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철 대전 삼한의원 원장(진단학회, 약침학회, 추상학회 회원)
성시철 대전 삼한의원 원장(진단학회, 약침학회, 추상학회 회원)

우리 몸에서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통증을 꼽으라면 단연 허리병일 것이다.

허리와 골반은 우리 몸 기둥의 기반이 되는 곳으로 이곳이 잘못되면 몸 전체적으로 그에 맞춰 밸런스 조절을 하면서 전체적인 균형이 깨지게 된다.

척추가 S자로 휘어지기도 하고, 어깨와 목에도 심한 긴장감이 생기며, 사지가 통증이 오기도 하고, 뼈의 구조적인 문제는 결과적으로 장부에도 문제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그만큼 허리는 우리 몸의 활동과 균형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 한의학에서는 허리 통증을 원인과 통증양상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하였다. 

특히 동의보감에서는 허리통증을 열가지로 나누었는데(腰痛有十), 10종의 원인이 되는 요통에 따라 적합한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10종의 요통분류는 다음과 같다.

1. 신허요통(腎虛腰痛)
신장기능이 약해져서 발생하는 요통이다. 허리를 잘 펴지 못하고, 조금만 피로해도 금방 허리가 아프고, 장시간 서있기 힘든 증상을 보인다. 주로 노인이나 허약체질에서 많이 나타난다. 신장기능을 개선시키는 한약이나 영양가 있는 음식을 통해 허한 증상을 보충해 준다.

2. 담음요통(痰飮腰痛)
담음이란 체내의 노폐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쌓인 것을 담음이라 한다. 담음이 체내 여기저기 쌓이면서 마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아픈 것처럼 느끼는 것을 담음요통이라 하는데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거나 노폐물 배출이 잘 안되는 경우 발생한다. 노폐물을 배출시키면서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해야 한다.

3. 식적요통(食積腰痛)
소화불량 또는 소화기가 약한 사람의 과식이나 과음으로 허리 근육이 긴장해 요통을 유발하는 것을 식적요통이라 한다. 폭음, 폭식 후에 요통이 발생했다면 식적요통으로 보고 허리치료보다는 소화기 치료를 우선 해야 한다.

4. 좌섬요통(挫閃腰痛)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큰 충격을 받거나 발을 헛디뎌 허리를 삐끗한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 허리를 잘 펴거나 굽히기가 힘들 정도로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절대적인 안정을 취하고, 속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5. 어혈요통(瘀血腰痛)
타박이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 몸에 혈종이 생기거나 소위 ‘나쁜 피, 죽은 피’라고 하는 혈액정체 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요통이다. 어혈을 제거하는 약을 쓰거나 한의원에서 나쁜 피를 정리하는 혈자리를 이용한다.

6. 풍요통(風腰痛)
장시간 찬바람에 노출되어 허리부터 둔부와 다리까지 아프고 뻣뻣하게 수축되어 당기는 느낌이 드는 요통이다. 풍(風)이라고 하면 중풍을 생각하기 쉬운데, 자연에도 태풍부터 산들바람까지 다양한 상태가 있는 것처럼 어떤 상황의 바람이냐에 따라 증상의 경중이 달라지고 치료도 달라진다. 
근육의 긴장이 발생하므로 주물러주거나 이완시켜 준다.

7. 한요통(寒腰痛)
차고 냉한 기운에 의해 발생하는 요통이다. 날씨가 추워지거나 추운 바닥에서 자고 난 후 갑자기 뻐근하게 아파오는 요통이다. 따뜻하게 풀어 준다.

8. 습요통(濕腰痛)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릴 때 통증이 심해지는 요통이다. 비를 자주 맞거나, 자주 흐려지는 지역, 습한 지역에서 생활하는 경우 허리에 묵직한 통증과 축축 처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습기가 많은 지역은 피하고 제습시킬 수 있는 한약을 복용한다.

9. 습열요통(濕熱腰痛)
평소 기름기 많은 음식을 자주 먹는 경우 체내 노폐물로 인한 독소가 쌓여 발생하는 요통이다. 고기나 튀김 등의 음식을 피하고, 야채와 채소위주의 식단으로 바꿔야 한다.

10. 기요통(氣腰痛)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요통이다. 과도하게 신경쓰거나 속썩는 일이 심할 때 근육의 긴장상태가 심해지면서 발생하는 요통이다. 스트레스 상황을 피하고, 명상 등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취한다.

이 분류는 조선 시대의 임상적 분류체계일 뿐이다. 여러 분류법 중 임상에서 자주 쓰는 분류법을 모아놓은 것이므로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신허요통은 장부적인 관점에서의 분류법이요, 담음요통, 식적요통, 어혈요통, 좌섬요통은 특정한 일의 발생으로 나타나는 요통의 분류법이다. 

풍요통, 한요통, 습요통, 습열요통은 자연의 기후와 관련된 분류체계로서 이를 육기(六氣)라 하는데 한열(寒熱), 조습(燥濕), 풍화(風火)의 여섯 가지 자연의 기후를 병의 원인으로 보는 방법이다.

그런데 실상은 자연의 기후만을 육기로 보지는 않는다. 자연의 육기의 원리를 내 몸에 체화하여 형체를 이루고 시스템화 하게 되는데,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그 형체를 상하고, 시스템이 고장나는 것도 육기로 인한 병으로 본다. 

예를 들어 활동을 갑자기 너무 심하게 해서 풍요통이 온다든지, 찬 음식을 자주 먹다 보니 한요통이 생기는 경우가 그런 경우이다.

환자의 증상이 위에 분류된 10종의 증상과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꼭 그 병으로 단정지어서는 안된다. 이는 하나의 분류방법일 뿐, 어떤 기준에 의해 분류할 것인가에 따라 분류법은 다양해진다. 

더구나 현대 진단기기의 사용으로 인해 더 정확한 분류가 가능해졌고, 과거의 분류방법을 재해석하고 보니 오류가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10종요통을 소개하는 이유는 갑작스레 통증이 발생하였을 때 대략적인 원인을 알고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한요통의 경우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찬 음식을 피하며, 담음요통은 담음을 만들 수 있는 생활습관을 고치며, 식적요통엔 음식과 술을 피하는 등 가벼운 대처만으로도 허리의 통증을 개선시킬 수 있다.

다만 위의 분류법에 있는 개선방법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니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 후 적절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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