 지방에 있어도 서울지역 대학의 브랜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서울 종로학원이 전국 188개 대학의 이번 정시모집 원서접수 상황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평균 3대 1로 사실상 미달인 대학의 88.1%(52개)가 지방대학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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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서울과 거리가 크게 떨어진 전남지역 대학들은 대전보다 더 심해, 평균 1.88대 1, 광주지역 대학도 2.39대 1 등 서울과 가까운 경인권, 단 4개 대학만이 평균 3대 1에 그친 것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대전지역의 신입생 모집 미달 대학들은 다음 달(2월) 22일부터 29일까지 추가모집에 들어가지만, 취업률이 4년제 대학에 비해 월등히 높은 대전과학기술대, 대전보건대 등 지역 전문대학들과의 신입생 유치 경쟁을 벌이게 되면서 향토대학 간에 양보 없는 수험생 모시기에 비상이 걸렸다.

한편, 민주당 의원의 서울과 지방 갈라치기 발언과 취학연령 감소까지 심화되면서 수험생 전체 지원자가 입학정원도 채우지 못한 대전 모 대학의 폐교 위기 소문까지 지역 대학가가 뒤숭숭하다.

더욱이, 교육부가 2025학년도 입시에서 국립대부터 수험생의 각 학과별 지원 방식을 변경, '무학과' 도입 계획을 추진, 지역대학의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를 낳고 있다.

'무학과'는 대학 진학에 있어 학과보다는 대학의 이름값을 더 중요한 척도로 인식, 서울 수도권 대학에 대한 선호도가 한층 높아지면서 지방대학에 이나마 남아있는 특성학과 경쟁력을 더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전 모 대학 입시관계자는 "지망학과도 쓰지 않고 대학 간판만 보고 무조건 입학만 하라는 것"인데 "수험생이 지방대학에 지원해야 이 학생이 2학년 때 지방대학마다 야심차게 육성하는 특성학과에 배정될 것 아니냐"면서 걱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과 지방의 각종 갈라치기는 정치와 사회, 경제, 문화 등 전 부문에서부터 당장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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