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사상 첫 아시안게임 4강에 올린 박항서 감독(60).
현지 매체들은 그는 29일 한국과의 결승전에 앞서 결전 의지가 매우 강했다며 그를 알리기에 바쁘다.
현지 매체들은 28일 자에서 '베트남 축구를 아시아의 호랑이로 키웠다', '중동국가들도 쩔쩔매는 베트남 축구의 전설 박항서', '일본을 무릎꿇린 베트남의 박항서'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가 시리아를 이긴 뒤 가진 4강전 상대가 그의 조국인 한국이라며 세계적인 관심사가 될 것이 분명하다며 그 내용을 전했다.
심지어 매체들은 한국 김학범 호와 베트남 박항서 호의 아시안게임 축구 4강 격돌을 ‘K리그 동료 감독 맞대결’, ‘기사회생 대 승승장구’ 등으로 표현하며 44억 아시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동남아인들의 자존심 베트남 축구, 동북아의 전통의 강호 한국. 그들의 정면승부는 오는 29일 오후 6시(한국 시간)부터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매체들의 소개를 보면 박항서 감독은 4강 진출 기자회견에서 조국인 한국 사랑을 전제로 했다.
박 감독은 지난 27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8강전에서 130분에 걸쳐 혈투를 벌인 끝에 승리한 뒤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우리가 오늘 또 한 걸음 딛는 데 성공했다. 베트남 정신으로 무장한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여기서 제가 감독을 하고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라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8강전에서 연장 후반 4분 만에 1-0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베트남은 아시안게임 첫 8강이고, 첫 준결승 진출이다.
그러나 베트남 축구가 연일 새 역사를 써가는 가운데, 공교롭게 박항서 감독의 조국 한국과 결승길목에서 만났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앞선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연장전에서 4-3으로 꺾고 4강에 올라 아시안게임 2연패 도전을 이어갔다.
조국인 한국과의 대결에 대한 심경을 묻자 박 감독은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잠시 대답을 신중하게 생각했다.
그는 그러더니 “제 조국은 대한민국이고, 조국을 너무 사랑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베트남 대표팀 감독입니다. 감독으로서 책임과 임무를 다하겠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학범 감독과는 인연 깊은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K리그에서 아시안게임으로 무대를 옮겨 마주치게 된 한국의 김학범 감독 얘기가 나오자 그는 “사실 김 감독과 같은 호텔에 묵으며 어제와 그제 모두 만났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박 감독은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는 비결에 대해 “제가 가진 작은 지식이나마 선수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면서 “특별한 건 없고, 항상 ‘내가 아닌 우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로 선수들이 잘 따라준 결과”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기자가 ‘2002년 한국 대표팀의 코치로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을 때와 오늘 베트남의 아시안게임 첫 4강을 비교해 설명해달라’라는 질문에 한국과의 준결승 대결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더니 “2002년엔 코치였지만, 지금은(베트남) 감독입니다. 그땐 4강에서 멈췄지만, 이번엔(한국과 치를) 4강에서 멈추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 졸업 후에는 제일은행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하다가 1983년까지 육군 충의팀에서 선수로 활동하며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이후 1988년까지 럭키금성팀에서 백넘버 9번을 달고 뛰었다. 이어 1989년부터 1996년까지는 럭키금성에서 코치로 활동했다. 이후 1994년 월드컵 대표팀 트레이너, 수원삼성 2군 코치를 지냈다.
그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 된 후부터다. 지난 2000년부터 2002년 월드컵까지 월드컵 대표팀 수석 코치로 일하며 히딩크 감독을 도와 ‘4강 신화’를 만들어냈다.
2004년 가을 이후 14년 간 국가대표 간 맞대결은 없었다. 그러나 베트남에게 대승하던 한국이 2003년 10월 이후 한두 점 차로 신승하거나 패배했다는 사실이다. 그 이전 유일한 패배는 1959년 8월 당시 ‘아시아의 월드컵’이던 말레이지아 메르데카컵대회에서 있었다.
지난 2003년 아시안컵 예선 때 한국은 9월 홈경기에서는 5대0 대승을 거뒀지만, 한 달 뒤 제3국 오만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0대1로 패했다. 이후 2004년 두 차례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2대0, 2대1 연승을 거뒀다. 가장 최근 아시안게임에서 이긴 것(4대0)은 1998년의 일이다. 그래서 이번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베트남을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수비가 뛰어나고 원킬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