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A대학병원에서 의료 과실로 식물인간이 된 환자가 예상수명기간을 넘겨 생존하는 바람에, 치료비를 놓고 병원과 환자간의 법적소송끝에 환자가 승소했다.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가 소송에서 인정된 예상 수명기간을 넘겨 치료를 받았다해도 환자가 병원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다. 즉, 환자가 치료비 청구권을 포기하는 등 사정이 없다면 여전히 의료 과실을 낸 병원의 책임이라는 판단이다.

대법원 전경[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전경[사진=연합뉴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4일 대전의 A대학 병원이 환자 B씨와 환자 가족을 상대로 낸 용역비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의사가 주의를 다하지 않아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불가능하게 손상됐고 이후 그 증세의 치유나 더 이상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만 계속됐다면 손해전보의 일환에 불과해 병원 측은 수술비와 치료비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환자가 기존 소송에서 향후치료비 청구를 누락해 별도 소송 청구가 소송법상 허용되지 않아도 그 청구권을 포기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마찬가지"라며 "B씨는 두번째 의료소송에서 2013년 이후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치료비 등을 청구할 수 있었고 실제 이를 청구했다면 생존을 조건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가 2013년 이후 치료비를 병원에서 실제 변제받았다거나 그 청구권을 포기했다는 등 사정이 없어 병원이 B씨를 치료하는 것은 여전히 의료진 과실로 발생한 손해를 채우는 것에 불과하다"며 "병원은 B씨에게 2013년 이후 발생한 진료비 등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B씨는 지난 1998년 대전의 모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의료 과실로 식물인간 상태가 됐고, 이후 가족들은 병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의료진 과실이 인정된다며 B씨의 남은 수명기간을 2004년 4월까지로 추정해 향후 치료비, 위자료, 간병비 등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B씨는 그러나 판결과 달리 예상 수명기간 이후에도 생존했고, 추가로 발생되는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두번째 소송을 냈다.
법원은 B씨의 남은 수명 기간을 최대 8.4년으로 잡고 생존을 조건으로 2012년 6월까지의 향후 치료비와 2037년 9월까지의 간병비 등의 배상을 추가로 인정했다.
B씨는 2012년 이후에도 생존했고 2014년 병원을 상대로 세번째 소송을 냈다. 법원은 B씨의 생계비 일부를 배상하라고 했지만 향후치료비 등 청구는 확정된 두번째 판결에 저촉된다고 보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병원은 B씨를 상대로 2015년 1년간 발생한 진료비 980여만원을 내라며 이 소송을 냈다.

1심은 병원의 비용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의료 사고로 인해 병원이 배상해야 할 간병비 및 향후치료비 등은 두번째 소송에서 확정됐다고 평가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B씨는 향후치료비 등을 이중으로 배상받게 되는 결과가 된다"며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저작권자 © 충청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