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분장 실태조사 분석 결과, 공립유치원 교사가 일반행정 처리
초등 34.5%, 중등 32.5% 교사가 소방훈련 맡아
"공정하고 합리적인 업무기준안 마련하라" 촉구

전교조 대전지부가 6일 성명서를 통해 학교 현장의 업무 분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대전지부가 6일 성명서를 통해 학교 현장의 업무 분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청헤럴드 대전=이경민 기자] 대전지역 초·중·고 업무분장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행정과 교원의 업무 구분이 불확실해 학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6일 2020학년도 학교 업무분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법령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학교 업무 분장이 학교장의 입맛에 따라 원칙 없이 춤을 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교조에 따르면 지난달 대전교육청은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공립유치원 101개원, 초등학교 148개교, 중·고등학교 151개교 등 사립유치원을 제외한 전체 유초중고를 대상으로 2020학년도 학교 업무분장 실태조사를 벌였다.

대전지부는 “업무 분장을 둘러싼 학교 현장의 혼란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교육청은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며 ”이번 전수조사 결과 교육청이 강조한 ‘학교의 자율성’이 사실상 ‘학교장의 입맛’에 불과하며, 일부 학교장은 초중등교육법 등 법령을 위반하고 있음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2020 공립유치원 업무분장 실태-노란색 부분이 행정업무임에도 교무직으로 분류된 경우
전교조 대전지부가 밝힌 2020 공립유치원 업무분장 실태. 노란색 부분이 행정업무임에도 교무직으로 분류된 경우다. 

또 “유아교육법 및 관계 법령에 따르면 수업과 생활지도 등의 교육활동은 교원, 시설·설비, 계약 등 교육활동의 지원은 행정 직원이 맡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공립유치원에서는 교사가 일반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단설유치원 10곳은 별도의 행정 인력이 배치돼 있지만 대다수의 병설유치원에서는 교사가 거의 모든 행정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전지부는 불분명한 업무 분장으로 인한 폐해 사례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근무하는 교사 A씨는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이 일을 하지만 행정업무 때문에 아이들에게 소홀해지는 때가 있다.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초등학교도 93.2%의 학교가 계약제교원 신원 조회 및 근로계약 체결 업무를 교원에게 맡겼고. 97.3%의 학교에서는 방과 후 학교 강사 성범죄 조회 및 계약 업무를, 47.3%의 학교에서는 공기질 측정 관리를 교사들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또 13.5%의 학교에서는 모래 소독까지 교사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0 초등학교 업무 분장 실태
2020 초등학교 업무 분장 실태

소방안전 업무도 일부 학교에서는 교원의 업무로 분장돼 있었다.

소방시설설치유지및안전관리에관한법률 및 공공기관의소방안전관리에관한규정 등에 따르면 소방 훈련은 소방안전관리자의 책무이고 소방안전관리자는 감독직인 행정실장이 맡도록 돼있지만 교사가 소방 훈련을 맡는 비율이 초등 34.5%, 중등 32.5%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대전지부 관계자는 “시교육청이 학교 내 업무분장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으므로 교육청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간섭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교육청의 이러한 무책임 행정으로 인해 대전 관내 상당수 학교가 업무분장을 둘러싸고 적잖은 갈등과 혼선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업무 기준안’을 마련하고, 업무 정상화 약속을 저버린 교육감이 사과하라”며 “즉각 TF를 구성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업무분장 정리에 대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은 향후 시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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