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스핑크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막고 물었다.

"아침에는 네 발, 오후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다니는 동물은 무엇인가?" 오이디푸스는 '사람이다'라고 답했다.사람은 젊어서 혼자 살 수 있지만 노후가 되어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했지만 도시화와 핵가족화로 더 이상 자신의 노후를 자녀에게 기댈 수 없게 된 것이 현실이다.

노후는 그저 주어지는 '여분'의 삶이 아니라 '제 2의 인생'이다. 취직하고 결혼해 주택을 마련하고, 자녀를 낳아 길러서 독립시킨 뒤에 사회와 가정에 대한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는 시기. 즉,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시기이다. 이런 노후를 보람 있게 일하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 수만 있다면 축복임에 틀림없다.

이제 무엇보다도 100세 사회의 미래는 노인 스스로 만들어 향유할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하고 미래 자화상은 자신이 분명하게 그려야 한다. 이제 수명연장 덕으로 노후의 시간이 갈수록 길어지기 때문에 우리 모두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준비된 노후'가 절실하다.

100세 사회의 자화상은 자신이 스스로 그려야 한다. 우리에게 준비된 노후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남은 삶을 어떻게, 아름답게 보낼 수 있을까를 설계해야 한다.

오늘의 노인이나 미래의 노인들의 근로 시간은 줄어들고 은퇴이후의 생활이 길어지고 있다. 이제 60세 정년퇴직은 동화 속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메뚜기족' '암반수' '사고무친' '체온퇴직' '사오정' '삼팔선' '오비이락' 등 신조어가 말해 주듯이, 조기 퇴직의 확산으로 '평생직장'의 시대에서 '평생직업'의 시대로 바뀌어 가고 있다.

'노후, 어디서 뭘 하며 살까?' 누구나 행복한 노후 생활을 희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친구, 대인관계, 일, 취미, 돈이 행복한 노년을 위한 5가지 필수 조건이라고 한다.

먼저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젊어서부터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에 물질적∙정신적 투자를 해야 하고, 인생을 함께 동행 할 가족과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필요하다. 또한 행복감을 느끼고 즐거움을 향유 할 수 있는 '나만의 평생 직업'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행복한 노후는 다양한 취미, 여가활동, 여행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을 만큼의 돈이 마련된다면 보다 활기차고 안정적인 삶이 될 것이다.

사람이 정년퇴직 후 주어지는 자유 시간은 무려 7만여 시간이나 된다. 가령 60세 정년퇴직하고 평균수명을 80세까지 볼 경우 20년의 시간, 즉 약 17만 5,200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지게 된다. 그중 먹고, 자고, 생리적 일을 소요하는 시간을 하루 14시간 정도로 추산하면 모두 10만 5천여 시간이 된다. 그리고 나서 남게 되는 7만 시간이 자유시간인 셈이다. 이 자유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이 알차고 보람 있게 빛나거나, 아니면 상실감에 빠져 지루한 여생이 될 것이다.

은퇴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젠 고민해야 한다. 당신의 '노후생활, 안녕하십니까?'에 대해 지금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실제로 미국, 유럽 등에서는 노인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젊어서부터 아름다운 인생 2막인 '은퇴 이후'를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인생 전반기를 가족 부양을 위해 살았다면, 인생 2막에는 자신의 행복과 건강을 위한 설계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성 있는 생활태도를 훈련하고 '나'에서 벗어나 '나와 너, 이웃'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봉사적 사고를 가져야만이 건강 장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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