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지난해 5.9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섰던 안희정 전충남지사에이어 이재명 경기지사가 수난을 겪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최성 전 경기 고양시장 등이 이들과 경선을 치렀으나, 그중 안 전 지사와 이 지사가 곤욕을 치르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경기 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7일 트위터의 '혜경궁 김 씨'의 주인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고 공식 발표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김혜경 씨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내주초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왼쪽 셋째)가 지난해 4월 8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호프집에서 경선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오른쪽)·이재명 성남시장(왼쪽 둘째)·최성 고양시장(왼쪽)이 건배를 한 뒤 잔을 비우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왼쪽 셋째)가 지난해 4월 8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호프집에서 경선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오른쪽)·이재명 성남시장(왼쪽 둘째)·최성 고양시장(왼쪽)이 건배를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혜경궁 김 씨' 트위터(@08__hkkim)의 계정 주인이 김 씨로, 이 계정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이 지사의 정치적 라이벌들에 대해 악성 글을 올렸다는 수사결과에 따른 것이다.
김 씨에 대한 수사는 지난 4월 8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고발로 시작했다.
이 지사는 고발 시점부터 자신의 부인이 이 트위터 주인일 것이라는 의혹을 감수해야 했다. 비록 의혹 수준이었고 경찰 수사도 결론을 내기 전이었지만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했다.
이 지사는 경기지사 선거 과정에서 여러 의혹과 추문에 부딪쳤다. 자신의 형님, 형수와 주고받은 말과 가족 간 불화는 큰 악재였다. 배우 김부선 씨와 스캔들 의혹과 당사자간의 폭로전도 주목을 끌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때문에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파장이 컸다. '이재명이냐 아니냐', '의혹이 사실이냐 아니냐'는 지난 6.13 경기지사 선거 때 핫이슈였다.
다행히 이 지사는 이를 이겨내고 경기지사로 선출됐다. 선거과정에서 부인 김혜경 씨와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하며 정면 돌파했다.
그러나 17일 김혜경 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등 혐의가 최소한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드러났다.
여러 가지 악재 속에도 그때마다 이겨내며 일어선 이 지사가 과연 이번에도 이를 이겨낼지 관심이다. 일각에선 정치활동을 중단한 안 전 지사처럼 이 지사도 정치생명이 흔들릴 수 있는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여권 내 차기 대권 유력주자로 부상했던 충남 논산 출신인 안 전지사는 이른바 미투(me too)의 가해자 의혹에 휘말려 추락했다.
안 전 지사 정무비서였던 김지은 씨(33)는 지난 3월 5일, "안희정 지사로부터 네 차례 성폭행 당하고 수시로 성추행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러자 안 전 지사는 도지사직을 전격 사퇴하고 정치 활동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김 씨는 안 전 지사를 피감독자 간음, 즉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등 혐의로 서울 서부지검에 고소장을 냈다.
서울 서부지검은 이틀 뒤 안 전 지사의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을 압수 수색한 가운데 안 전 지사의 싱크탱크 격인 '더 좋은 민주주의연구소' 출신 연구원 A 씨가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추가 폭로하기에 이른다. 안 전 지사는 3월 9일 검찰에 자진 출석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라며 "제 아내와 아이들, 가족에게도 너무 미안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안 전 지사는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은 같은 달 23일 간음,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3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같은 달 29일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두 번째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번에도 영장은 기각됐고 검찰은 안 전 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7월, 여섯 차례 공판에 이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안 전 지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안 전 지사는 최후진술에서 "어떻게 지위를 가지고 다른 사람 인권을 빼앗을 수가 있겠느냐"라고 항변했다. 법원은 8월 14일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 측이 항소해 내달 초 서울고법에서 첫 재판이 열린다.
비록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안 전 지사의 정치생명은 재기하기에 시간이 필요할 만큼 큰 타격을 입었다. 그의 지지층, 그 주변의 유력 정치인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정치권에 성희롱·성추행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켰다.

저작권자 © 충청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