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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대전 정동길 "이젠 어디로?"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대전 정동길 "이젠 어디로?"
  • 이경민 기자
  • 승인 2019.11.2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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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대전 정동길의 '현재와 미래' 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프로젝트, 문화공간 탈바꿈
대전공공기관연구원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 경찰청장 표창장 수상...범죄율 20% 감소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일환으로 대전역 정동길에서 진행됐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프로젝트가 2년을 채우며, 올해로 사업을 종료하게 된다. 지난 2년 동안 많은 청년 작가들의 노력으로 매춘과 폭력이 난무했던 정동길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음지에 움츠려있던 소외계층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세상과 어우러져 살고 있다. <충청헤럴드>가 무궁화 프로젝트의 성과를  점검하고, 사업 종료를 맞는 시점에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다. [편집자주]
한때는 ‘청소년 통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될 만큼 위험한 동네로 인식됐던 정동길이 지난 2년 동안 진행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범죄율이 20%나 감소하며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때는 ‘청소년 통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될 만큼 위험한 동네로 인식됐던 정동길이 지난 2년 동안 진행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범죄율이 20%나 감소하며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충청헤럴드 대전=이경민 기자] 한때는 ‘청소년 통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될 만큼 위험한 동네로 인식됐던 대전역 정동길이 지난 2년 동안 진행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프로젝트’(이하 무궁화 프로젝트)를 통해 범죄율이 20%나 감소하며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정동길은 주로 윤락 여성이나 생활보호대상자 등의 소외계층 사람들이 거주했던 곳으로, 세상과 단절된 듯한 이 동네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청년 작가들이 하나 둘 입주하면서부터다.

지난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마을미술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대전시와 대전공공미술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한 무궁화 프로젝트가 선정된 후, 20여 명 가량의 지역 청년 작가들이 건축주와 3년 무상임대 계약을 맺고 공방을 꾸렸던 것.

무궁화 프로젝트는 2017년~2019년까지 국비 6억 원과 시비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동구 중앙동 일대의 역전길(정동)과 창조길(원동) 10만㎡를 재생하는 사업이다. 청년 작가와 주민이 함께 ‘공공미술’ 창작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문화예술 중심의 마을을 만들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지난 27일 <충청헤럴드>가 방문한 정동길. 미술과 목공, 패브릭공예, 제빵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9개의 아기자기한 공방이 운영 중이다.

현재 정동길에는 9개의 공방이 운영 중에 있다.
현재 정동길에는 미술을 비롯해 목공, 패브릭공예, 제빵 등의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9개의 공방이 운영 중에 있다.

지금의 공방 건물은 프로젝트 전만해도 “바퀴벌레도 살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낡은 건물이었지만, 작가들이 모여 손수 색을 칠하고 고치고 단장하며 지금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대전공공미술연구원 황혜진 대표는 “한 건물 안에서 꺼낸 쓰레기가 1.5t 트럭 5~6대가 될 정도였다”며 “그야말로 쓰레기와의 전쟁이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사실, 공방을 꾸리는 것 보다 더 큰 난관은 성매매에 몸담았던 주민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일이었다. 

2년 전만 해도 이 일대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성매매촌이었다. 오죽하면 젊은 남자가 혼자 대전역을 갈 때는 말을 걸어오는 아주머니를 조심해야한다는 말이 나왔을까. 당시 60여 가구에서 300여명이 성매매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심지어 70세가 넘는 종사자도 있었다.

사업 초반에는 일부 매춘업 주민이 "작가들이 입주해서 자신들의 생계가 위협 받는다"면서 마을 파티에 행패를 부리거나 예산 사용 건건마다 시비를 거는 등 경계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작가들이 처음 1년을 그야말로 ‘버티는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평범치 않은 주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소통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었다.

빵과 커피콩을 굽는 공방에 주민을 초대해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패브릭 공방에 초대해 함께 뜨개질을 하는 등 소통의 기회를 만들었다.

시간이 흐른 뒤 서로 친밀감이 생기자 사업 진행이 좀 더 수월해졌다. 프로젝트 2년 차에는 작가들과 주민들이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회를 다섯 번이나 진행했고, 사업 3년 차에는 프리마켓과 야시장까지 성황리에 마치며 수익구조를 만들기도 했다.

황 대표는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도시 재생”이라며 “없애고 밀어내는 개발과 달리 주어진 것과 공존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진정한 재생”이라고 강조한다.

폭력과 욕설, 호객행위로 꽉 찼던 동네가 어느 새 사람의 온정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최근 통계에서는 범죄율도 20%나 줄어 사업을 진행한 대전공공미술연구원이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에서 경찰청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한 주민은 “최근 2년동안 마을이 급속도로 변했다”며 “무엇보다 동네가 깨끗해지고, 취객들이 줄어서 너무 좋다”고 미소를 보였다.

카툰 작가 우구 씨의 공방. 이곳은 마을 사람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사용된다.
카툰 작가 우구 씨의 공방. 이곳은 마을 사람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사용된다.

무궁화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 이제 2년. 오는 12월이면 사업이 마무리된다. 그런데 사업 결과가 긍정적인 반면, 대전시는 뚜렷한 후속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방작가와 주민들의 걱정이 적지 않다.

정동 골목에 입주한 카툰 작가 우구 씨는 "우려했던 것과 달리 주민들도 너무 친절하고 동네 분위기도 밝아 작업하기에 좋다”며 “올해 무궁화 프로젝트 사업이 끝나는데 공방에 대한 지원이 끊기면 어떻게 지내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한다.

얼마 전 동구청이 투자자를 유치해 정동의 낡은 건물을 매입, 게스트하우스로 업종을 변경해 운영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일각에서는 “현 거주민을 보호한다는 도시 재생 정책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황혜진 대표는 “외부 인구를 유입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면 현재 거주하는 직업여성들이 다른 지역으로 숨어들어 똑같은 방법으로 생계를 꾸려나갈 것”이라 우려하며 “행정기관이 재생과 개발의 차이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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