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대한민국이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이미 ‘고령사회’에 본격 진입해 2026년이면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 넘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하게 된다. 미래 사회는 노인 천국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미 노인 대부분은 무전(無錢) 장수, 유병(有病)장수, 무업(無業) 장수, 독거(獨居) 장수 때문에 노후 생활의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인구 위기 경고를 무시하고 태평스럽다.

인구 대지진의 전조는 이미 시작됐다. 신생아 수도 40만 명 이하로 이미 추락해 아기가 당장 몇만 명 더 태어나도 미래 인구에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 이제 고령사회 종합대책이 시급하다. 2020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 빈곤율은 43.8%(중위소득 50% 기준)로 OECD 평균 노인 빈곤율이 12.5%인 것이 비하면 4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압도적 1위다. 노인 2명 중 1명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OECD 37개국 가운데 20개 국가가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인 부끄러운 수치다. 중간 소득의 절반도 안 되는 노인이 2명 중 1명이다. 빈곤율이 높다 보니 노후에 일하는 노인도 많다. 남성의 평균 은퇴 시점은 72.9세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OECD 평균이 64세니까 한국 남성이 9년 가까이 더 일한다. 그런데도 노인 빈곤 문제는 점점 심각해져 가고 있다. 가난한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그 누구도 보호해줄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갇혀 있다.

고령사회를 맞이하여 연금과 보건 의료 면에서 사회, 가족과 개인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고령화를 단절적인 인생의 주기로 보지 말고, 생애 주기적 관점을 바탕으로 유아기 때부터 노령기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저출산ㆍ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차세대의 노인부양 부담을 낮추고, 특히 국가와 개인, 그리고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연계를 강화하여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경제적 안정을 누리고 있는 노인들이 스스로 복지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게 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게 되는 2030년 이후의 초고령사회로 인한 위기도 대처할 수 있다. 이제는 사회적·재정적 부담에 대한 상황에 맞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응한 노인복지정책 수립의 필요성과 기본방향. 그리고 현재의 노인복지정책의 한계와 향후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는 무엇이며, 사회는 노인의 가치를 어떻게 재평가할 것인지에 대해 깊은 성찰과 재조명이 필요하다. 고령사회를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사회변화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노인과 노인복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져야 한다. 나라의 근간을 흔들 고령사회 처방,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제는 노후 경제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소득보장의 안전망을 반드시 완성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일차적으로 시장 경제체제 내에서 고령자층의 고용을 확대하고, 정년 나이를 점차 상향 조정하며, 은퇴 후에도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만들어 일하도록 해야 한다. 말만 무성한 65세 노인 기준연령을 높이거나 은퇴 시기를 늦추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노인들이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건강한 고령사회는 노년기의 가치가 인정되고 노인의 역할이 살아있는 사회이다. 하루빨리 고령사회에 대응한 노인복지정책을 국민적 관심 속에서 재정비하고 생산력 위주의 경제이념에 가려진 노인복지를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가족 부양의식 약화를 경험하는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준비하는 노후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므로 노후는 노년기에 진입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하며 준비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대안과 실천의 뒷받침이 절대적이지만 가족, 지역사회, 국가의 삼위 일체적 배려가 필요하며 나아가 노인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과정에 노인들의 견해가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 민주주의가 제도화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인들의 정치 세력화를 조성케 하여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고령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정부와 국회, 관련 기관이 반드시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급격히 진행되는 고령사회 현상을 방치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저작권자 © 충청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