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베이비 시스템, 임산부에도 심적 부담

대전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안내 스티커 [사진=충청헤럴드 박상민 기자]
대전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안내 스티커 [사진=충청헤럴드 박상민 기자]

[충청헤럴드 박상민 기자] 저출산 문제 해결과 임산부를 위해 대전지하철에 전국 최초로 ‘임산부 배려석’을 도입했으나 일부 시민들의 의식 결여와 당국의 형식적 운영으로 제구실을 못해 ‘노약자석처럼’ 임산부 배려석도 지정석으로 강화,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전교통공사는 지난 2012년 11월 전국 처음으로 4칸으로 운행되는 열차의 첫 번째와 네 번째 칸의 총 8개 좌석을 ‘임산부 배려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좌석 위에는 임산부 그림, 좌석 등 쪽에는 ‘임산부 먼저!’라는 하트 표시와 함께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까지 4개 국어로 안내되어 있다.

대전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안내 스티커 [사진=충청헤럴드 박상민 기자]
대전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안내 스티커 [사진=충청헤럴드 박상민 기자]

열차 바닥에도 분홍색과 노란색을 바탕으로 큰 글자로 ‘임산부를 위해 자리를 비워 둡시다’라는 문구로 임산부 배려석을 명확히 하고 있다.  

특히, 10년 전 도입 초기에는 배려석에 인형까지 놓아, “임산부가 아닌 승객이 인형을 안고 자리를 차지하고 가기란 심적 부담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소위 ‘넛지(Nudge) 효과’를 기대했다.

더구나 임산부 배려석에 평소 50대 이상 여성들이나 남성 승객들이 자리하면서 곰 인형을 등받이로 사용하는가 하면, 열차 안내 방송에도 귀를 닫는 등 충청도 양반이라는 전통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출퇴근을 위해 지하철을 이용한다는 A 씨는 “여자가, 같은 여자를 배려하지 않는 모습에 대전시민 의식 척도가 ‘이것밖에 되지 않나’ 실망을 느낀다“고 혀를 찼다.

학생 B 양은 “연세가 많이 드신 아주머니나 아저씨들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는 것을 보면 배워야 할 어른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실망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전교통공사는 지난 1월부터 모든 열차에 임산부 배려석 알림 시스템인 ‘위드베이비(아기랑)’를 설치하고, 불빛과 함께 안내음이 나오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대전지하철 22개 역에서 산모 수첩 지참 임산부는 발신기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임산부가 발신기를 항상 소지해야 하는 불편과 임산부 좌석을 차지한 사람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줄 수는 있으나 임산부가 앉았을 때의 주변 부담도 과제로 지적되어 차라리 배려석 명칭을 '노약자석‘처럼 지정석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전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불편 신고 안내 스티커 [사진=충청헤럴드 박상민 기자]
대전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불편 신고 안내 스티커 [사진=충청헤럴드 박상민 기자]

한편, 광주지하철은 승객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면 “고객님께서는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셨습니다”라는 음성이 나오도록 해 모르고 앉았다가 일어서도록 하는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임춘식 명예교수는“임산부를 위한다고 도입한 시스템이 오히려 부담을 준다면 도입 자체가 무의미하다”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대전시민들에 대한 홍보와 서번트 의식처럼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자신의 의사에 전적으로 행하는 배려 효과가 없다면 ‘노약자석’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임산부도 ‘배려석 명칭’보다 심적인 부담감을 더 줄 수 있도록 어감이 강한 ‘임산부 지정석’으로 명칭 변경 검토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지난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월 출생아 수는 2만 3179여 명으로 1년 전보다 6.0%(-1486명) 감소했다. 감소세는 2015년 12월 이후 86개월 이어지고 있다. 인구 천 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도 5.3명으로 동월 기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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