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72)가 국회의사당 2층 로텐더 홀에서 9일까지 나흘째 단식농성에 들어가 있다.

또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단식 중이다. 여기에다 정동영 민주 평화당 대표 등도 단식은 아니어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야 3당(바른 미래당, 민주 평화당, 정의당)은 선거제 개선 문제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미온적인데 대해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손학규바른미래당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정동영민주평화당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윤소아 원내대표가 당직지등과 함께 지난 달 28일 국회의사당 2층 로텐더홀에서 연동형비례대표 선거제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수용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윤소아 원내대표가 당직지 등과 함께 지난 달 28일 국회의사당 2층 로텐더홀에서 연동형비례대표 선거제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수용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 3당은 앞서 2019 새해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도 문제를 연계해 처리하자며 여당인 민주당을 압박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새해 예산안과 선거제도는 연계시키지 않겠다며 지난 8일 한국당과 함께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도농복합형 포함'이란 괄호안 문자

이 바람에 야 3당과 민주당은 꼬일 대로 꼬여, 감정 대립까지 보이는 상황이다.

야 3당과 민주당간에 문재인 정부 들어 최악의 불신에 휩싸이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선거제도 협상안 내용의 '괄호 안의 문구'때문이었다고 한다.

사정은 이렇다. 지난 8일 2019년 새해 예산안은 국회 선진화법 제정 이후 가장 늑장 처리됐다. 이는 한국당의 세수결손을 이유로 한 예산심사 거부 때문이었으나, 막판에는 야 3당의 반발 때문이었다.

야 3당은 이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합의 없이는 예산안 처리에 동참할 수 없다며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자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야 3당의 농성장을 찾아가 물밑 조율을 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야 3당은 선거제 개편에 대한 합의 없이 새해 예산안만 한국당과 함께 처리한데 대해 민주당에 대단히 화가 났다.

야 3당은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5개 항의 조건을 내걸었지만, 합의에 이루지 못했다.

야 3당이 제시한 5개 항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비례대표 확대 ▲의원정수와 지역구 의원 선출방식(도농복합형 포함) 등 정개특위 위임 ▲석패율 도입 ▲선거제도 관련법 1월 처리 ▲정개특위 활동 연장 등이다.

민주당은 이 안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는 “야 3당의 합의안에 대해 100% 동의한다”라고 했다.

연동형에에서 발을 빼려던 민주당은 입장을 바꿔 연동형 방식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내걸면서 야 3당과 이견을 좁혀지는 듯했다.

그런데도 양측이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야3당과 민주당 물밑협상했으나 타협못찾아

문제는 이 5개 항 중에 있었다. 그중에 괄호 안의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라는 문구가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당이 강하게 주장, 야 3당이 넣은 이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라는 단어 때문에 논의가 결론 없이 끝났다.

한국당이 제시한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는 도시와 농어촌을 분리해 선거를 치르자는 것이다.

즉 인구밀도가 낮은 농어촌, 산간 지역 등은 지금처럼 소 선구제(지역구마다 1등 후보만 당선)로 하되, 도시지역은 중대선거구제(2~4개 의 지역구를 묶어 여러 명의 의원을 뽑는 방식)로 이원화하는 형태다.

한국당에게 가장 유리한 것이 '도농복합형 선거제도'라는 게 중론이다.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2등은 낙선이지만, 중대선거구제에서는 2~3등도 배지를 달수 있게 된다.

당연히 많은 지역에서 민주당에 이어 2등을 할 가능성이 큰 한국당은 소 선구제에선 얻지 못할 의석수를 더 따낼 가능성이 커진다. 때문에 민주당은 도농복합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오는 2020년 4월 치를 제21대 총선에서 한국당과 격차를 최대한 벌려야 하는데 자칫 선거제도에서부터 불리해질 수 있다.

홍 원내대표는 "마지막 단계에서 한국당이 도농복합형 선거제를 논의하자는데 그건 우리가 수용하기 어렵다"라며 "현실적으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그걸 전제로 하자는 한국당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야 3당이 민주당과 선거제도 개편을 놓고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야 3당은 5개 항 중에 괄호 안에 있는 (도농복합형 포함) 문구가 큰 구속력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당이 수용 못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밝히고 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예산안 처리 합의를 취소하고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며 국회 로비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사진=obs켑처]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예산안 처리 합의를 취소하고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며 국회 로비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사진=obs켑처]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한국 당에 유리한 제도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 3당은 한국당에게 유리하더라도 자신들에게도 나쁘지 않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  셈이다.

도농복합형 선거제도에 대해 야 3당의 입장은 분명하다.

예컨대 새해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바른 미래당 김관영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국 당에서 강하게 요구를 했기 때문에 ‘도농복합형 선거구 포함’이라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면서 “다만 도농복합형 선거구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그것도 검토한다라고 하는 그 문구를 넣은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 역시 홍 원내대표에게 “도농복합형도 명시적 제약된 건 아닌 것으로 안다”며 반박했다. 중대선거구제 성격이 포함된 도농복합형 선거제도에서는 꼭 1등이 아니더라도 2~4등까지 당선이 가능해 군소정당들에게는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야 3당의 비난은 민주당을 향해 있다.
민주당도 소극적이지만 한국당보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열려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가장 많은 욕을 먹게 됐다. 민주당은 대안으로 한국당을 뺀 4당만 따로 합의를 하자고 했으나, 야 3당은 그럴 경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국회 정개특위(위원장 심상정)의 활동은 오는 연말까지다. 활동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현 정개특위 활동이 마감되며, 추후 다시 특위 구성 절차를 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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