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신규 대형마트 허용 움직임…소상공인들 한숨만 늘어나
-대전시, 대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꼼수

내수 경기 불황으로 대전 지역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대전 지역에 대형 유통 매장 입점이 확대될 전망이어서 소상공인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또한 대형 유통 매장이 확대될 경우 대전시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입점을 제한하던 '유통 총량제'가 사실상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높아 정책 혼선이 우려된다.

대전시가 8일 대전세종연구원에 맡겨 수행한 '대규모 점포의 효율적인 종합 관리 방안 연구 과제'란 보고서는 대전에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대형 유통 매장 입점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 과제는 대전세종연구원이 맡았지만, 대전시가 의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 연구 결과가 시의 입장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연구진은 대형 유통 매장 입점 확대 근거로 수요보다 공급이 적다는 점을 들었다.

대전을 중심으로 전남 북부, 충남 남부, 충북 서부, 경북 서부 등을 충청권역으로 묶어 인구수와 가구수 등을 고려한 구매 수요(균형 매장 면적 구매 수요)는 전국의 11% 수준이지만, 대형마트 매장 면적은 전국의 8.8%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백화점도 구매 수요는 18.4%지만 매장 면적은 6.4% 수준이라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통산업의 비중을 높여 인근 주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 유입까지 고려한 유통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조언했다.

또 역세권 개발사업이나 터미널 조성 사업 등 공익적 목적에 한해 대형마트의 신규 입점을 허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대형 유통 매장 확대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해소하고 대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이 대형 유통 매장 확대 근거로 제시한 수요-공급 분석이 대전에 대형 유통 매장을 입점시키려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분석 대상 가운데 대전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전북 북부, 충남 남부, 충북 서부, 경북 서부)은 대형 유통 매장이 없는 곳이라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전에 대형 유통 매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관계 없는 지역을 포함했다는 설명이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기획위원장은 "대전 지역 대형 유통 매장 수요와 공급을 분석하면서 전북과 경북을 끼워 넣은 이유가 뭐냐"며 "전북이나 경북에서 시장 보러 대전에 오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이 연구 결과는 대전에 대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술수에 불과하다"며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책이 만들어진다면 소상공인 정책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의 후속 조치로 시의 유통 정책이 수립되면 대형마트 추가 입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에는 대형마트 추가 입점을 규제하는 유통 총량제로 인해 2009년 이마트 대전복합터미널점이 문을 연 이후 대형마트가 들어서지 않았다.

현재 대전에서는 14개의 대형마트가 운영 중이다.

대형마트가 들어설 경우 인근 지역 전통시장은 물론 소상공인에게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섭 대전시의원은 "시가 대형 유통 매장과 소상공인 상생 발전을 위해 여러 정책을 펴는데,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런 정책에 반하는 것"이라며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대전의 경제구조를 튼튼하게 해야지, 대형 유통 매장 입점에 관대한 정책을 펼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 과제가 이르면 내년 공사를 시작하는 유성복합터미널에 대형마트를 입점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특히 시가 연구 결과를 일부 공개한 8일이 유성복합터미널 민간 사업자 사업 신청서 접수 마감일이라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정현 대전시의원은 "누가 봐도 유성복합터미널에 대형마트를 입점시키려는 꼼수"라며 "대전은 다른 지역에 비해 소상공인이 많은 도시인 만큼 소상공인 중심의 경제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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