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출신으로 온건합리주의자 평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국회의원(재선.대전서을)이 후배판사의 판결을 보고 애정을 담아 충고했다.

박 의원은 23일 저녁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올린 '법원, 믿고 맡겨도 되는 보루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서울 중앙지법 형사 단독 김경진 판사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69)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데 쓴소릴 한 것이다.

김경진 판사는 23일 고 전 이사장이 2013년 1월 보수성향 시민단체 신년하례회에서 당시 18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발언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국회의원{사진=박범계의원 페이스북 켑처]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국회의원 [사진=박범계 의원 페이스북 켑처]

박 의원은 "일단, 이 판결은 형법상의 명예훼손 사건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사실에 관한 대표적인 케이스"라며 "그럼에도 사실관계는 그리 중요하게 보질 않고 김 판사는 본인의 의견 -철학적 깊이나 감화까지는 시늉도 없다- 에 터잡은 주관적 결론을 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고 성토했다.

박 의원은 "공산주의자와 적화에 대한 김 판사의 무지몽매는 과연 이 사람이 사회과학에 대한 기초적인 관심이나 있는지 되묻지 않을수 없다"고 판결을 조목조목 따졌다.

그는 "마르크스 레닌주의니, 스탈린주의니, 모택동주의니, 김일성주의니 하는 오랜 철학적 논쟁이 공산주의라는 개념에 내포되어 왔다는 사실을 김 판사는 이해하려거나 접근하려한 느낌이 전혀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 고영주에게 무죄 이유"라며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칭한 부분에 대해서는 '공산주의자란 표현은 북한 정권과 내통하는 사람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북한 정권에 우호적이고 유화 정책을 펴는 사람을 뜻한다'"라고 적었다. 

[사진=박범계의원 페이스북]
[사진=박범계 의원 페이스북]

박 의원은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가지면 공산주의라는 대목에서 이승복이 왜 죽었는지 아느냐는 질문이 생각난다"면서 "더군다나, 남북이 전쟁을 치루고 오랜 냉전의 유물을 간직한 우리 사회에서 공산주의와 적화가 어떻게 일반 국민에게 인상지우는 지 -명예훼손 사건의 핵심이다- 관해서는 그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저 소가 웃을 일입니다. 이 판사를 뭐라고 지칭할까요? 무지몽매자?"라고 덧붙이며 김 판사를 판결에 이의를 제기했다.

박 의원은 고 피고인에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고영주 피고인은 만인이 아는 공안검사로 잔뼈가 굵은 사람으로서 적어도 그가 증오하는 공산주의에 대해 직업상 아주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자"라며 "어쩌면 그는 김 판사의 무죄가 고맙기는 하지만 무죄이유는 구상유취 판결이라고 뒤에서 비웃고 있을지도 모를 이유다"라고 적었다.

박 의원은 사법농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판결 비평은 이 정도로 하고"라고 적은 뒤 "지금 사법농단사태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과 법관의 독립이 보호받아야 할 최고의 가치이나, 그 가치의 수혜자일 개개의 판사들이 국민의 상식 수준만큼도 안되는 독단적 견해를 가지고 판결이라는 칼을 휘두를때 국민은 누구에게 인권의 보루를 맡겨야 하나"며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6일 고 전 이사장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하며 "피고인은 명백한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고소인인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의 말을 진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글을 SNS 등에 확대·전파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안검사 출신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허위 발언을 했고, 관련 민사 소송에서 패소했음에도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발언, 고소를 당해 불구속기소된 뒤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고영주 전 방문진이사장.[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발언, 고소를 당해 불구속기소된 뒤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사진=연합뉴스]

고 전 이사장은 선고전 최후진술에서 "28년 검사 생활 대부분 공안 업무를 하다 보니 공안 전문검사로서 사회의 '휘슬 블로어' 역할을 했다"며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는데 나만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해서 허위사실 적시라고 하는 것은 제 공안 경력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먼저 입을 떼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고, 국가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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