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다가오면 나흘이라는 연휴도 있지만 고향 생각으로 마음이 들뜨기도 한다.

설 연휴 특별히 갈 곳이 없는 사람들도 명절을 앞두고는 지난해 6월 '만 나이'가 통일됐지만 아직은 생소해 음력 설만 지나면 "또 한 살 먹는구나!"라는 생각도 하면서 옛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옛날이 그리운 것은 벌써 이만큼 내 곁에 와 있는 세월과 친구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옛날엔 '동무들아 모여라' 노래를 부르곤 했지만 북쪽에서 '동무'를 상시 사용하는 바람에 '반공'을 부르짖던 시절에 교육 금지어가 되기도 했다. 

텔레비전 수상기 보급이 거의 없던 시절, 앞 이마 박치기로 일본 선수를 쓰러뜨렸던 '김일 프로레슬링' 시청을 위해 수십 권의 만화를 보면서 딱지(지금의 쿠폰)를 모았던 지금의 만화방 단골손님!

'학교종이 땡땡땡' 노래 가사도 요즘은 수업 시작과 종료에는 멜로디만 있는 '녹음 음악'으로 대체되면서 땡땡땡 소리도 사라졌다.

저녁시간 맞춰 울리던 동네 교회 '종소리'는 주민들의 소음 민원으로 자취를 감추었고 '10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는 '10리' 표현도 국가 표준 도량형 환산 규정으로 사라지고 있다. 

정겨웠던 시골 '원두막'은 이동 컨테이너로 대체되고 '물레방아'는 고급 한정식 식당 소품으로 전락(?)했다. 

얼음판 위에서 여러가지 색칠로 만든 '팽이'는, 돌 때마다 무지개처럼 보였고, 삼촌이 철사로 대충 만들어 주었던 '썰매'는 문방구에서 파는 플라스틱 썰매로 진화되었다. 

설 명절 때 입고 폼(?)을 내던 '한복'도 놀이동산 입장료 할인을 받기 위한 억지(?) 착용 도구로, '널뛰기'와 '연날리기'는 이미 설 명절 이벤트 행사장에서만 볼 뿐이다. 

옛날 동네에는 대부분 개인주택으로 높은 건물이 없어 '소방서 망루'는 "하늘보다 높다!"면서 소방관이 망루에서 눈으로 식별해 멀리서 불빛이 움직이면 '불이다!' 하고 소리치며 나팔을 불어 화재 발생을 알렸던 시절! 

당시 구경거리가 없어 나팔 소리를 들으면 불구경을 위해 뜀박질을 하고, 지금이 미세먼지 용어조차도 몰랐던 그 시절은, 깨끗한 공기 때문에 반딧불이나 호롱불을 화재로 착각했지만 이제는 그 망루는 고층건물에 가려 아예 무용지물이 되었다. 

대전의 '헌 책방'은 책과 함께 문화도 함께 나누는 공간으로 당시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학생을 '고학생'이라고 불렀는데 이들에게는 구세주였던 곳이다. 

사람 키보다 훨씬 높은 서가에 책이 빽빽하게 꽂혀있어 곳곳에 사다리가 놓여있었고 수십군데 달했던 대전의 헌 책방은 이제 단, 몇 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급전 마련을 위해 세간살이를 들고 찾았던 서민들의 애달픈 삶의 현장 '전당포'도 신용카드 등장으로 사라지고 있다. 

통일호와 비둘기호 열차도 뒤안길로 사라졌고, 비둘기호 3등 열차는 한 량에 87명이 정원이었지만 짐 얹는 선반까지 앉는 등 300명 가까운 콩나물 열차로 운행하다 자취를 감추었다.

추석 열차표 구입을 위해 역 광장에서 쪼그리고 앉아 밤을 꼬박 새우던 시절은 이제 인터넷 예매로, 만원 버스에 승객들을 몸으로 밀어 넣으며 '오라이!'를 외치던 시내버스 안내양과 토큰, 연애편지는 스마트폰 카톡에 밀려나고 있다. 

설날의 윷놀이, 교실에서 몰래 훔친(?) 분필이나 돌로 땅바닥에 줄을 그어 놀이하던 '땅따먹기'와 '딱지치기', 여자아이들의 전유물이었던 '공기놀이와 고무줄놀이'는 소중한 추억과 가치로 설을 앞두고 추억을 되새긴다. 

이나마 휘영청 보름달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유성 장날의 풍경에서 옛 추억이라도 음미해 보는 것이 다행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다소 완화됐지만 소위, '김영란 법' 시행 이후 포근했던 선물이 뇌물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세태로 변했으니...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그 시절!

그러나 지금은 오늘을 사는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지금 이 시간 '크로노스'는 어쩔 수 없더라도 지금부터라도 '카이로스'를 멋지게 활용하면 어떨까! 

'어제는 어쩔 수 없는 날'이었지만 '오늘은 만들어갈 수 있는 날'이기 때문에 추억은 추억대로 예쁘게 남겨두면서 '내일은 꿈과 희망'으로 멋진 수채화로 그려내면 어떨까?

박붕준 작가 캐리커처
박붕준 작가 캐리커처

작가 박붕준은 경희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강릉 MBC, 대전 MBC TV&라디오 뉴스 앵커, 보도국장 역임 후 정년퇴임 했습니다.

퇴임 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광고홍보과, 교양교직과에서 11년간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 지난해 2월말 퇴임 하였습니다.

현재, 대전교통방송 '박붕준 교수의 대전토크'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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