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파장

                     

문을 나설때면
늘 습관처럼 차 키를 잡는다
잡지 않으면
불안한 듯 허둥대다가
흐릿한 기억을 더듬다가
손에 잡히는 순간
휴休ㅡ
제대로 나서게 된다

오늘은 
버젓이 제자리에 있는 키를 두고
홀가분하게 문을 나선다
오월의 골목은
아카시아 향기로 가득차고
누군가의 잡담으로 북적이는 한낮
먼 사람조차 함께 걷는다

산뜻한 눈으로
초록의 몸을 더듬는 순간
발끝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파장
뼛속 깊이 스며들며
발걸음 뗄 때마다
싱그런 몸살 일으키고 있다

 

 

<시작노트> 하늘과 땅이 손잡고 초록으로 덮혔습니다. 초록이 주는 가장 위대한 행복. 바로 '쉼' 의 향기 아닐까요. 분주한 일상이거나 또는 삭막한 마음이 들 때면 푸른 잔디 품은 숲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때때로 모자란 생각이나 생채기가 날 때 신록은 치유의 마음을 안겨줍니다. 나의 온몸에 생기가 돋는 달. 오월은 어디서나 초록바다에 누울 수 있어 쉼과 위안을 베개 삼아 즐깁니다. 아카시아 향기 가득한 골목은 외롭지 않습니다. 

 

이정숙 시인
이정숙 시인

이정숙 시인은 대전중구문인협회 운영이사이면서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낭송이사를 맡고 있다. 목원문학상 수상자로 대표시집으로 <뒤돌아보면 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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