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청구인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해 3월10일 오후 2시 당시 헌법재판소 이정미 헌법재판관(59)가 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청구소송 결정문의 주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맡았던 이 전 재판관은 이 결정을 내린 3일 뒤에 퇴임했다.

이후 변호사를 개업하지 않고 지난해 4월부터 모교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의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보수의 텃밭인 울산 출신의 이정미 전 재판관은 마산여고와 고려대 법대를 나와 지난 1984년 사시 26회에 합격, 대전지법판사로 입문한뒤 인천·수원·부산에서 판사로 재직하다가 2011년 대전고법부장판사를 끝으로 헌법재판관으로 옮겼다.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거명되는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지난해 3월10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파면을 결정한 주인공이다[사진=충청헤럴드DB]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거명되는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지난해 3월10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파면을 결정한 주인공이다.[사진=충청헤럴드DB]

그가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몰락한 자유한국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28일 한국당 의총에서 비박계(비 박근혜계와 친 이명박계)에서 들고 나온 것이다.

연단에 선 친박 의원들은 하나같이 비박계이면서 복당파 좌장인 김무성, 원내대표겸 당 대표 권한대행인 김성태 의원을 물러나라고 외친 것이다.

김진태(춘천) 의원은 1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와 페이스북 등에서 공개적으로 이정미 전 재판관의 비대위원장 거론에 반대하고 나섰다.​

김진태(춘천) 의원은 1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와 페이북 등에서 공개적으로 이정미 전 재판관의 비대위원장 거론에 반대하고 나섰다[사진=김의원의 페이스북 켑처]
김진태(춘천) 의원은 1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와 페이스북 등에서 공개적으로 이정미 전 재판관의 비대위원장 거론에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김 의원 페이스북 캡처]

그는 "이 전 헌법재판관의 비대위원장설이 있지만 당의 문을 닫을 것이 아니라면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대위원장에 노무현의 사람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고맙지만 정중히 사양하고 싶다. 반성을 해도 우리가 하고, 혁신해도 우리가 한다"고 적었다.

충청권에서 친박계로 분류되는 재선 의원 역시 2일 <충청헤럴드>와의 통화에서 "(이정미전 재판관 비대위원장 거론에 대해) 말도 안된다"면서 "당지도부의 이같은 속보이는 쇼때문에 당이 엉망이 됐다"고 반대했다.

또 다른 대전 지역구 국회의원도 "지금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판결(결정)이 옳지 않다고 보는 주변사람이 많다"면서 "그런데도 이정미를 비대위원장에 앉혀 무얼 어떻게 하자는 거냐"고 흥분했다.

그러나 충북의 한 국회의원은 "이정미(전 재판관)로 결정된 것이 아니잖느냐. 아마 이 전 재판관이 대쪽과 원리원칙, 상식주의자인 만큼 그런 얘기가 나왔을 것"이라고 애매하게 답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 당원 중에는 판사나 헌법재판관은 판결(결정)로 말하는 것인 만큼 판결과 결정에 대해 말할 수는 있어도 개인에 대해 호불호를 따지는 어리석은 일을 자제하자는 분위기도 꽤 있다고 한국당 사무처 직원은 전했다.

한편 비대위원장 인선에 나선 안상수 비대위 준비위원장은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3일 40여 명 정도 리스트에 계신 분들을 상대로 분류와 분석을 하고 목요일 정도까지 모두 취합해 이번 주말까지 5~6명 선으로 압축해 내주 초에는 접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로고[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켑처]
자유한국당 로고.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캡처]

안 위원장은 "이번 주에 의총에서 보고하고 내주 중에는 결정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겠다"며 "다양한 분들이 후보군으로 추천돼서 비대위원장은 물론이고 비대위원, 자문위원 분들도 많이 모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이정미 전 재판관 외에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김황식 전 총리, 박관용·김형오·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이다. 

준비위가 염두에 두는 인사는 이처럼 많지만, 김병준 교수를 제외하곤 대부분 거부의사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준 명예교수는 지난달 29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직 공식 제안이 오면 맡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말 답답한 현실 아닌가. 국가에서 녹을 먹고, 미래에 대해 걱정도 하는 사람이 단순히 한국당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당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같이 고민하자'라면 고민해야 할 판"이라며 "딱 잘라 덮어버릴 수 있겠느냐"고 답해 사실상 수락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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