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저녁 평양 시민 15만 명 앞에서 공개 연설을 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 주민 앞에서 연설하기는 사상 처음이다.
70년을 이어온 남북 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말하며 당초 예상했던 1-2분이 아니라 7분에 걸친 연설였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 등이 참석한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집단체조를 함께 관람하는 자리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진행된 북한의 대집단체조예술공연을 관람하며, 15만 평양 시민을 향해 연설을 했다[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방송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진행된 북한의 집단체조 예술공연을 관람하며, 15만 평양 시민을 향해 연설을 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방송캡처]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앞두고 직접 문 대통령을 소개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 속에 김 위원장에게 감사를 표한 뒤, 먼저 한반도에서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합의한 평양 공동선언의 주요 성과를 설명한 뒤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진행된 북한의 대집단체조예술공연을 관람하며, 15만 평양 시민을 향해 연설을 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방송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진행된 북한의 집단체조 예술공연을 관람하며, 15만 평양 시민을 향해 연설을 했다[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방송캡처]

이어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가슴 뜨겁게 보았다"고 소회를 밝히면서 "(남북이)적대 관계 청산과 함께 평화의 길로 나아가자"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한다"고 밝히자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그러면서 (남북한이) 함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을 맺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진행된 북한의 대집단체조예술공연을 관람하며, 15만 평양 시민을 향해 연설을 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방송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진행된 북한의 집단체조예술공연을 관람하며, 15만 평양 시민을 향해 연설을 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방송캡처]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는 북과 남, 8천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우리 함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능라도 연설 전문]

평양시민 여러분, 북녘의 동포 형제 여러분, 평양에서 여러분을 이렇게 만나게 되어 참으로 반갑습니다.

남쪽 대통령으로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소개로 여러분에게 인사말을 하게 되니 더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이렇게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있습니다.

동포 여러분,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지난 4월27일 판문점에서 만나 뜨겁게 포옹했습니다. 우리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습니다.

또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남북관계를 전면적이고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기자고 굳게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가을,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평양 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동포 여러분,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와 무력충돌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 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습니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이산가족의 고통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치들을 신속히 취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나와 함께 이 담대한 여정을 결단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걷고 있는 여러분의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평양 시민 여러분, 동포 여러분, 이번 방문에서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보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보았습니다. 얼마나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는지 절실하게 확인했습니다.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보았습니다.

평양 시민 여러분, 동포 여러 분 우리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북과 남 8000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우리 함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갑시다.

오늘 많은 평양시민, 청년, 학생, 어린이들이 대집단체조로 나와 우리 대표단을 뜨겁게 환영해주신 것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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