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국민의 98%가 무슬림인 이슬람 국가, 1923년 공화정이 들어선 이후 강력한 세속화 정책을 폈지만‘이슬람이 가득한’이란 뜻의 도시 주요 길목에는 여전히 소박하고 때로는 웅대한 이슬람 사원들이 위치해 있다. 마치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처럼 신을 향해 우뚝 솟은 첨탑에선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하루 다섯 번 기도시간을 알리는 노래 아잔이 울려 퍼진다. 
이스탄불은 소통의 땅, 유럽과 아시아,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교차한 도시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이동을 한 착각에 빠진다.
힘겹게 계단을 오르니 보스포루스 해협이 한눈에 펼쳐진다.
해협 양안으로 동로마와 오스만투르크 시대에 건축된 요새·궁전, 요즘 지은 고급 별장촌이 이어진다. 아시아로 건너가 유럽을 바라보며 터키 커피를 드셔보시길. 이국적인 정취에 흠뻑 빠지게 된다. 길 건너편 노천카페엔 테이블마다 이야기꽃이 넘쳐난다. 새파란 바다를 내려다보며 언덕 위에 지어진 하얀 별장들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눈앞에 펼쳐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햇살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내가 지중해의 유럽에 와 있음을 실감케 하는 순간이다. 
갈라타 타워 전망대나 피에로티 카페촌에 올라가보길 권한다. 보르포루스해협 푸른 물결 사이로 아시아와 유럽, 옛것과 새것이 어지러울 정도로 혼재한 이스탄불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서 터키를 사랑했던 프랑스 작가 피에로티처럼 차이 한 잔 시켜놓고 이스탄불의 경건함과 오래됨, 복잡함, 시끌벅적함을 찬찬히 되짚다 보면 나폴레옹이 “이스탄불은 전 세계라는 한 국가의 수도”라고 했는지를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다.

이스탄불의 이름난 유적은 모두 도시 서쪽, 유럽 쪽에 몰려 있다. 골든 혼을 감싼 곳에 톱카피 궁전과 하기아 소피아 성당, 블루 모스크, 그랜드 바자르가 자리한다. 이곳만 돌아보아도 세계사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었던 이스탄불의 영화를 충분히 느끼고도 남는다. 
아야 소피아 근처에 있는 지하 궁전 예레바탄 사라이는 섬뜩한 메두사 조각상이 기둥을 받들고 있는데, 과거에 이스탄불에 물을 공급하던 저수지라고 한다. 저수지를 궁전으로 부리는 이유는 다소 음침하지만 신비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아직도 얕게 물이 채워져 있다.

성 소피아 성당 뒤편 언덕에 있는 톱카피 궁전은 오스만제국 최고 권력자인 25명의 술탄(왕)들이 400여 년간 이곳에서 집무와 생활을 했던 곳이다. 1453년 처음 건설하기 시작했으며 4세기에 걸쳐 규모가 확장됐다. 

톱카피 궁전은 터키 이슬람 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당대 문화와 예술이 한자리에 모인 곳이다. 궁전 내부에는 역대 술탄이 사용하던 화려한 침실과 집무실은 물론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86캐럿짜리 다이아몬드 스푼과 손잡이가 세 개의 커다란 에메랄드로 장식된 단검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들어온 진귀한 보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슬람교 성물을 전시한 종교관,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수집한 동양 도자기 등이 유명하여, 동양 도자기 1만 2,000여 점 가운데 3,000여 점만이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술탄이 각국에서 선물로 받은 문화재들과 술탄이 앉았던 순황금 의자도 눈길을 끈다. 
하렘도 오스만 투르크 왕궁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이곳은 술탄의 왕비와 후궁, 그리고 자녀들이 거주하던 곳이다. 그러나 오스만 투르크 600년의 세월 동안 온갖 야욕과 음모로 점철된 곳이 되고 만다. 어린 술탄을 섭정하던 황후들이 음모를 꾸몄고, 술탄의 성욕을 채워주기 위해 끌려온 처녀들이 비탄으로 밤을 지새던 곳이다. 3대륙을 거느렸던 오스만 시대 술탄의 흔적이 남아 있는 톱카피 궁전은 세계 각지에서 노예로 끌려온 여인 등 1,500여 명의 궁녀들이 죽을 때까지 밖에 나가지 못하며 기거했던 ‘하렘’이라는 공간이 인상적이다. 

