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27일 오전 9시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서 첫 만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오전 9시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서 첫 만남에 이어 판문점 평화의집내 정상회담장에서 만난다.

11년 만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세계 열강의 각축장인 한반도의 명운이 걸린데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한반도 냉전 구도 해체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동족의 아픔을 간직한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회담이 열리는 데다, 회담 장소가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으로 결정된 데 따라 분단 이래 최초로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측 땅을 밟는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내 정상회담장에서 역사적인 회담을 갖고, 한반도 명운이 달린 남북현안을 논의한다.[사진=충청헤럴드.청와대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내 정상회담장에서 역사적인 회담을 갖고, 한반도 명운이 달린 남북현안을 논의한다.[사진=충청헤럴드.청와대제공].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토를 '평화, 새로운 시작'으로 정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이라는 종착점을 향한 출발선에서 새로운 통읠의 장을 열겠다는 다짐이다.

앞서 열린 2000년·2007년의 두 차례 회담과 다른 점은 단순히 남북관계만을 개선하기 위한 만남이 아니라 한반도 이슈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를 목표로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하이라이트인 북미 정상 간 '담판'에 영향을 주며, 북미회담 결과가 고스란히 남북관계에 투영되는 상호순환적 메커니즘이 가동된 터라 그 '첫 매치'인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길잡이' 역할을 부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5차 회의에서 비핵화 목표 달성과 이를 통한 항구적 평화정착의 큰 걸음이라는 의미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그 목표를 위해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눈여겨 볼 회담의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성격이나 화법, 협상 스타일 모두 상당히 대비된다는 평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치밀하게 준비하되 결심이 서면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강직한 면모인데 반해, 김 위원장은 상대의 예상을 뛰어넘는 승부수를 곧잘 선보이는 대담하고도 파격적 스타일이라는 평이 많다.

때문에 회담결과가 주목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위한 합의 수준이다.

비핵화·평화체제 문제는 남북 합의만으로는 불가능하고, 미국이라는 '상수'가 필요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중국 등 여타 한반도 문제 관련 당사국의 관여도 상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한반도 문제의 '운전자'를 자처한 문 대통령이 실제 북한과 미국을 움직여 현재의 '큰 판'을 이끌었고, 이를 위한 첫 시동이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이 회담의 성패가 이후 열릴 북미정상회담, 나아가 한반도 운명 전체를 좌우할 정도로 파괴력을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내 정상회담장에서 역사적인 회담을 갖고, 한반도 명운이 달린 남북현안을 논의한다.[사진=연합뉴스].

두 정상이 이른바 '4·27 선언'에 평화체제의 선결 조건인 종전선언과 비핵화 문제에 관해 어느 정도의 내용을 담느냐로 쏠린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이미 소통 창구를 다변화한 남북은 적지 않은 접촉으로 정상회담 의제를 가다듬어 초안 수준의 합의문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핵화와 종전선언 이슈는 정상회담장의 두 정상 협의 여부에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을 엿새 앞둔 지난 21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향후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이라는 신뢰 조치를 통해 비핵화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 한미 정상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셈이다.

합의문에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두 정상의 강한 의지와 함께 종전선언을 통한 평화협정 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남북미 또는 중국을 포함한 3∼4자 간 종전 논의를 시작한다는 문구가 담길 가능성도 있다.

과거처럼 남북 정상 간 선언이 단순한 선언에 그쳐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만큼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도 남북정상회담 직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북미 정상 간 대좌가 준비돼 있어서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한미정상회담까지는 잘 가더라도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에 대한 큰 틀의 합의와 더불어 구체적인 세부 방법론이 오갈 개연성이 있다. 반면 북미 간 대척점이 바로 이 부분이라는 점에서 충돌 여지가 도사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으로 불리는 선 핵폐기·후 보상의 일괄타결 프로세스를 강조하면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내세운 북한과 견해차가 있다.

문 대통령은 바로 이 점에서 운전자 또는 중재자로서 역할이 크다. 한미 간 공조를 토대로 한 비핵화 해법에 최대한 근접하도록 김 위원장의 결단을 유도하고, 역으로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을 가지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말 그대로의 '중재역'이다.

문 대통령이 남북·북미 정상회담 사이 기간인 다음 달 중순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실무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비핵화 이외의 관심사=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비무장지대(DMZ)의 실질적 비무장화와 국회를 비롯한 각계 교류,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조치 처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책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비핵화를 전제로 한 '한반도 신경제 구상'과 같은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내용이 담길지도 관심이다. 청와대는 남북경협 문제는 의제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문 대통령이 비핵화 이행이 급물살을 타고 국제적 대북 제재가 풀릴 경우 실행가능한 경협방안을 김 위원장에게 사전 설명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남북정상회담 정례회를 비롯 이산가족상봉과, 남북 상설 연락사무소 개설 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또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재개및 경제협력분야도 논의할 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구역인 판문각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내 MDL을 도보로 넘어 자유의집을 지나 회담장인 평화의집까지 걸어가는 짧지만 강렬한 순간은 '한반도의 봄'을 상징하는 또 다른 역사적 장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내 정상회담장에서 역사적인 회담을 갖고, 한반도 명운이 달린 남북현안을 논의한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내 정상회담장에서 역사적인 회담을 갖고, 한반도 명운이 달린 남북현안을 논의한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MDL 선상 또는 공식 환영식이 열리는 자유의집 앞에서 김 위원장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만남 자체에서부터 회담 의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안을 확실하게 준비하기 위해 지난 20일 이후 6일째 외부 일정을 일절 잡지 않고 있다. 매일 같이 새벽까지 관련 문건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11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때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총지휘했던 문 대통령이 10·4 선언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던 과거의 회한을 뒤로하고 평화의 봄을 실현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시선이 한반도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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