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무원의 인사명령은 늘 관심사다. 어떤 인사 요인이 있어 인사를 했는지, 조직 내 누가 적격인지, 그 기준과 요인이 공정한지 시선을 끈다.

29일 단행된 경찰 고위 간부의 인사도 큰 관심이다. 박근혜 정권 때 최순실 씨(62·구속 기소)의 청와대 출입을 막았다는 이유로 좌천됐다는 설이 나돈 원경환 인천지방경찰청장이 서울경찰청장으로 내정되는 등 경찰 치안정감 승진·전보인사를 이뤄졌다.

이상로 대전경찰청장은 인천경찰청장으로, 이용표 경남경찰청장은 부산경찰청장으로 각각 승진 내정됐다.

경찰청장(치안총감)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은 경찰 조직 내 6명으로, 차기 경찰청장의 잠재적 후보군이다.

경찰청 차장·경기남부경찰청장·경찰대 학장은 유임됐다.

경무관 4명의 치안감 승진 인사도 함께 이뤄졌다.

송무빈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장(경무관, 가운데)이 29일 정부가 발표한 치안감 승진인사에서 누락된 뒤 언론을 상대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무빈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장(경무관, 가운데)이 29일 정부가 발표한 치안감 승진인사에서 누락된 뒤 언론을 상대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진표 경찰청 대변인·노승일 경찰청 과학수사 관리관·김재규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조용식 서울경찰청 경무부장이 각각 치안감으로 승진 내정됐다.

하반기 고위직 인사가 시작됨에 따라 치안감 전보, 경무관 승진에 이어 총경급 이하까지 경찰 조직 인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고위직 인사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하지 못한 한 현직 경찰 간부가 인사 과정이 불공정했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장인 송무빈 경무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현 정부 경찰 고위직 승진인사 불공정성 시정요구"라는 제목의 A4용지 3쪽짜리 글을 보냈다.

송 경무관은 경찰대 2기 출신으로 지난 2015년 서울청 기동본부장, 2017년부터는 경비부장을 맡아 집회·시위 관리 등을 담당했다. 

송 경무관은 글에서 “원칙과 기준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기회는 평등했는지, 과정은 공정했는지, 결과는 정의로웠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면서 현 정부 슬로건을 끌어다 승진 누락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주요 업무 성과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촛불집회 관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경호, 19대 대선 경호·경비, 인천아시안게임 경비 등을 제시했다. 경무관 승진 이후 치안성과 평가에서 4년 내리 최우수(S) 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청 경비부장은 집회시위 관리와 대통령 경호를 주 임무로 하는, 주말도 없이 거의 매일 근무해야 하는 자리”라면서 “전국 경무관 중 근무 강도가 가장 높은 직책 중 하나다. 지난 4월에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돌발성 난청이 오면서 한쪽 귀에 치명상을 입었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전임 경비부장들은 1~2년 내 전부 승진했지만 저는 3년은 근무하고도 치안감 승진에서 배제됐다”면서 “검증 대상도 되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는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 대포에 맞아 쓰러졌던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자신이 서울청 기동본부장이었다는 사실과 관련해, "당시 백남기 농민이 물 대포에 맞았던 종로 1가가 아닌 태평로 쪽 상황을 담당하느라 해당 지역에 개입할 여건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백남기 농민 물 대포 건은 자신이 책임질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 경무관 이상 고위직 승진인사에 대한 국정조사와 경찰 고위직 인사시스템 전면 개혁, 음해·투서 처리 시스템 투명화, 백남기 농민 사건과 같은 사안 관련자에 대한 승진 적부 처리 시스템 마련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는 “실적 우수자와 고생한 사람은 반드시 승진되는 인사, 능력과 자질이 안 되는 사람은 대통령에게 ‘백’을 써도 안 되는, 만인이 공감하는 인사풍토가 조성되기 바란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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