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박사 (문학박사.문학평론가, 시사평론가)
이대영 박사 (문학박사.문학평론가, 시사평론가)

국회에서 의결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 시행을 앞두고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의 자살 사건 이후, 열악한 시간강사의 고용 안정성과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개정법률안이 입안되었었다. 그후 2011년 개정법률안이 통과되었으나 대학과 강사 양측에서 내용 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하여 네 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예되었다. 이에, 교육부는 '강사법'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18년 3월 14일부터 강사, 대학, 국회 측 추천 위원들로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하고 합의안을 도출, 국회본회의를 통과시켜 12월 18일 공포하였다. 개정된 내용은 금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지만, '강사법'에 해당되는 주요 개정 내용은 8월 1일부터 시행하게 된다. 

정부는 이번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 이유에 대해 “개정법 중 강사의 임용과 신분보장에 대하여 일정 기준없이 대학의 학칙이나 정관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거나 자의적인 해석으로 강사의 신분보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하는 한편, 강사의 임용기간, 재임용, 처우개선과 관련하여 적정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공표된 ‘강사법’에는 임용기간 1년 이상 계약, 3년까지 재임용 절차 보장, 겸임교수·초빙교수 등 1년 이상 임용 보장, 당연퇴직 조항 삭제, 방학기간 중 강사 임금 지급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한 강사 및 기타 교원은 책임시수를 주당 6시간 이하를 원칙(최대 9시간)으로 하며, 겸임·초빙교원은 주당 9시간 이내를 원칙(최대 12시간)으로 하고 있다. 이 내용은 금년 상반기에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거쳐  8월 1일 이후 신규임용되는 강사에게 적용된다.     

대학의 시간강사 처우개선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저변에는 불평등한 대학교원 인적 구성의 민낯이 고스란히 깔려있다. 대학교수는 정규직 전임교원과 비정규직 비전임교원으로 구분된다. 전임교원은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로 구성되어 있지만 공무원 또는 정규직의 신분이기에 신분불안의 요소가 거의 없다. 반면, 신분보장이 안되는 비전임교원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시간강사, 외래교수, 겸임교수, 초빙교수(대우교수·특임교수·객원교수), 석좌교수, 명예교수, 기금교수, 강의전담교수, 산학협력중점교수, 연구교수 등 그 명칭도 다양하다. 명칭이 다양하다는 것은 교육의 다양성과 세분화라는 측면도 있지만 실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학의 재정 여건과 직결되어 있다. 7년 여 간 동결되어 있는 등록금과 입학자원의 감소는 대학재정을 어렵게 하고, 긴축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의 재정지출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대학,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는 전임교원을 채용하기 보다 시간강사 수를 늘리는 방법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대학평가에 반영되는 교원확보율을 충족시켜야 하고, 개정된 시간강사법을 준수해야 하는 대학으로서는 이번 개정 내용에 한층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이로인해 ‘시간강사법 역풍’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시간강사를 채용하기보다 이미 직장을 가진 겸임이나 초빙교원을 선호한다. 인건비 인상이나 재임용 요구가 적고 4대보험 등의 지출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오히려 이들의 고용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졌기에 대학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에 각 대학은 대형 강좌 및 원격강좌수를 늘리고 교양과목 수를 축소하여 시간강사 수를 감원하기 시작했다. 비록 정부가 ‘시간강사 처우 개선비’ 명목으로 국립대 71억원 증액, 사립대 217억원(직접지원 152억원, 기금 65억원)을 신규로 예산에 반영했다 할지라도 “강사에 대하여 방학기간 중에도 임금을 지급한다”라고 명문화 함으로써 대학은 재정부담을 안게 되었다. 더구나 “임금 수준 등 구체적인 사항은 임용계약으로 정한다”라고 함으로써 향후 논란의 불씨 또한 남겨놓은 셈이다.

대학의 시간강사는 대학전임교원으로 가는 과정의 길이지만 험난할 수 밖에 없다. 박봉에 가정을 꾸리고, 책을 사보며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 더구나 을의 입장이라 인간관계 또한 녹록치 않다. 시간강사법을 아무리 개정한다한들 강사의 신분이나 지위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시간강사 자리가 줄어들 확률이 더 높다. 그렇다고 교육부가 대학측에게 원격강의를 줄이라고 하는 것 또한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권고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어찌보면 초중등 교원임용시험처럼 교육부가 대학교원 수급계획을 세워 각 대학에 교원을 공급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동안 국가가 시간강사와 사학에 책임을 위임했던 고등교육의 후유증이 점점 더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 ‘시간강사법’ 논란을 바라보며 ‘이것이 현실적 해결책이 될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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