성 소피아 성당 맞은편 술탄 아흐메트 자미(이슬람 사원)는 규모 면에서 터키 최고로 꼽히는 모스크다. 14대 술탄(왕)인 아흐메트 1세가 건립을 추진해 7년 만에 완공한 ‘블루모스크’라는 별칭으로 더 알려진 이곳의 진가는 내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60개가 넘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햇빛이 2만 장의 푸른색 이즈닉 타일에 반사돼 내부를 경건하게 밝히는, 신비로운 종교적 기운이 감돈다. 블루모스크는 다른 모스크와 달리 6개 첨탑에 둘러싸여 있는데 이는 건축 당시 술탄이 황금(터키어로 알튼)으로 첨탑을 만들라고 지시했지만 건축가가 잘못 알아듣고 6개(알트)의 첨탑을 만들었기 때문이란다. 아야 소피아가 비잔틴 제국의 흥망성쇠를 상징한다면 서편의 술탄 아흐멧 사원은 오스만 제국의 영광을 담고 있다. 옛 시가지 중심에 위치해 낯선 도시에서 헤매는 여행자들에게는 랜드마크 구실을 해주기도 한다.  블루 모스크에서는 지금도 이슬람교인들이 예배를 본다. 
15세기 중반 세계무역의 중심지는 동로마 제국을 무너뜨렸던 오스만 투르크 제국 수도 이스탄불, 동·서양의 상인들이 한 데 집결했던 도심 지역은 그 중에서도 핵심 상권이었다.이스탄불 구시가지에 위치한 ‘그랜드 바자르(Grand Bazzar)’(전통시장)의 설립 배경은 이스탄불을 점령한 오스만 제국의 술탄(왕) 모하메드가 빈곤층을 도울 목적으로 소규모 상점들을 만든 게 기원이다.
동양에서 실크로드를 타고 이스탄불로 건너와 교역을 하는 대상(隊商)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상대로 호텔과 낙타 말 등을 제공하는 시설들이 성황을 누려 점차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지금의 그랜드 바자르가 됐다는 것이다. 
그랜드 바자르는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지붕을 갖춘 실내 재래시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고 규모도 최대로, 돔형 지붕이 있어 비가 오더라도 쇼핑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현지인들이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사는 곳이자 외국 관광객에게는 직위고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필수 관광코스로 꼽히는 곳이다. 터키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외국 원수들, 특히 영부인들은 꼭 둘러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1416년에 문을 연 시장이자 문화 유적지로 현재 건물들은 1894년에 재건축되었다. 하루 내방객이 내·외국인을 합쳐 평균 50만 명을 넘어 연간으로 치면 어림잡아 2억 명 가까이 찾는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시장’ 그랜드 바자르에서 터키인들의 생생한 일상을 만나보는 것도 좋다. 그랜드 바자르는 우리나라로 치면 동대문 같은 곳으로, 오스만 제국 때부터 열렸던 유서 깊은 시장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지저분한 재래시장일 것 같지만 실제로 가보면 무척 깔끔하고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67개 골목과 연결된 상점은 대략 5,000여 개, 취급품목은 터키 특산물인 카펫과 가죽제품, 도자기, 터키석, 골동품, 시계, 의류, 보석과 장신구에서 화려한 터키의 그릇, 조명, 가죽류, 입맛을 유혹하는 터키식 젤리, 향신료, 음식재료, 액세서리 가게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관광객들의 시선을 끄는 앤틱 제품들은 터키 여행 후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로 전해주기에 적당해 인기가 좋다. 시장인 만큼 흥정하는 재미가 상당한데, 많은 사람이 몰리는 장소이기 때문에 지갑과 가방, 귀중품 등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꽤 비싸게 거래되는 터키석은 흥정만 잘하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시장 곳곳에 먹을거리도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있고, 이스탄불에서 환율이 가장 좋은 사설 환전소도 있다. 
그랜드 바자르는 가격도 저렴하다. 아직까지 흥정하는 맛이 남아 있어 일명 ‘후려치기’도 가능하다. 적정한 가격을 놓고 흥정을 하면 터키인들과 정도 들고 재미도 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한인들의 물건 값을 깎는 요령을 종합하면 이렇다.
처음에 값을 물어봤을 때 100을 불렀다 치자. 그러면 고객은 비싸다는 시늉을 하면서 물건은 좋은데 돈이 없어서 안되겠다며 50을 부른다. 그러면 백이면 백, 주인들은 안된다고 그냥 가라고 한다. 그러면 미안하다고 하고서는 상점을 천천히 걸어 나온다. 이때 중요한 것은 뒤를 절대 돌아보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나서, 한 10m쯤 걸어 나오면 십중팔구 주인이 다시 부른다. 이때는 못 이기는 척 하고 따라가 주는 것이 좋다. 주인은 계산기를 한참이나 두드리는 시늉을 한 뒤 한 85쯤을 부른다. 손님은 다시 안되겠다고 하고 그러면 주인은 조금 있다가 마지막이라고 하면서 70~75를 부른다. 결국 60 전후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대체로 이런 흥정에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우리는 대체로 조급하고, 또 타지에 와서 지나치게 값을 후려치려다 괜히 봉변을 당하지나 않을까 하여 오래 흥정을 못하고 일찍 손을 든다. 이에 반해 터키 상인들은 오히려 차를 같이 들면서 웃어가면서 농담을 주고받으며 값을 흥정하는 과정을 즐긴다고 할 정도로 인내심이 강하다. 결국 오랜 시간을 투입해 참고 견딘 쪽이 이익을 보는 것이다.
그랜드 바자르는 생각보다 넓다. 들고나는 문이 40여개에 이를 만큼 많다. 따라서 처음 들어갔던 문과 거리를 기억해 두지 않으면 엉뚱한 곳으로 나올 수도 있다. 
이집트 바자르도 가볼 만하다.
비잔틴 시대에는 베네치아에서 건너온 향료가 거래되었고 그 후에는 이집트 향신료가 판매되었던 곳이다.
그랜드 바자르보다 규모는 좀 더 작은 편. 여유롭고 마음 편하게 쇼핑을 즐기려면 향료시장으로 불리는 이집트 바자르를 택하는 편이 낫다. 이 지역 주민들을 상대하는 것이 바가지도 심하지 않고 사람 냄새 나는 시장 풍경도 엿볼 수 있다. 향신료와 약재를 비롯해 치즈, 건어물, 전통과자 등을 구입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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