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오 세종정부청사주변 식당에서 국토부 공무원 몇몇이 점심을 하며 연신 TV 정오뉴스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들은 '김(현미) 장관이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라거나, '코레일 오(영식) 사장의 얼굴이 일그러졌어'하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오후 종편에서 나오는 '김현미 장관, 잇단 코레일 안전사고에 기관장 질책'이 나오자 대전역 대합실을 오가던 직원들이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유는 뭘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산하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13개 기관장과 간담회를 열었다.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오영식 코레일 사장(오른쪽)이 굳은 표정으로 김현미 장관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오영식 코레일 사장(오른쪽)이 굳은 표정으로 김현미 장관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간담회에는 인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감정원, 주택도시보증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철도시설공단, 교통안전공단, 한국시설안전공단,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국토정보공사 등 기관장이 불려왔다.

김 장관은 모두가 아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인물이다.

그는 이날 KTX 오송역 단전사고 등 안전사고가 1주일내 6건이나 발생한데 대해 공개적으로 오영식 사장이 이끄는 코레일을 야단쳤다.

오 사장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대통령 후보일때 선대위의 기획전략의 책임을 맡았던 실세 중의 실세다.

그러니 취임 초에 발탁되어 국토교통의 수장인 김 장관과 오 사장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을 눈여겨 보는 해당기관의 구성원들은 단순하게 보는 것 같지 않았다.

김 장관은 먼저 오 사장과 김상균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산하 기관장들에게 조직의 기강해이를 언급하며, '심기일전'을 당부했다. 

그는 "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난 현시점에 우리 스스로가 관행에 익숙해지고 관성적인 업무태도를 갖게 된 것 아닌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업무 추진과정에서 말 실수한다거나, 기강이 느슨해져 안전관리 등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KTX의 사고와 고장 등을 문제 삼았다.

오송역 단전 등 KTX 운행과 관련한 고장·사고를 비롯해 BMW 화재, 고시원 화재 등 잇따른 안전사고에 대한 질책이 이어진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9일  김현미 장관주재로 산하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13개 기관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오송역 단전사고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 장관은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철도·자동차·도로 분야의 사고 방지와 대응 강화를 철저히 하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하여 면밀한 조사를 실시할 것을 당부했다. [사진=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켑처]
국토교통부는 29일 김현미 장관 주재로 산하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13개 기관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오송역 단전사고 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 장관은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철도·자동차·도로 분야의 사고 방지와 대응 강화를 철저히 하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하여 면밀한 조사를 실시할 것을 당부했다. [사진=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캡처]

이중에서도 코레일이 집중적인 질책의 대상이 됐다. 김 장관은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에 "오송역 단전사고로 국민이 큰 불편을 겪었고, 특히 이후 조치가 매우 미흡했다"고 작심한 듯 꼬집었다.

그는 "장관 부임 후 처음 찾아간 곳이 철도 선로작업 중 돌아가신 분의 빈소였다"며 "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시행했으나 오송역 사고를 포함해 최근 1주일간 여섯번이나 고장과 사고가 발생했다"고 질타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7일 국무회의에서 철도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태세 점검을 주문했으나 28일에도 광주 광산구 호남선에서 도색 작업자가 새마을호에 치어 숨지기도 했다.

김 장관은 코레일의 오송역 KTX단전사고 등과 관련,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장관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코레일의 안전관리 체계와 차량 정비시스템, 고객 대응체계 등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고 국토부 자체 감사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여객안내에 대한 표준화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신속한 복구와 안내를 통해 이용객 불편을 최소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오 코레일 사장은 반론이나 해명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이었다.

오 사장은 앞서 전날(28일)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 오송역 사고 당시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하고 최근 일련의 사고로 우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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